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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동차 업체의 반란 시작됐다"…'지리·니오' 휴대전화 시장 진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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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인수’ ‘니오 CEO, 스마트폰 출시 공식 승인’ 중국의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기차 신(新)세력이 업계를 뛰어넘어 휴대전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다.

이는 스마트카 시대를 맞이해 스마트폰과 자사 자동차를 연결, 자체적으로 하나의 ‘완벽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동차 제조사(司)’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회사 규모도, 핵심 제품도 다른 두 회사의 스마트폰 제조 배경과 경쟁력에 대해 살펴본다.

[사진 DigiNews]

[사진 DigiNews]

中 자동차 대표 세력의 스마트폰 제작…‘터닝 포인트’ 되나?

두 회사는 태생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리자동차(吉利·Geely)는 중국 최대 민영 기업 중 하나로서, 최근 3~4년 사이 ‘유럽의 벤츠(Benz)와 볼보(Volvo)를 삼킨 중국 회사’로 한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올해 5월,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4.02%를 인수하며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 FT]

[사진 FT]

니오(蔚來·Nio)는 전기차 주력 기업으로서 테슬라보다 싼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성능 덕분에 ‘가성비 높은 전기차 제조업체’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적당한 내부 디자인으로 테슬라와 겨뤄볼 만 하다는 점에서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고 있다.

2018년 상장 전 기업가치는 50억 달러에 달하며 또 다른 전기차 신성인 웨이마(威馬)와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중 가장 몸값 비싼 유니콘으로 꼽혔다. 앞으로 ‘샤오미’와 같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과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탄생했다 사라진 수많은 전기차 업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오가고 있다.

[사진 Automotive news Europe]

[사진 Automotive news Europe]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제조기업인 지리자동차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수푸(李書福)의 생각도 후자에 가까웠다. 특히 아직 전기차 붐이 일기 전, 리수푸 회장은 니오를 포함해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전기차 제조업체 신세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친환경차 도입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역시 이러한 기조에 맞춰 전기차를 속속 내놓자 리수푸 회장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리수푸 회장은 2019년 상하이 모터쇼 당시 전기차 삼대장(니오-샤오펑-리샹) 중 하나인 리샹(理相)을 극찬하기도 했으며 이후 니오의 창업자인 리빈(李斌)과 접촉하기도 한다. 니오가 재정난에 시달리며 “지리자동차가 니오 투자에 눈독 들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결국 결실을 이루지 못하고 두 회장은 ‘친구’로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지리자동차의 행보는 더욱 대담해졌다. 2021년 8월, 지리자동차는 로터스(lotus·路特斯科技公司)를 설립하고 고급형 스마트 전기차를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리빈 회장은 로터스의 Pre-A 라운드 투자에 참여했으며, 로터스 출범식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리수푸 회장과 리빈 회장의 사이 역시 깊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두 수장의 스마트 전기차의 미래 생태계에 관한 견해 역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9월 지리자동차는 “스마트폰 산업에 뛰어들겠다”고 공표했다. 이어 올해 3월, 리빈 회장이 “니오의 휴대전화 프로젝트가 연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시작은 많이 달랐지만, 이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하나다. 향후 개발하는 스마트카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을 연결하겠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지리자동차와 니오의 업계를 뛰어넘는 스마트폰 제조 사업이 본격 시작을 알렸다.

[사진 Money Morning]

[사진 Money Morning]

스마트폰 업계의 ‘자동차 제조’ 시장 진출…지리자동차·니오, “발등에 불 떨어졌다”

지리자동차와 니오가 지금까지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스마트폰 제작에 뛰어든 원인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최근 행보와 맥을 함께한다. 2014년, 애플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8년간 완성차를 내놓지는 못했으나, ‘카플레이(carplay)’를 선보이며 업계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애플 카플레이는 차량과 연결되면 아이폰의 화면이 단순 미러링이 아닌 차량 디스플레이에 맞는 UI로 바뀐다. 차량 운전 시 아이폰(스마트폰)을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라 생각하면 쉽다. 올해 출시된 새로운 버전은 벤츠, 아우디, 포르쉐,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포드, 닛산, 혼다 등 15개 자동차 브랜드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동차 산업에 잇달아 진입했다. 화웨이는 직접 자동차를 제조하진 않지만, 자율주행 플랫폼과 IoT커넥티드 솔루션 등이 포함된 ‘풀 스택’ 자율주행 솔루션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창안자동차, 베이징자동차(BAW), 광저우자동차(GAC) 등이 협력하고 있다.

