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도·역사적 가치 따져봤죠, TV 프로그램도 국가기록·세계유산 되네요
기록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줍니다. 사람들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주며 현재의 사람들이 이를 바탕으로 교훈 삼거나 고쳐나가야 할 점을 알게 되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쓰거나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합니다. 이 기록들을 통해 예전 일들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나는 어떤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죠. 이렇게 기록은 나와 우리 사회를 알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지효(경기도 이매중 1)·홍예원(경기도 신리초 5) 학생기자·고명성(서울 강명초 6·왼쪽부터) 학생모델이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서 우리나라 중요 기록물의 복원·보존·관리 과정을 알아봤다.
우리나라에 중요한 기록물들을 모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기록원이죠.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미래의 소중한 자산인 기록을 안전하게 전승하기 위해 기록관리 정책을 총괄하고 주요 국가기록물을 수집·보존·관리해요. 우리나라는 1969년 총무처 소속 ‘정부기록보존소’를 설립해 정부의 영구보존대상 문서·도면·카드 등을 집중 보존·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정부기록보존소가 ‘국가기록원’으로 명칭이 변경되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기본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 공공 및 주요 민간·해외 기록물의 수집·보존·관리·활용, 기록정보자원의 편찬, 콘텐트 구축 및 대국민 서비스 제공,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 지도·지원·교육 및 평가를 하고 있어요.
국가기록원은 대전에 행정기록관 본관과 대전청사가 있으며, 부산 연제구에 역사기록관, 경기도 성남시에 나라기록관이 있습니다. 행정기록관 본관은 2013년 정부대전청사 서현관에 자리 잡은 충청·전라·제주 권역 기록물의 수집·보존·활용 전문시설이에요. 13개 보존서고(서가길이 28.7km)를 갖춰 80만 권의 기록물을 보존할 수 있죠. 정부대전청사 내에 있는 행정기록관 대전청사는 10개 보존서고(서가길이 24.66km)가 있습니다.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은 나라의 보석과 같은 소중한 역사기록물을 보존한다는 의미로 ‘보석함’을 모티프로 설계됐다.
1984년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기록물 전문 보존시설로 건립된 역사기록관은 2008~2010년 리모델링을 통해 첨단 보존 인프라를 확충했죠.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생산한 문서·간행물 등 약 150만 점을 26개의 서고(서가길이 38.53km)에 보존해요. 세계 기록보존 선진시설을 벤치마킹해 2007년 만든 나라기록관은 81개 보존서고(서가길이 237.32km)를 두고 서울·인천·세종·경기·강원 권역의 중요 기록물을 수집·보존·활용하죠. 또 각종 기록문화 강좌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요.
기록물과 기록유산
이 선생님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관해 묻자 예원 학생기자가 “세계문화유산은 들어봤는데 세계기록유산은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어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전 세계에 있는 중요한 기록물들을 보존해 후대에 전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유네스코 사업이에요.”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에서 보스니아국립도서관에 보관된 150만 권의 도서가 폭격을 받아 15만 권이 넘는 희귀본과 필사본이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이를 계기로 유네스코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2007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세계 유일의 현전 대장경판이다. 문화재청
기원전 13세기경 페니키아(현재 레바논 일대)인들이 발명해 석관·금속 등에 새겨놓은 알파벳 기록물인 ‘페니키아 알파벳’, 기원전 1400~1100년 사이 중국 고대의 후기 상(商)(또는 은(殷)) 왕조대의 사람들이 점을 치고 신에게 복을 빌 때 사용했던 ‘갑골문’, 메르세데스-벤츠 설립자인 카를 벤츠가 1886년 제출한 ‘휘발유 엔진 작동 장치가 부착된 차량’에 대한 특허 문서 등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어요.
명성 학생모델이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은 어떤 게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총 16개예요.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동의보감』, 『일성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유교책판,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조선왕실 어보·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조선통신사 기록물 등이 있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4번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어요.

