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에 “강한 야당” 외친 민주...‘친명·반명 갈등’ 소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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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지방선거 2연패로 수렁에 빠졌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계기로 전열을 다듬고 있다. 인사 논란, 민간인 동행 순방,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중단 등에 전방위 공세를 펼치며 ‘강한 야당’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골든 크로스’까지 달성하자, 친명(친이재명)ㆍ비명간 당내 갈등도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우상호 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정부 민생외면·권력 사유화'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우상호 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정부 민생외면·권력 사유화'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지율 고무된 野, “오만ㆍ독선 대통령에 국민이 경고”

11일 발표된 리얼미터ㆍ미디어트리뷴 정당 지지도 조사(4~8일)에서 민주당은 41.8%, 국민의힘은 40.9%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앞선 것은 지난 3월 5주차 조사(민주당 41.2%ㆍ국민의힘 40.4%) 이후 14주 만이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도 전주 대비 7.4% 포인트 하락한 37.0%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의 명의로 ‘민생외면ㆍ권력사유화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서를 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장외 기자회견에 이은 총공세다. 이들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비선 정치, 친인척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하는 권력 사유화가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만취운전 교육부 장관의 임명 강행 등 거듭된 부실 검증이 부른 인사참사에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의총에서 “선명한 야당, 민주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고 천명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에 강력히 경고한다”며 “전 정부를 향한 수사, 그리고 결과적으론 전 정부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윤 대통령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 데 대해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기야 30%대로 추락했다”며 “취임 두 달 만에 임기 말 레임덕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사유화로 점철된 두 달간 우리 국민이 확인한 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뿐”이라며 “국민은 대통령에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치보복수사대책위 전체회의와 경찰장악저지대책위의 ‘서울경찰청 직장협의회 간담회’에서도 잇달아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재명 때리던 비명계도 외곽 비판에 집중

외부에 대한 비판은 내부 결속으로 이어졌다. 8ㆍ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의원을 맹공하던 이른바 ‘97그룹’ 당 대표 후보들이 이날은 정부ㆍ여당 비판에 주력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 선언한 강훈식(왼쪽) 의원과 박용진 의원.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 선언한 강훈식(왼쪽) 의원과 박용진 의원. 중앙포토

지난 3일 당 대표 출마선언문에서 이 의원에 “기본과 상식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던 강훈식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 데 대해 “불편하다고 소통의 통로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대통령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정운영을 마구잡이로 하는 모습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한다. 숨쉬기조차 힘들어한다”고 직격했다. 다만 박 의원은 “이재명 의원이 지금은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지만 허망한 안방 대세론에 불과하다”며 이 의원 비판도 이어갔다.

이런 모습은 6·1 지방선거 참패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달 상황과 정반대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데드 크로스’에 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분당’ㆍ‘공멸’ 같은 거친 단어가 오갔다. 친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여전히 이 의원 비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난달 내홍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권 분열에 따른 반면교사라는 해석도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하는 한 의원은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중징계를 두고 내전을 벌여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나”라며 “아무리 우리가 당권을 놓고 싸우는 상황이라고 해도, 국민의힘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김상선 기자

최대 쟁점이었던 전당대회 룰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진 상황도 당내 갈등이 가라앉은 요인으로 꼽힌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비명계에선 이 의원 출마를 막기 위해 사퇴에 협박까지,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썼다”며 “이제 룰도 정해졌고,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이 생긴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오는 17~18일로 예상되는 이 의원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양측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현재 친명ㆍ비명 갈등은 휴전 상태지만 이 의원 등판 시 얼마든지 재개될 수 있다”며 “특히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탈한 지지층을 ‘선명한 야당’을 내세워 가져갈지, ‘중도 야당’으로 끌어올지를 두고 노선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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