샤오미는 2021년 3월 자동차 제조를 발표하며 앞으로 10년간 관련 사업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강점을 살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폐쇄형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자동차 제조업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시점에서 향후 소비자들은 자동차 자체보다 애플이나 화웨이 같은 소프트웨어를 차량 선택의 필수 조건으로 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자동차 산업 진입은 지리자동차와 같은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나 니오를 포함한 전기차 신성 모두에 큰 위험으로 여겨진다. 이들 기업이 스마트폰 제조에 눈 돌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Just Auto]

[사진 Just Auto]

물론 각각 다른 ‘속셈’도 있다. 니오는 최근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5월 니오 전기차 인도량은 3만 7866대에 그쳤다. 샤오펑(小鹏·Xpeng), 네타(NETA·哪吒汽车)가, 리샹, 링파오'(零跑·Leapmotor) 뒤를 이어 5위까지 떨어졌다. 시총 2000억 위안(38조 6960억 원)을 눈앞에 둔 기업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판매 부진과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니오가 투자자들에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리자동차의 새로운 사업 시작은 니오, 샤오펑과 같은 신세력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민영 자동차 제조업체의 ‘맏형’ 격인 지리자동차가 전기차 신세력과 대형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라는 소리다.

[사진 视觉中国]

[사진 视觉中国]

지리자동차VS니오, 승기 쥘 기업은?

지리자동차와 니오 모두 스마트폰 제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업계는 니오의 재정 상황이 지리자동차에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리자동차는 오랜 역사를 보유한 만큼 ‘돈 쓰는 법’을 알고 있는 반면, 니오는 해마다 적자가 늘고 있다.

거리전기는 휴대전화를 만드는데 200억 위안(3조 8786억 원) 넘게 썼다. 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연구개발은 제외한 비용이다. 샤오미의 고급형 스마트폰인 MIX4의 연구개발비는 5억 위안(969억 6500만 원)을 웃돈다. 즉, 스마트폰 사업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니오의 경우 스마트폰 매장을 오픈하기에 앞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차주에게 스마트폰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결하지 못한 적자와 점점 줄어든 인도량으로 매장 오픈 비용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니오는 유동부채만 279억 위안(5조 4106억 4700만 원)으로, 2021년 기준 40억 위안(7757억 2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7억 8000만 위안(3449억 64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동차 제조업계에서 ‘손실왕’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반면 지리자동차는 사업 투자에는 거침없는 편이다. 총자산 5100억 위안(98조 9043억 원)에 달하는 지리자동차는 자동차 산업 전반을 두루 아우르고 있으며 로켓 제조에도 뛰어든 바 있다. 포춘지가 선정한 2021년 세계 5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471억 9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지리자동차는 매출 기준 239위에 안착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4위 오른 수준이다. 10년 연속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오른 중국 자동차 기업은 지리자동차가 유일하다.

[사진 Nikkei Asia]

[사진 Nikkei Asia]

지리자동차가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자동차 제조 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싱지스다이(星紀時代)를 설립할 때에도 스마트 단말기 및 칩 제조, 운영체제 구축 등에 100억 위안(1조 9382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샤오미에 필적하던 휴대전화 제조업체 메이주(魅族)의 지분 79.09%를 인수했다.

이용자 규모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올해 5월까지 누적 1200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기차 사업도 순조롭다. 4년간 발전을 거듭한 결과 지리자동차의 스마트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42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니오의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니오는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 21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용자 수는 실제 인도량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오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들이 니오의 열렬한 팬이자 중산층에 속해 한 사람당 두, 세 대의 차량을 보유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 China daily]

[사진 China daily]

기술적인 면에서도 격차가 크다. 지리자동차는 업계 경험을 지닌 메이주를 인수하며 지름길을 선택했다. 반면 인수 자금이 부족한 니오는 휴대전화 사업팀부터 관련 연구개발까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리빈 회장은 스마트폰 자체개발과 관련해 “iOS·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모두 니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니오 역시 자체 OS를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OS 자체 개발은 시간과 비용 모두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화웨이의 훙멍 OS다. 화웨이는 무려 9년을 공들여 훙멍을 개발했으며, 여기에는 수많은 인력과 돈이 투입되었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 칩, 베이스밴드 칩, 5G 이동통신 주파수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가득하다.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지리자동차와 니오가 승기를 쥘 수 있을까.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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