국가기록원의 기록들
지효 학생기자가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을 둘러보다 영상기록물 하나를 가리키며 “TV 볼 때 자료 화면으로 이런 영상들이 나온 걸 기억해요”라고 했어요. 바로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었죠.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고 가족들이 각지로 흩어졌어요. 휴전선이 생기며 만나지 못하게 된 경우를 포함해 ‘이산가족’이라고 하죠. 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KBS가 1983년 6월 30일 밤 10시 15분부터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생방송한 비디오 녹화원본 테이프 463개 등 2만522건의 기록물이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기록유산으로 인정받았어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을 보고 기록물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정다운 학예연구사가 찾아왔죠.
지효 국가기록원 보존시설 중 기록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어디인가요.
지난해 기준, 나라기록관이 총 909만5667철로 가장 많이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어요. 역사기록관은 151만7437철, 행정기록관은 본관 서고 91만2369철, 청사 서고 40만1262철을 가지고 있죠.
예원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어떤 일을 하나요.
공공기관에서 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 및 보존, 서비스 등의 전문 업무를 수행하는 기록물관리 전문가예요. 국가기록원 등 국가·민간기관, 각급 학교, 기업 등에서 일하죠. 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기록학 과정이 있는 대학원에서 기록관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거나 기록관리학 학사학위·역사학 또는 문헌정보학 학사학위 이상 취득한 사람이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록관리학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기록원 주관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해야 해요. 국가기록원에서는 기록물관리 외에도 복원 전문가, 보존 환경 전문가, 전산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일합니다.

오지효·홍예원 학생기자·고명성(왼쪽부터) 학생모델이 서울·인천·세종·경기·강원 권역의 중요 기록물을 수집·보존·활용하는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을 방문했다.
지효 국가기록원 직원이 되려면 역사·문화 공부 외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국가기록원에는 기록·학예·공업·보건연구직을 포함한 연구직과 행정직·사서직 등 다양한 공무원들이 일하며 일에 따라 습득해야 하는 지식 차이가 있어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소양을 갖추는 건 기본이고 기록물관리를 위해서는 기록관리학·역사학·문헌정보학, 기록보존을 위해서는 임업·화공·물리·환경공학, 기록물 복원을 위해서는 문화재보존학, 전자기록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위해서는 컴퓨터공학 등의 지식이 필요해요.
명성 도난 방지를 위한 시설이 있는지, 화재 시엔 기록물을 어떻게 옮기는지 궁금해요.
보존시설에는 CCTV와 적외선 감지기를 통해 감시하며 출입통제 시스템을 통해 출입인원을 통제하고, 비밀서고는 지문인식기를 추가로 도입해 출입을 제한하죠. 또한 기록물에 RFID(기록물별 고유코드 전자태그를 부착해 무선신호로 정보를 인식·식별하는 기술) 태그를 부착해 반·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무단 반출 시 경보와 함께 청원경찰이 출동해요. 화재를 대비해서는 서고 내 자동화 가스식 소화 설비가 구축돼 있고, 재난상황에 대비해 비상재난대비 계획을 수립·운영하며 인근 소방서와 주기적으로 화재 진압 훈련도 하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직원들에게 기록물 반출 등의 임무를 부여하고 안전한 곳으로 임시 이송·보관하도록 합니다.
예원 기록물 저장공간이 부족해지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원본 관리가 중요하며 중요한 비전자기록물은 디지털화를 통해 이중보존해요. 보존기간이 경과한 기록물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가치 평가 후 보존가치가 낮은 기록의 폐기를 통해 서고 보유공간을 확보하죠. 그럼에도 원본 종이문서, 행정박물 등의 보존공간은 반드시 필요해 서고를 신축·증축하는 방법으로 국가 중요 기록물을 보존해요.

조은혜 복원관리과 학예연구사(왼쪽에서 둘째)가 학생기자단에게 나라기록관 복원실의 역할을 설명했다.
기록물을 보존·관리하려면
이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서 기록물들이 어떻게 보존·관리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각지에서 운반 차량을 통해 하역장으로 들어온 기록물들은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임시서고로 이동하게 돼요. 인수·정리실에서 이관 목록과 실물이 정확히 맞는지 검수하고 인계인수서와 인수 목록을 공문으로 통보한 다음, 임시서고에서 기록물을 정리해 등록한 뒤 서고에 배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소독실에서는 생산기관에서 보관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충·미생물·곰팡이 등을 제거해 서고에 입고해서 기록물 보존수명을 연장합니다. 탈산처리실은 종이기록물의 산성화를 방지하기 위해 종이기록물을 알칼리성 화학약품으로 중화 처리하거나 산성화 예방 처리해 보존수명을 연장하는 작업을 해요. 이외에도 기록물을 정리하는 제본실, 전자매체에 저장된 기록물을 복제·복구하는 전자매체실 등이 있어요.

