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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출신 배우, 600만원 들고 "자수하러 왔다"…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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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료 사진. 연합뉴스

경찰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수하러 왔습니다.”

지난달 16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여주경찰서 민원실에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 A씨가 나타났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고 말했고 손에는 현금 600만원이 담긴 봉투가 들려있었다. A씨는 지능범죄수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이미지.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이미지. 중앙포토

A씨가 경찰에 설명한 사정은 이렇다. 경찰서를 찾은 바로 그날 A씨는 인터넷에서 “고액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글을 봤다고 한다. A씨는 글에 적힌 대로 연락을 취했고 임무가 정해졌다. 전화로 지시받은 대로 60대 남성에게서 돈 600만원을 모처에서 건네받은 A씨는 B씨에게 전달하러 가는 도중 수상함을 느꼈고 현금을 들고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고 해 가담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자수를 결심한 덕에 피해자는 600만원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범행 수법은 현재 수사 중인 내용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8월 7일은 경찰청이 지정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특별 자수·신고 기간’이다. 이 기간 자수한 피의자들은 일선 경찰서가 아니라 상급 기관인 지방 경찰청에서 수사를 받는다. 이에 따라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송됐다.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가 A씨가 연루된 보이스피싱 범죄 외에도 2건의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나머지 범행 2건에 가담한 현금 수거책 30대 남성 등 3명을 추가로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자수 기간에 경찰서를 찾아 참작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수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활동 뜸했던 그…“수입 없어 고액 알바”

가수 이미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픽사베이

가수 이미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픽사베이

A씨는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로 수년 활동했다. 팀을 탈퇴한 다음엔 배우로 전향해 종편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2010년대 중반쯤엔 해외에서 단독 팬 미팅을 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활동이 뜸해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과 종종 소통해왔다.

A씨가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뛰어든 현금 수거책은 통상 건당 1~1.5%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는다고 경찰은 전했다. 100만원당 1만~1만 5000원을 버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생활고를 겪다가 범행 덫에 걸린 것 같다”며 “인터넷에 손쉬운 일인데 고액을 준다고 홍보하는 글은 범죄에 연관될 우려가 있으니 무조건 의심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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