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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족의 탄생, 버추얼 휴먼 벌써 15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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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질주

질주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이 성큼 현실 속에 들어왔다. 하루가 멀다하고 광고를 찍고,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리고, 뮤직비디오를 발표한다. 업계 추산 국내 3D(차원) 버추얼 휴먼만 약 150명이다. 마켓스앤마켓스는 2025년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을 14조원 규모로 전망했다.

인기 유튜버 우왁굳이 기획한 6인조 버튜버 걸그룹 ‘이세돌’의 데뷔곡은 공개 당시 벅스 차트 1위를 찍었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약 800만 회다.

로지

로지

무신사는 지난달부터 배우 유아인을 본뜬 버추얼 휴먼 ‘무아인’의 TV CF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무아인 CF 이후 무신사 방문 수는 전주 대비 270% 증가했다.

신한라이프 CF 주인공인 ‘로지’는 지난해 하반기 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로지에겐 주 5회 이상 광고 섭외·명품 협찬 제의가 들어온다. 개발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모회사 로커스는 지난해 12월 네이버웹툰에 인수됐다. 현재 네이버웹툰 주인공들을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만드는 중. 최근 로지에겐 후배 버추얼 삼남매 ‘호·곤·해일’이 생겼다.

리나

리나

국내 1호 사이버 가수 ‘아담’은 1998년 데뷔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제작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 부자연스럽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기술의 진화로 더 정교하고 더 싸게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 있다. 에픽게임즈코리아 신광섭 본부장은 “3D(차원) 엔진으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돌

이세돌

현재 버추얼 휴먼 뒤에는 실제 인간인 배우·댄서·가수·성우·기획자가 있다. 하지만 미래에 초거대 AI, 음성합성 AI가 결합한다면 ‘찐’ 버추얼 휴먼이 탄생할 수도 있다.

올해 크래프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온마인드 등 굵직한 회사들이 버추얼 휴먼에 뛰어들었다. 엔씨소프트도 버추얼 휴먼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다가 지난 4월 엔씨소프트에 합류한 이제희 최고연구책임자(CRO)는 “버추얼 휴먼을 만들기 위해선 AI와 고도의 그래픽 기술을 결합해야 하는데 게임사가 가장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무아인

무아인

크래프톤은 ‘애나’를 개발 중이다. 지난 6월 첫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데뷔 시점은 미정이다.

넷마블 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리나’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송강호 등이 소속된 기획사 써브라임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표정만 800개 이상이라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아’는 15년 이상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 온 온마인드 김형일 대표가 2019년 선보인 버추얼 휴먼. 온마인드는 카카오게임즈 계열사인 넵튠이 2020년 인수했다.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며 음원 및 뮤직비디오도 발표할 예정.

스마일게이트는 자이언트스텝과 공동으로 한유아를 개발했다. 가상현실 게임(포커스온유)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며 뮤직비디오도 발표했다.

게임사 외에도 IT 스타트업, 컴퓨터 그래픽 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사, 특수효과(VFX) 스튜디오 등이 모두 버추얼 휴먼으로 모이고 있다. 버추얼 휴먼을 만들어주는 스타트업 ‘클레온’의 진승혁 대표는 “앞으로 버추얼 휴먼이 모든 기업의 로고를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

네이버에서 버추얼 휴먼 기술을 총괄하는 김성호 ETECH 책임리더는 “클라우드 기반 렌더링 기술과 AI 결합을 통한 버추얼 비서로의 발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이루다 쇼크’나 아마존 채용 AI의 남성 우대 사례처럼, 버추얼 휴먼이 인간의 편견과 혐오를 학습하거나 인간으로부터 학대·희롱당할 우려도 크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간의 부족한 윤리성이 투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기반 기술이 싸고 가벼워질수록 AI 보이스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지인의 얼굴을 본뜬 비디오피싱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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