기록물의 훼손 정도를 파악하고 복원 처리 계획을 세우는 상태 조사실 모습.
소중 학생기자단은 국가기록원의 다양한 작업실 중 복원실과 시청각실을 찾았어요. 복원실은 종이재질로 된 기록물 중 보존가치와 활용도가 높고 훼손이 심한 기록물을 복원하는 곳이에요. 엄숙한 분위기에 명성 학생모델과 지효·예원 학생기자가 조용히 안으로 들어와 조은혜 복원관리과 학예연구사를 만났죠.
“훼손된 기록물의 손상 원인을 제거하고 보존성을 향상해 훼손 전 상태로 되돌리는 걸 기록물 복원이라고 해요. 기록물의 상태를 조사해 훼손 정도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누는데, 1등급은 복원이 필요 없는 것, 2등급은 복원이 시급하지 않은 것, 3등급은 복원 처리가 시급한 것이에요. 3등급 중에서도 보존 가치가 높은 중요한 기록물들을 복원실에서 처리하죠.” 먼저 정밀한 상태 조사를 통해 해당 기록물이 어떤 요인에 의해 훼손됐는지, 어떤 조처를 하는 게 적합한지 등의 복원 처리 계획을 세웁니다. 그 후 대상 기록물들을 낱장으로 만드는 ‘해철’ 작업을 하죠.

새마을운동 기록물 복원 작업을 위해 부드러운 붓을 이용해 오염 물질을 털어내고 있다.
조 학예연구사가 “기록물이 찢어졌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조치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라고 물었어요. 지효 학생기자가 “테이프를 붙여요”라고 답했죠. “테이프가 편리하긴 하지만 테이프를 붙인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종이에 스며들어 갈색으로 변하면서 딱딱하게 경화돼요.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주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생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건식클리닝’과 ‘습식클리닝’을 실시하죠. 건식클리닝은 지우개 파우더나 클리닝용 스펀지 등을 이용해요. 습식클리닝은 초순수(불순물이 거의 없는 물)에 담그거나 뿌려서 오염물질을 물에 녹여 제거하는 방법이에요.”
예원 학생기자가 “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하면 글씨가 번지지 않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먹이나 유성펜은 번지지 않지만 수성펜은 번지겠죠. 그래서 습식클리닝은 각별히 주의해야 해요. 복원 처리 전 상태 조사를 통해 해당 기록물이 어떤 재질, 재료로 쓰였는지 파악하고 처리 방법을 결정해요.” 이후 찢어지거나 결손된 부분은 보존성이 좋은 한지로 보강해줘요. 이때는 밀가루에서 단백질을 제거하고 전분만 남겨 제작한 소맥전분풀 등 가역성(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성질) 있는 접착제를 쓰죠.

조은혜 복원관리과 학예연구사는 항상 같은 온도·습도를 유지해 완벽한 복원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복원 작업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원 작업만큼 복원 환경도 중요해요. 복원실에는 2대의 항온항습기가 항상 가동되죠. 항상 같은 온도·습도를 유지 시켜주는 장치로 이곳은 늘 온도 영상 21도, 습도 45~55%를 유지합니다. 더위를 잊고 복원 작업 모습을 보던 명성 학생모델이 “이건 어떤 기록물이에요?”라며 궁금해했죠. “1970년부터 진행된 새마을운동에 관한 기록물이에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죠. 건식 클리닝으로 작업하며 부드러운 붓과 스펀지를 이용해 표면에 있는 오염 물질을 털어내거나 흡착시키고 있죠.” 예원 학생기자가 작업 책상마다 놓여진 1.5kg 아령을 보고 신기해했어요. “아령은 기록물 복원 작업을 할 때 기록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해요. 다른 물건을 쓸 수 있지만, 아령이 어느 정도 무게인지 알 수 있고 손으로 잡기도 편해서 주로 사용합니다.”

