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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도어스테핑, 쉽게 보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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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4/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4/뉴스1

1.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 Steppingㆍ약식회견)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코로나 확산에 따라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최근 출입기자 중 확진자가 9명이나 발생하는 등 확산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2. 대통령실의 설명은 군색합니다.
바로 전날 ‘코로나 우려 때문에 도어스테핑을 풀(Poolㆍ공동취재)로 운영하자’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기자 3명을 대표로 뽑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질문하자는 겁니다. 코로나 방지 차원이라면..이 정도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3. 그런데 대통령실이 11일 갑자기 중단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대통령의 건강을 우려한 경호처 등이 ‘선제적 조치’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다른 대통령 행사 취재도 제한하고, 참모들의 브리핑도 서면으로 많이 대체하겠다고 합니다.

4. 도어스테핑의 중단은 예상됐습니다.
도어스테핑이 정치적으로 손해였기 때문입니다. 취임 다음날인 5월 11일 시작할 때만 해도 솔직한 답변과 태도가 ‘파격소통’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설명하기 곤란한 일들이 생기면서 대통령의 답변도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보다 낫다’는 반응엔 비판이 많았습니다.

5. 도어스테핑은 훌륭한 소통의 방식입니다. 선진정치에선 일상화된 형식입니다.
코로나가 우려된다면 풀 방식이나 거리두기 방식 등 보완방안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경호처의 주장에 따른‘선제적 조치’라면 방역용 보완조치를 거쳐 부활하는 것이 맞습니다.

6. 문제는 도어스테핑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궁색한 변명을 해야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도어스테핑은 지속되지 못할 겁니다. 만약 대통령이 답변할 내용을 미리 준비해오지 않는다면, 실언은 계속될 겁니다. 만약 대통령이 취재기자를 ‘국민의 대표’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언론을 성가시게 생각하게 될 겁니다.

7. 애당초 초보정치인 윤석열에게 도어스테핑은 대담한 도전이었습니다.
임기초 자신감에서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 손익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진정 다시 시작한다면 형식만 아니라 내용도 보강해야 합니다. 도어스테핑은 변명이나 호통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이니까요.
〈칼럼니스트〉
202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