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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정상화’에 北 '핵전쟁' 경고…강경한 尹 '대북 원칙론'

중앙일보

입력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에 야외 실기동 훈련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훈련용 헬기가 도열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에 야외 실기동 훈련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훈련용 헬기가 도열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한·미 양국은 다음 달 22일부터 연합지휘소훈련(CCPT) 훈련을 진행한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시뮬레이션 훈련과 함께 실제 병력·장비가 이동하는 실기동 훈련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연합훈련 정상화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대북 원칙론의 연장선이자, ‘북한 눈치 보기’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과의 차별화로 풀이된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한·미 정상은 당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명시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훈련 범위·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연합훈련이 한·미 연합방위력의 핵심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계륵’처럼 생각하며 간극이 커졌다”며 “윤석열 정부는 연합훈련 정상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왔고, 그간 중단했던 여단급 이상 야외 실기동 훈련도 점차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北 비핵화' 위해 연합훈련 축소·연기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해 왔다. [뉴스1]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해 왔다. [뉴스1]

연합훈련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줄곧 축소·연기됐다.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뒷받침하는 한편 갈등의 불씨를 최소화하자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며 ‘북한의 비핵화 노력 뒷받침’이라는 명분이 희석됐음에도 연합훈련 정상화에 나서지 않으며 논란과 공방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연이은 연합훈련 축소·연기를 ‘굴종적 대북정책’으로 평가했을 정도였다.

반면 당시 여권에선 코로나19를 이유로 연합훈련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론 이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2021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기 직전엔 정부 인사들이 대놓고 연합훈련 연기론을 제기됐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었다. [뉴스1]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었다. [뉴스1]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2021년 7월 말 기자들과 만나 “연합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해 8월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 北 7차 핵실험 '명분' 되나

북한은 그간 줄곧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는 한편 대화 복귀의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내걸었다. 결국 다음 달 연합훈련을 기점으로 북한은 본격적인 대남 비난 공세와 무력 도발을 재개하며 대화 여지 자체를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북한은 올해 초부터 ICBM을 포함한 미사일 도발을 지속했고,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도 사실상 끝마친 상태로 분석된다. 다만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며 9월 이후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3월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북한은 올해 초부터 ICBM을 포함한 미사일 도발을 지속했고,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도 사실상 끝마친 상태로 분석된다. 다만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며 9월 이후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더구나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9월은 7차 핵실험을 가로막고 있는 환경적 요소인 장마가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이지성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명의의 글을 통해 “(연합훈련을 강행할 경우) 사소한 우발적 충돌로도 쉽게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북한의 무력 도발에 윤석열 정부는 강경한 원칙론으로 일관하고, 북한 역시 강대강 지고를 강화하며 한반도 긴장 고조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구상중인 ‘비핵화 로드맵’ 역시 대북 원칙론에 입각해 최종 조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대북정책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는데, 외교가에 따르면 로드맵에 포함될 핵심 내용들은 상당수 완성된 상태라고 한다. 다만 로드맵을 한·미가 공유하고 조율하되, 이를 꺼내지 않은 채 ‘칼집’에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대북 압박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 시점 자체를 뒤로 미룰 것으로 예상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연합훈련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을 넘어 과도하게 훈련의 규모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설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또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상대로 연합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훈련일 뿐 적대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며 연합훈련의 당위성과 명분을 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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