복원실에선 기록물의 찢어지고 결손된 부분을 보강하는 한지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
명성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특수한 기술을 지녀야 하나요.
우선 문화재보존학 등 관련 학과를 나와야 하죠. 여기 복원실 직원분들은 문화재 복원 경험이 5년 이상이에요. 기록물 보존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죠.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바로 복원 작업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 이전에 복원 작업 경험이 있어야 하죠.
지효 훼손이 심한 종이기록물은 복원 과정을 거쳐 어떻게 보관되나요.
복원 처리가 완료되면 탈산 작업을 해요. pH(산성도)가 7이면 중성인데, 검사를 통해 pH가 7 이하로 산성화된 경우 탈산제를 뿌려서 중성화하죠. 그다음 중성 상자에 담아 서고에 보관해요. 건물 전체에 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지능형 빌딩 시스템) 운영으로 중앙통제시스템에 의한 24시간 항온항습설비의 원격관리가 가능하고, 서고 내부 무독성·내화처리·자외선차단램프 시스템을 운용해 기록물 보존에 최적의 환경을 만듭니다.

복원 처리가 완료된 기록물은 pH측정기를 사용해 산성도를 파악한 뒤 탈산 작업을 통해 중성화한다.
예원 복원 처리 일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종이기록물 복원은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서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해나가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긴장 속에 작업하죠.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효 하나의 기록물을 복원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기록물 손상 상태에 따라 달라요. 다만, 평균적으로 기록물 1장을 복원 처리하는데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려요. 상태가 너무 나쁘면 최대 한 달 정도 걸릴 때도 있죠. 보통 기록물 한 권(300장)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1년 정도예요.

영화필름 디지털화 변환실에 있는 ‘텔레시네’를 통해 ‘대한뉴스(대한늬우스)’ 영상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
복원실을 나온 소중 학생기자단이 최근창 복원관리과 주무관과 함께 시청각실을 둘러봤죠. “영상기록물을 디지털 보존·처리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에요. 다양한 매체들이 있는데, 크게 영화필름·비디오테이프·오디오테이프·사진필름으로 구분합니다.”
시청각실 내 영화필름 디지털화 변환실에서 ‘대한늬우스’라고 불린 1960~70년대 ‘대한뉴스’ 필름이 돌아가고 있었어요. 최 주무관이 필름을 영상 장비로 볼 수 있게 하는 기계인 ‘텔레시네’에 ‘대한뉴스’ 필름을 끼우고 작동시켰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필름을 실제로 처음 봐요” “필름에 영상이 담겼다는 게 신기해요”라고 입을 모았어요. “모니터를 통해 필름 영상을 확인하고, 동시에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영화필름 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열화(절연체가 나빠지는 현상)나 색이 발하는 문제가 발생해요. 디지털 작업을 하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부분을 찾아내죠.”

필름을 다시 감는 ‘되감기’ 작업을 통해 떨어진 장력을 살리고 필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디지털화 이전에 필름 상태 검사는 필수입니다. 필름은 롤에 묶여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풀려 장력(당기거나 당겨지는 힘)이 떨어져요. 필름을 다시 감는 ‘되감기’ 작업을 통해 떨어진 장력을 살리죠. 이후 찢어지거나 끊어진 곳은 수선 작업을 하고, 화학약품이 담긴 세척 장비를 통해 먼지·이물질을 제거해요. 작업이 완료되면 필름 디지털화를 진행하죠.
“여러분, 비디오테이프를 본 적 있나요?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이 사용했는데 이후 CD와 DVD가 나왔고,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게 됐어요. 나라기록관에는 다양한 비디오테이프가 있어요. 테이프 종류마다 재생하는 장비가 달라서 나라기록관은 많은 장비를 준비해 작업하죠. 비디오테이프 디지털화는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요. 실제 매체의 재생시간과 디지털화 소요시간도 동일하다고 보면 돼요.”

