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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전파력, 백신·자연면역 무력화…전세계 감염의 43%, BA.5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불길이 다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그 원인으로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비에이 오)의 확산을 꼽았다. 휴가철을 맞아 이동량이 늘어나고, 백신접종과 감염으로 얻은 면역력도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빠른 전파력과 면역 회피 능력을 갖춘 BA.5 변이가 퍼지면서 코로나 확산의 기폭제가 되는 모양새다.

전파 빠르고 면역 회피하는 BA.5…곧 국내 우세종

코로나19 변이는 초창기 코로나 바이러스(우한주)를 기준으로 유전자가 하나 이상의 돌연변이를 일으킨 경우를 말한다. 명칭은 크게 알파벳 접두사와 숫자 접미사로 구성된다. 알파벳 접두사의 경우 대문자를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한다. 숫자 접미사 앞에 붙는 마침표는 '~번째 후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B 계통에서 첫 번째로 확인된 후손은 B.1로 명명되고, B.1에서 일곱 번째로 확인된 후손은 B.1.7이 된다. 오미크론 변이는 BA.1이고, 스텔스 오미크론은 BA.2로 불린다. BA.5는 BA 계통에서 나온 5번째 변이다.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보건소 뒤편 월성공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보건소 뒤편 월성공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영국 보건청에 따르면, BA.5 변이는 기존 우세종인 BA.2보다 전파 속도가 35.1% 빠르다. BA.2는 원조 오미크론인 BA.1보다 전파력이 30% 이상 강한데, BA.5는 그보다 더 빠르게 퍼진다는 얘기다. 이런 특성 탓에 국내 BA.5 검출률은 6월 넷째 주(6월19~25일) 10.4%에서 6월 다섯째 주(6월26일~7월2일) 검출률은 28.2%로 뛰었다. 1주일 새 2.7배 세를 불렸다. 전문가들은 BA.5가 이번주 내 전체 감염의 50%를 넘어 국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A.5는 전 세계 코로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확진 사례는 지난 3월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하다가 BA.4와 BA.5 확산으로 인해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유럽의 경우, 6월 다섯째 주 기준으로 일주일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179만 6850명으로 전주 대비 33%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BA.5 변이는 전 세계 신규 확진의 43%를 차지한다. BA.2(25%), BA.4(12%), BA2.12.1(11%) 등 다른 변이를 압도하고 있다.

BA.5의 전파력 만큼 우려스러운 특성은 면역 회피 능력이다. 최근 하버드대 부속병원 연구팀은 과거 백신 접종 이나 코로나19 감염으로 생긴 항체를 BA.4와 BA.5 변이가 회피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BA.1과 BA.2에 비해 BA.4와 BA.5는 백신이나 감염으로 얻은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감소시키는 능력이 3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파감염이나 재감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국내에선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3개월 가량 시간이 흘렀고, 3차 접종 이후 6개월 이상 지난 탓에 전사회적으로 면역력이 많이 감소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BA.5 변이의 면역 회피 특성이 재유행을 더 빠르게 견인할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빠르면 8월 중순이나 8월 말, 또는 늦으면 9월이나 10월쯤에 현재 대부분의 모델링이 10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의 확진자 규모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미크론 유행까지 어느정도 감염 차단 효과를 보였던 코로나19 백신이 BA.5 앞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BA.5 변이가 우세종화된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이 백신 제조사들에 BA.5 등 변이에 맞춰 백신 성능을 개선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질병청은 "(BA.5 변이의) 높은 면역회피성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에 따른 위중증, 사망 예방효과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고위험군의 4차 접종을 강조하고 나섰다.

보건 당국 "BA.5 변이 증상, 기존 오미크론 변이와 유사"

11일 광주 서구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광주 서구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BA.5 변이가 기존 오미크론보다 더 심한 증상을 동반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일본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해, 세포 배양 실험에서 BA.4, BA.5 변이가 BA.2 변이보다 폐에서 더 효율적으로 증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BA.5는 감염 시 더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밖에 더 심한 인후통과 코막힘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BA.5 변이의 증상과 중증도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증상은 인후통, 발열, 코막힘, 기침, 근육통, 피로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8일 브리핑에서 “BA.5만의 독특한 증상을 별도로 범주화하기는 아직 어렵다”면서 “위중증률이나 사망률에는 특별히 큰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 명확한 중증화·치명률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고령층, 기저질환 보유자 등 고위험군에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코로나19재감염자의 사망 위험과 입원 위험이 처음 감염된 사람보다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건강한 젊은 층보다는 고위험군이 재감염 되면 최초 감염보다 치명률·입원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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