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기사에겐, 부당해고 일어날 수 없다? 법원 주목한 네 가지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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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58] '타다' 기사는 개인 사업자일까, 회사 소속 근로자일까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타다드라이버비대위와 라이더유니온이 법원 판결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타다드라이버비대위와 라이더유니온이 법원 판결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6월부터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로 일한 A씨.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자, 2020년 3월 더는 배차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2019년 5월부터 타다 운전기사로 일한 B씨 사례도 비슷합니다. 2019년 7월 인원 감축 통보를 받아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됐죠.

두 사람은 이 같은 통보가 부당 해고라고 주장했습니다. 부당 해고가 인정되려면 이들이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였던 쏘카의 근로자라는 사실이 먼저 인정돼야 하죠. 이들 사건을 심리한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 해고로 판단했습니다. 쏘카와 타다 기사 사이에 '사용자-근로자'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8일 이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입니다.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재판 등 쏘카와 관련한 민·형사 사건이 줄줄이 남아있는 만큼, 이 결정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의 판단을 그법알에서 뜯어보겠습니다.

관련 법령은!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긴박한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근로자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또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해서 해고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죠.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는 법적으로 어떻게 인정하는 걸까요.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근로 제공 관계를 살펴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 규칙이나 복무규정을 갖고 사용자가 지휘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이나 장소를 지정하는지, 업무에 필요한 비품이나 원자재는 누가 마련해서 근무하는지, 이윤의 창출이나 손실의 위험은 누가 안고 있는지, 근로 제공 관계는 계속적인지, 오가는 돈이 근로에 대한 대가적 성격을 가졌는지 등입니다.

법원 판단은? 

먼저 타다 운전기사를 둘러싼 계약부터 살펴보죠. 타다 운전기사들은 개별적으로 쏘카에 연락해서 일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운전기사들이 속한 용역 업체가 쏘카와 알선 계약을 체결한 건데요.

용역 업체가 공급하는 운전기사의 형태도 '프리랜서'와 '파견' 두 가지로 나뉩니다. 파견 기사의 경우 일하는 시간이 고정돼 있고 월급제로 운영됩니다. 반면 프리랜서 기사는 근무일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운행 시간도 매주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급여도 시간당 1만원을 기본으로 하는 시급제죠. 이번 사건은 모두 프리랜서 기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주차된 타다 차량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주차된 타다 차량들. 연합뉴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의 근로자성을 따져봤습니다.

①누구와 계약을 체결했나
운전 기사는 용역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쏘카와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쏘카와 용역업체 사이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안전 예방 교육이나 친절 교육 등도 용역 업체가 맡습니다.

기사 측은 쏘카가 타다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기사들의 근태를 관리했기 때문에, 사실상 쏘카가 기사들을 지휘하고 감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르게 봤습니다. 쏘카가 출퇴근 여부 등 근태 정보를 관리한 건 맞지만, 이 정보를 용역 업체에 알려줬을 뿐이라는 겁니다. 쏘카는 타다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협력 업체가 어떤 기사를 공급하는지 살펴봤을 뿐, 재교육이나 징계 조치는 협력 업체가 담당했다는 취지입니다. "협력 업체들이 드라이버를 모집하는 과정에 쏘카가 관여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②업무 내용은 누가 정했나
타다 기사는 출근 후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기다렸다가 콜을 받습니다. 이때 지하나 터널처럼 위성항법장치(GPS)가 잡히지 않는 지역에서 기다리거나, 콜을 거절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기사는 쏘카가 용역업체로부터 알선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사 측은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업무 내용과 방식을 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의 특성에 주목했습니다. 대기 장소를 정해둔 것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둬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고, 출발지와 목적지는 타다 이용자 호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쏘카가 정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또 프리랜서 기사들은 시급제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일부러 GPS가 잡히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 호출을 의도적으로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타다 서비스를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업무 내용 지시로는 보기 어렵다는 거죠. 또 '타다 플랫폼에 따라 운전을 하는 것'은 용역업체와 쏘카 사이 체결한 계약상 의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③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는 누가 정했나
기사 측은 콜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이 예정돼 있어 사실상 수락을 강제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배차 거부 가이드라인이 있었고, 드라이버 실적에 따라 협력 업체가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콜 미수락으로 인한 불이익이 실제로 가해진 적은 없었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쏘카가 일부 배차 미수락 사례를 모아 협력 업체에 통보한 적은 있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지시하거나 관리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프리랜서 기사의 경우 매주 용역 업체에다 원하는 근무 요일과 근무 시간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기사 측은 쏘카가 지정한 근무조에 한해 지원할 수 있었고, 매주 나오는 배차표에 따라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나 장소를 선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사가 자신이 원하는 차고지가 있으면, 그 지역을 관리하는 협력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프리랜서 기사들이 원하는 근무 시간을 조율할 수 있었다는 법정 증언을 고려했습니다.

④'라디오 FM93.1'는 복무규정일까

타다 드라이버 교육 가이드. [판결문 캡처]

타다 드라이버 교육 가이드. [판결문 캡처]

쏘카가 용역 업체에 배포한 타다 기사 교육 가이드에는 운전기사가 필수적으로 해야 할 말이 적혀 있습니다. "실내 온도와 라디오 볼륨은 괜찮으신가요"라는 식입니다. '라디오 FM93.1, 볼륨 4~5'라는 ‘기본값’도 정해 놨네요. 기사 복장도 규정했습니다. 무채색 계열 중 무늬가 없는 단색 상의, 단정한 긴바지 등 꽤 구체적인데요. 기사 측은 쏘카의 복무규정을 적용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균질화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업무 매뉴얼"이라며 "드라이버에 대한 취업 규칙이나 복무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쏘카가 협력 업체에 특정 기사에 대해 경고하고 교육하라고 요구할 권리도 없다고 봤습니다. 게다가 쏘카가 1만명이 넘는 타다 기사의 근태를 확인해 협력 업체에 각종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도 했죠. 쏘카가 차고지에 불시에 방문해 복장 검사를 한 일이 있긴 했지만, 재판부는 사업 초기의 이례적인 사례라고 봤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타다드라이버비대위와 라이더유니온이 법원 판결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타다드라이버비대위와 라이더유니온이 법원 판결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⑤"플랫폼 노동 종사자 보호해야 하지만…"
판결문 말미에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고 있고,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할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근로자'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을 부당 해고로 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공유경제 질서에 따라 출현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도 있다고 했죠.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계약관계가 일방적으로 종료되는 상황을 규제해야 한다면,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판결문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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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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