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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휩쓴 'DNA로 내 혈통 찾기' 중국에서도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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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지 않고도 침 한 방울, 혈액 한 방울만으로 여러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는 DT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가 화제다.

2008년 미국 업체 23앤드미(23andME)가 ‘혈통 찾기’ 서비스로 포문을 연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오늘날 알츠하이머, 유방암 등 주요 질환에 대한 위험도까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판이 커졌다.

한국에서는 그간 DTC 유전자 검사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질병 예측을 제외한 영양소, 식습관, 수면 관리 등 웰니스(wellness) 분야에만 국한됐었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가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검사 가능 항목이 늘어나고 관련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23앤드미 유전자 검사 서비스 [사진 셔터스톡]

23앤드미 유전자 검사 서비스 [사진 셔터스톡]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14억 인구 데이터를 DTC 유전자 검사 시장에 활용한다면 그 성장 잠재력과 사업 확장성은 어마 무시할 텐데 말이다.

중국의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비교적 늦게 출발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미국 업체 23앤드미(23andME)와 앤세스트리(Ancestry)가 유전자 혈통 분석 서비스로 성공 가도를 달리자, 중국에서도 2015년 즈음부터 DTC 유전자 검사 업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시장에 뛰어든 것은 23모팡(23魔方), 웨이지인(微基因·WeGene), 수이무지인(水母基因) 3개 업체다. 이들은 모두 2015년에 설립됐으며, 설립 초기에는 미국 DTC 유전자 검사 업체를 벤치마킹해 ‘조상 찾기’ 서비스 제공에 주력했다.

23모팡의 혈통 찾기 유전자 검사 서비스 [사진 23모팡]

23모팡의 혈통 찾기 유전자 검사 서비스 [사진 23모팡]

중국의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에는, 더 많은 소비자 확보를 위한 업체 간 가격 전쟁도 치열했었다. 2017년 8월, 23모팡은 기존에 999위안이었던 유전자 검사 키트 가격을 499위안으로 대폭 낮췄다. 그러자 웨이지인도 뒤따라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이듬해인 2018년, 업계 성장에 대한 기대가 모이며 이들 3사는 잇따라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2018년 1월, 웨이지인과 수이무지인은 각각 시리즈 B 라운드,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3월에는 23모팡이 1억 위안(약 194억 원) 규모의 시리즈 B+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중국에서는 안워젠캉(安我健康·AndAll), 지인바오(基因宝·GeneBox) 같은 신규 업체들도 설립됐다. 지인바오는 설립된 지 1년 만에 1억 위안 가까운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현재까지 중국 DTC 유전자 검사 업체들의 신규 투자 유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산업의 발전이 비교적 늦고,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한 국내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아 소비자 확보와 이윤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선 업계 1위인 메이인지인(美因基因·MEGA GENOMICS)을 제외하곤, DTC 유전자 검사 업체들의 연간 매출이 모두 5000만 위안(약 97억 원)을 넘지 못한다. 시장점유율 6위인 지인바오의 2020년 매출은 1980만 위안(약 38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 2년간 잠잠했던 중국의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최근 메이인지인(6667.HK)이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메이인지인은 2016년 설립돼 현재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메이인지인은 이번 IPO를 통해 신주 1196만 1800주를 발행하고, 발행가액을 주당 18 홍콩달러(약 2980원)로 결정했다. 예상 조달금액은 약 2억 1500만 홍콩달러(약 356억 원)다.

[사진 바이두]

[사진 바이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2020년 메이인지인의 중국 DTC 유전자 검사 시장 점유율은 검사 수량 기준 65.8%로 1위를 차지했다. 메이인지인이 실시한 유전자 검사 수량은 2위 업체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같은 해 메이인지인의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34.2%로, 2위~6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았다.

메이인지인이 압도적인 격차로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소비자의 유전자 검사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알아채고, 제품 매트릭스를 계속해서 풍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장 초기 진입자였던 23모팡과 웨이지인 등이 미국 업체를 따라 혈통과 조상 찾기 서비스에 주력할 때, 메이인지인은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을 평가하는 수십 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하여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했다.

메이인지인의 ApoE 유전자 검사 패키지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위험도를, 풀 스케일(Full Scale) 암 위험도 평가 패키지는 대장암, 간암, 유방암, 갑상샘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 밖에, 메이인지인은 파킨슨병과 심혈관질환에 대한 위험도 역시 예측 가능한 유전자 검사 패키지를 보유하고 있다.

메이인지인은 자사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자신의 고유한 신체적 특성을 이해하고 라이프스타일과 식단 및 약물 복용에 있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끔 도와준다. 주식모집서에 의하면, 2016년 설립 이후 메이인지인은 누적 1200만 건의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으며, 2021년 기준 월평균 24만 6000건 이상의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메이인지인은 현재 중국 내 340개 도시 1400여 개 의료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여러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2019~2021년, 메이인지인의 연간 매출은 각각 1억 2370만 위안(약 240억 7200만원), 2억 322만 위안(약 395억 4400만 원), 2억 3718만 위안(약 461억 5,200만 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각각 2969만 위안(약 57억 7700만 원), 7909만 위안(약 153억 9000만 원), 7901만 위안(153억 74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14차 5개년(2021~2025년) 바이오 경제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유전자 검사 기술과 질병 예방의 깊은 융합, 각종 중대 질병의 조기 진단과 개인별 맞춤 치료를 위한 정밀 검사 및 의사결정 지원 방안 등의 내용을 명시했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2022년 중국의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 서비스 시장 규모가 7500만 달러(약 97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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