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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김치' 외면받던 中김치 돌아오나? 5월 수입 역대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월 김치 수입이 같은 달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김치 수입액은 7184만9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전년 동기 대비)를 넘기 시작한 5월 김치 수입액은 168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나 급증했다. 5월 기준으로는 수입액ㆍ수입량 모두 역대 최대다.

한국에 들어오는 수입 김치는 중국산이 99.9%를 차지한다. 지난해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이른바 ‘알몸 김치’ 동영상 파문으로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며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중국산 김치의 수입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업계에서 파악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식 수요가 늘고,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물가가 치솟으면서 중국산 김치의 가격경쟁력이 다시 부각됐다. 식당이나 급식에 납품하는 김치의 경우 국산 가격이 중국산보다 3배가량 비싸다. 직접 김치를 담그려 해도 주요 김치 재료 가격이 급등해 부담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배추(55.7%, 이하 중품 기준 도매가)ㆍ무(39.3%)ㆍ열무(71.5%)ㆍ대파(64.7%) 등이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많이 뛰었다. 가뜩이나 인건비ㆍ임대료 부담이 큰 영세 식당 입장에서는 국내산 김치를 고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현지의 김치 생산단가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수입액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위안화 대비 원화가치는 1년 전보다 10%가량 떨어졌는데, 같은 제품을 수입하더라도 그만큼 더 많은 원화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수입산 김치에도 단계적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ㆍ해썹)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수입 김치에 대한 안전관리가 강화되면서 중국산 김치를 기피하던 분위기가 다소 완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앞으로도 한동안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하영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이 많아진다”라며 “물가에 민감한 가정주부는 식자재 마트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기도 하는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한국 김치 산업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폭염ㆍ장마가 있는 7~9월이 문제인데, 김치를 담글 재료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국산 김치 가격은 더 비싸질 수 있는 만큼, 당국에서 김치 원재료 수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산과 중국산은 사실상 별개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김치 수입량만 놓고 보면 4월까지는 전년 대비 감소했기 때문에 김치 수입 증가 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12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던 김치 무역수지는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917만3000 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김치 무역수지는 5월까지 634만4000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5월까지 수입액은 늘고, 수출액은 지난해 7415만2000달러에서 올해 6550만5000달러로 줄어든 여파다.

이에 대해 김재형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김치 수출 감소는 최대 수입국인 일본을 비롯해 주요국의 경기가 침체하고, 지난해 김치 수출이 크게 증가한 기저효과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라며 "추세적으로는 문제되지 않은 상황이고,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무슬림을 위해 할랄 인증을 받고, 젓갈을 넣지 않은 이른바 '비건 김치'나 휴대가 편한 캔 김치 등 제품을 다변화하는 등 김치 수출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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