비디오테이프 디지털 변환실에서는 다양한 재생 장비를 통해 비디오테이프 내용을 확인한다.
비디오테이프 디지털 변환실에는 가정용으로 많이 사용돼 익숙한 VHS(가정용 비디오 시스템)뿐만 아니라 DigiBetacam(디지털 베타캠), Betacam SP(베타캠 SP), HDCAM(HD용 테이프), DVCAM(전문가용 캠코터 테이프) 등이 있어요. “비디오테이프는 종류가 정말 많아요. 비디오 종류에 따라 재생 장비(플레이어) 이름도 다른데, 베타캠 테이프를 재생하는 장비는 ‘베타캠 플레이어’라고 부르죠.” 최 주무관이 베타캠 플레이어에 베타캠 테이프를 넣자 화면에 영상이 재생됐어요.
변환실에서 다양한 비디오테이프를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보면서 소중 학생기자단은 “요즘은 유튜브 등에서 재생 버튼만 누르면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예전엔 영상이 저장된 비디오테이프가 있고 각각에 맞는 재생 장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돼 놀라워요”라며 신기해했어요.

고명성 학생모델·오지효·홍예원 학생기자(왼쪽부터)가 각각 처음 본 DVCAM, 필름, VHS테이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지효 시청각기록물로 분류되는 자료는 어떤 자료인가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느낌을 담을 수 있는 기록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물을 시청각기록물로 분류해요. 특히 대통령 해외 순방, 국가 중요 행사 관련 자료 등을 시청각기록물로 남기게 되어 있어요.
명성 디지털로 변환하지 않는 기록물도 있나요.
세계적으로 매체 종류가 300개가 넘고, 각각 전용 장비가 다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어요. 다만,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한 모든 시청각 기록물은 전용 장비를 구비해 디지털화할 수 있죠.

최근창 복원관리과 주무관(가운데)은 “시청각실에서 과거 기록물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가장 보람찼다”고 말했다.
명성 현대의 기록물은 모두 디지털화 기록물만 보관하나요.
저희가 디지털화를 하면 실물 매체도 같이 보존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유튜브가 없어서 기록물을 따로 파일 저장장치에 보관하곤 했어요. 지금은 유튜브에 영상을 쉽게 업로드 할 수 있고, 영상 품질을 향상할 기술도 나왔죠. 그래서 미래에 더 좋은 품질로 디지털화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실물 매체와 디지털화한 기록물을 같이 보존합니다.
예원 시청각실에서 일하시면서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과거 기록물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는 게 가장 보람찼어요. 비디오·오디오테이프에 담긴 정보는 일반인이 전문 장비 없이 확인하기 힘들죠. 하지만 디지털화하면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휴대전화 등을 통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기록물을 계속 보존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죠. 그런 점이 일하면서 뿌듯해요.

기록해 평생 보관하고 싶은 나의 특별한 순간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서 기록물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자세히 알게 됐어요. 특히 기록물 보관의 삼엄한 경보 시스템은 기록물들을 얼마나 소중하고 엄중히 관리하는지 느낄 수 있었죠. 복원실에서 항상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한다는 것도 세심한 부분으로 느껴졌죠. 비디오테이프와 필름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많이 사용됐는데, 이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 우리의 기록들이 후대에 전해지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명성(서울 강명초 6) 학생모델
저는 3년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간 적이 있어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은 어떤 곳인지 궁금했습니다. 건물 입구에서 체감되는 큰 규모에 완전 기대 반 설렘 반이었어요. 복원실에선 기록물을 복원하는 데 상태 조사가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됐죠. 이를 통해 복원 방법을 정하거든요. 예전에 레트로 전시관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본 적 있는데 이번에 다양한 비디오테이프와 영화필름을 처음 보고, 직접 들어보기도 해서 신기했어요. 나라기록관을 만든 게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기록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훼손되지만, 기록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 감동이었어요.
오지효(경기도 이매중 1) 학생기자
취재 전에는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이 역사자료를 기록·보관하는 곳인 줄만 알았습니다.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훼손된 자료를 복원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죠. 훼손된 종이기록물을 복원하는 과정은 어렵고, 매우 섬세했어요.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하는 분들이 얼마나 노력하시는지 깨달았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본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 문화재뿐 아니라 우리 일상 속 기록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잘 지키고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예원(경기도 신리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