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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었다"…아베 마지막 길 지킨 아키에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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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입장은 달랐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한 총리라고 생각해 마지막 길을 보러 나왔습니다." (30대 여성)
"지방에 살고 있어 오늘 회사에 휴가를 내고 도쿄로 왔습니다. 아베 전 총리 같은 정치인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50대 남성)

12일 오후 2시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구에 위치한 절 조조지(増上寺), 지난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수백m 길게 줄을 섰다. 절이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분향소에 조문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사찰 앞 사거리도 아베 총리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아베 전 총리 장례식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조조지에서 열렸다. 상주는 부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恵) 여사로 가족과 친척, 가까운 지인만 참석하는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 아베 전 총리가 이끌었던 파벌 '세이와카이(淸和會)' 간부 등이 참석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11일 오후 도쿄의 사찰 조조지에 마련된 아베 총리의 영정 앞에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 오후 도쿄의 사찰 조조지에 마련된 아베 총리의 영정 앞에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소 부총재는 고인이 "외교에 관한 센스와 담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를 높였다. 전후 가장 뛰어난 정치가였다"고 말했다. 아키에 여사는 "집에선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나를 지켜줬다. 정치가로서 남긴 것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씨를 많이 뿌렸으니 싹이 돋아날 것"이라고 조문객들에게 인사했다.

2시 40분쯤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장례식을 마치고 조조지를 나오자 거리의 시민들이 차를 향해 합장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많았고, 일부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12일 오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이 열린 도쿄의 사찰 조조지에 참배를 위해 줄을 선 시민들. 이영희 특파원

12일 오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이 열린 도쿄의 사찰 조조지에 참배를 위해 줄을 선 시민들. 이영희 특파원

아베 전 총리는 1993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됐으며, 두 차례에 걸쳐 총 8년 9개월 동안 총리로 재임한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다. 운구차는 아베 전 총리가 30년 간 정치 활동을 해온 국회와 총리 관저, 자민당 본부 등을 돈 뒤 화장장으로 향했다.

"1700통 이상의 조의 메시지 도착해"

전날인 11일에는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는 쓰야(通夜)가 진행돼 정·재계와 외국 인사, 시민 등 2500여 명이 조조지를 다녀갔다. 쓰야는 일본에서 장례식 전날 밤을 새우며 유족을 위로하는 행사다.

12일 오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운구차가 조조지를 출발하자 거리의 시민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2일 오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운구차가 조조지를 출발하자 거리의 시민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쓰야에는 기시다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를 비롯해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맹우'였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 등이 조문을 했다. 나루히토(徳仁) 일왕과 마사코(雅子) 왕비는 직원을 파견해 쓰야에 분향을 하고 조화 등을 전달했다.

미·일 재무장관 회의 참석 차 일본을 찾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도 조문했다. 앞서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은 아베 전 총리 자택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라이 부총통은 1972년 일본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이래 현지를 찾은 대만 최고위 정부 관리다. 한국 외교부는 박진 장관 이름으로 조화를 보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259개 국가·지역 등에서 1700건 이상의 조의 메시지가 쇄도했다"며 "다시금 아베 전 총리가 외교에서 남긴 큰 족적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의원들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운구차를 향해 손을 모으고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 오후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의원들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운구차를 향해 손을 모으고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일본 최고 훈장인 '다이쿤이킷카쇼케이쇼쿠(大勲位菊花章頸飾)'를 수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 훈장을 받은 일본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 등 세 명 뿐이다.

장례식은 이날 끝나지만 추후 관례에 따라 기시다 총리가 위원장을 맡아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추도식이 열린다. 이 합동 추도식에는 외국 정부 조문단도 대거 참석한다. 한국 정부도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 특사 성격의 조문단을 일본에 파견할 방침이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奈良)시에서 가두 유세를 하던 중 전직 자위대원인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가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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