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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률 절반 줄이는 팍스로비드 고령층 처방 8%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확진자가 1주 단위로 두 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면서 입원 환자와 위중증 환자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고위험군 피해를 줄이려면 주 무기인 치료제와 백신을 적기에 잘 써야 하는데, 팍스로비드는 6개월간 처방량이 60세 이상 확진자 가운데 8% 정도에 그쳐 처방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여 6개월째 26만명에 처방, 초기보다 늘었지만 미미

12일 코로나19 신규 환자(3만7360명)는 일주일 전(5일, 1만8136명)과 비교해 2배 가량 급증하며 단숨에 4만명에 육박했다. 연일 더블링이 계속되면서 신규 입원 환자와 재원 위중증 환자도 증가세다. 신규 입원 환자는 이날 165명 발생해 전날(96명)보다 69명 급증했다. 최근 일주일(7월6~12일) 하루 평균 126명씩 입원 환자가 늘었다. 직전 주(6월 29일~7월 5일) 약 68명과 비교하면 두 배수준이다. 위중증 환자도 이날 74명 나왔다. 일주일(7월 6~12일) 평균 64명으로 직전 주(55명)보다 소폭 늘었다. 병상 가동률(11일 17시 기준)은 중증 9.5%, 준중증 17.9%로 서서히 차고 있다. 그나마 사망자는 10명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위중증, 입원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향후 따라 증가할 여지가 있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연합뉴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연합뉴스

피해를 지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더는 쓰기 어려워진 만큼 치료제와 백신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확산세를 이끄는 BA.5의 중증도가 이전 오미크론 계통 변이보다 높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적어도 비슷하다고 봐야 하며, 미접종자와 기저질환자, 고령자에는 여전히 치명적”(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이라서다. 팍스로비드는 중증과 사망 위험을 절반 정도 낮춘다는 게 앞서 보건당국이 60세 이상 확진자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치료제의 경우 백신과 달리 작용 기전상 변이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나는데 치료제는 이를 타깃으로 삼지 않고 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 변이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팍스로비드는 처방이 시작된 지난 1월 1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재택치료자 21만8020명 등 누적 26만1836명에 투여됐다. 팍스로비드는 현재 60세 이상 고령층에 주로 투여되는데 해당 기간 이들 확진자 규모(313만5833명)와 단순 비교했을 때 처방량이 8.3% 정도에 그친다.

병용 금기 약물을 중단할 수 없어 복용 자체가 어렵거나 환자 본인이 원치 않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미미하단 지적이 나온다. 팍스로비드는 도입 때부터 병용 금기 약물이 23개에 달해 처방에 어려움이 있단 문제가 제기된 바 있고 의료현장에선 여전히 이런 점이 처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개원의는 “팍스로비드를 써야 할 만한 환자가 있으면 보건소에 인적사항을 주고 직접 처방하게 연결한다”며 “보통 호흡기 약을 쓰면 상태가 호전되는 데다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 전했다.

1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1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 감염 고위험군인 고령자들이 몰려 있는 요양병원·시설에서조차 10곳 중 3곳(29.8%)서만 치료제 사용 경험이 있는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이 당국 조사로 확인되기도 했다. 팍스로비드는 원칙적으로 12세 이상에 쓸 수 있게 허가됐지만 치료제 도입 초기에 물량 등의 문제로 당국이 대상을 한정했고 이후 소폭 확대해왔지만 이게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처방이 원활하지 못하단 지적도 있다.

김우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병용 금기만 잘 지키고 투여 후 잘 모니터링하면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60세 미만이라도 기저질환자에 적극적으로 투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9년 신종플루 때도 백신을 접종하고 타미플루(치료제)를 대량 살포하면서 결국 앤데믹(풍토병화)으로 간 것”이라며 “원스톱 의료기관 대상 교육을 통해 의료진이 팍스로비드의 효과와 안전성, 금기사항 등을 제대로 숙지하고 필요 대상에 강력히 권고할 수 있게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도 팍스로비드를 외래 처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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