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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5G 중간요금제 8월에 나온다는데, 통신사 셈법은

중앙일보

입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 장관, 구현모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 과기정통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 장관, 구현모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 과기정통부]

데이터 10GB 미만 또는 110GB 이상. 극과 극이던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체계에 ‘중간’이 생긴다. 지난 2019년 5G 상용화 이후 4년 만이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통신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무슨 일이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유영상 SK텔레콤(SKT)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와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졌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30일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제시한 5G 중간요금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T는 이날 간담회를 앞두고 중간요금제 출시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게 왜 중요해

통신3사 5G 요금제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통신3사 5G 요금제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재 통신3사의 5G 요금제는 둘로 쪼개져 있다. 데이터 제공량이 10~12GB(5만5000원) 이하인 경우와 110~150GB(6만9000원·7만5000원) 이상인 경우다. 그러나 정부가 집계한 5G 이용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한달에 26.8GB다. 이 때문에 대다수 이용자가 필요 이상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정부가 노리는 것 : 정부는 이통사들이 3분기 내에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 장관은 간담회에서 “최근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소비자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국민들의 삶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 필수재인 통신서비스의 접근권을 높이고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이용자 수요에 맞는 5G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가 바라는 것 : 소비자단체들은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저가 5G 요금제를 즉각 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이통 3사가 5G 요금제 인하 여력이 충분함에도 현재의 요금제 구조 변화에 미온적”이라며 “평균(26.8GB) 수준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들은 1만4000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 100GB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참여연대도 지난 4월 “5G 요금제는 저가 요금제일수록 1GB당 요금이 더 높아 소비자들에게 고가요금제 선택을 사실상 강요한다”며 “20~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저가 요금제를 하루빨리 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G 중간요금제가 통신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부 증권업계의 분석도 이들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승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5G 중간요금제 도입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 추세를 꺾지 못할 것이고 통신사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일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일시적 영향에 그칠 것이고, 오히려 요금제 선택폭이 확대돼 (일반 가입자의) 5G 전환 가속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래서 5G 중간요금제는 언제쯤?

통신사들도 중간요금제 출시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만큼 8월초 출시를 목표로 각사는 준비 중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5G 통신 보급률이 40% 정도 됐다”며 “5G가 보편적 서비스가 된 이 상황이 중간요금제를 도입하기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SKT는 이날 과기부에 5G 데이터 24GB를 월 5만9000원에 제공하는 등 5G 요금제 출시 계획을 신고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내달 중 중간요금제를 선보일 전망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오는 8월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SKT가 신고서를 낸 중간요금제를 살펴본 뒤 대응 전략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사 셈법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 장관, 구현모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과 통신 정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 장관, 구현모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과 통신 정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통신사들은 정부·소비자 요구대로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는 대신, 28㎓ 대역 주파수에 대한 정책 방향을 재조정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중간요금제를 수용하고, 골치 아픈 규제를 털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통신사들에 28㎓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기지국 의무 구축수량을 부과했지만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통신 3사가 구축해야 할 기지국 수는 각 사 1만5000대씩 총 4만5000대지만 실제 준공을 마친 실제 기지국 수는 지난 4월 기준 5059대(11.2%)에 불과하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실장은 이날 간담회 후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5G 28㎓ 주파수 대역은 투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여러 어려움이 많다”며 “통신사들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B2B(기업 간 거래)나 핫스팟 용으로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사의 기지국 의무 구축 수량 완화 여부에 대해서 홍 실장은 “B2C를 아예 안한다는 답변은 없었다”며 투자를 계속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중간요금제, 통신비부담 줄어드나

정부는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면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 상당수가 중간요금제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실장은 “상위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 중 일부가 중간요금제로 내려와서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치가 얼마나 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요금 수준이나 데이터양을 보고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24GB 요금제가 10GB와 110GB로 양분화한 요금제의 ‘중간 수준’으로 적절하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도입 후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 실장은 “월별로 다르지만 5G 사용자의 평균 데이터양은 23~26.9GB, 상위 5% 헤비유저를 제외한 평균은 18~22GB”라며 “전반적으로 요금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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