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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 없어도 잘나가네요”…‘바다 위 테슬라’ 타보니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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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전자 해도(海圖)에 목적지를 찍으면 최적 경로를 찾아주고, 이를 따라 자율 운항을 합니다. 마치 테슬라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12일 오후 인천 중구 을왕동 영종도 왕산마리나항.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자율운항 레저보트 ‘아비커스 2호’를 선보였다. 소형선박 조종 면허를 보유한 이준식 아비커스 자율운항팀장은 “저보다 도킹 실력이 뛰어나다”며 아비커스를 소개했다.

이 팀장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닮은 태블릿에 왕산마리나 도크 인근을 한 바퀴 돌아오는 경로를 입력하자, 불과 1초 만에 2.5㎞가량 걸리는 최적 경로가 화면에 떴다. 이어 ‘자율운항 시작’ 버튼을 누르자 도크를 떠난 선박이 바다 물살을 시원하게 갈랐다. 평균 속도는 5노트(시속 9.26㎞), 총운항 시간은 30여 분이었다.

선박의 외관이나 내부는 여느 보트와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선장님’ 자리가 아예 비어 있었다. 대신 6대의 서라운드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으로 무장한 최첨단 기기가 그 자리를 메웠다. ‘바다 위 테슬라’란 별명이 생긴 이유다.

왕산마리나항 도크에 접안하기위해 다가서고 있는 자율주행 레저보트 '아비커스 2호'. [사진 아비커스]

왕산마리나항 도크에 접안하기위해 다가서고 있는 자율주행 레저보트 '아비커스 2호'. [사진 아비커스]

'아비커스2호' 조타석에는 '선장님'이 없다. 모바일디바이스로 보트 어디에서나 선박을 제어할 수 있다. [사진 아비커스]

'아비커스2호' 조타석에는 '선장님'이 없다. 모바일디바이스로 보트 어디에서나 선박을 제어할 수 있다. [사진 아비커스]

아비커스 2호엔 레저 보트용 항해보조 시스템 ‘나스 2.0’과 이·접안 지원 시스템 ‘다스 2.0’이 적용됐다. 국제해사기구(IMO) 기준 ‘자율운항 2단계’ 수준이다. 선원이 배에 탑승은 하되 필요시만 개입하고, 외부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자율운항 3~4단계부터는 선원이 최소 인원만 탑승하거나 없이도 항해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3단계 수준이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자율운항을 담당하는 ‘나스’는 선박의 카메라와 센서 정보를 토대로 다른 선박 등 장애물을 탐지해 항해사에게 알려준다. 15만 장의 AI 딥러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자동차 후진 때 ‘삐삐~’ 소리를 내며 노란색·빨간색 등으로 주변 사물과의 근접도를 알려주는 기능과 비슷하다.

돌발 상황에도 대처한다. 실제로 이날 갑작스럽게 다른 선박이 튀어나오자 선체가 자동으로 꺾으며 충돌을 피했다. 바뀐 선로는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대형 선박의 경우 기존 항로가 있어 다른 배와 만났을 때 회피하는 기술이 중요해요. 하지만 소형 선박은 작은 장애물을 피하는 게 핵심입니다. 더욱이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물에 떠다니는 배는 자동차와 달리 브레이크가 없는데, 회피할 때도 바람·조류에 맞춰 정밀하게 제어해야 합니다.”

‘다스’는 도크 이·접안 때 항해자에게 그림을 그리듯 선박의 상태와 주변을 분석해준다. 선박 주변의 실시간 상황은 공중에서 ‘탑 뷰’ 형식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레이저 기반의 센서 라이다도 적용됐다. 라이다는 레이저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정보로 다른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그 형상을 이미지화하는 기술이다.

이 모든 과정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보트 내 어디에서나 모니터링하고 선박을 제어할 수 있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보트·어선·경비선 등 다양한 소형 선박에 확대 적용하면 연간 수백 건에 달하는 충돌과 좌초 등에 의한 해양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반 레저보트에 이 시스템을 설치하면 곧바로 자율운항이 가능하다. 아비커스는 내년부터 자율운항 사업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레저보트를 ‘띄운’ 건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판단해서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지난해 상선용 자율주항 솔루션을 상용화해 210세트를 수주받았다. 하지만 상선은 연간 제조 대수가 500척이 안 된다”며 “레저보트의 경우 전 세계에 1000만 척이 넘고, 연간 20만 척씩 생산돼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주 대부분은 경제적 여유가 있고, 신기술을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크다”며 “아직은 시장에 뚜렷한 강자가 없어 (아비커스가) 퍼스트무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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