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사치"…‘헤어질 결심’ 탕웨이가 택했다, 최고장면 그곳 [GO로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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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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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이어폰을 나눠 끼고 녹취 음성을 듣는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의 모습이다. 이 고즈넉한 사찰 장면은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촬영했다. 사진 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이어폰을 나눠 끼고 녹취 음성을 듣는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의 모습이다. 이 고즈넉한 사찰 장면은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촬영했다. 사진 CJ ENM

“여기저기서 찍었다. 동해와 서해에서 찍어서 한 장소처럼 합쳤다. 제가 이 영화에서 누릴 수 있던 커다란 사치 중 하나였다. 이 영화는 ‘아가씨’처럼 세트를 지을 성격의 영화가 아니라서 그 제작비로 로케이션하러 다녔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의 로케이션에 대해 밝힌 말이다. 주연배우 탕웨이 역시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듯이 돌아다녔다”고 회상했다. 그 매혹적인 장소들, 대체 어디였을까. ‘헤어질 결심’을 본 뒤 여행할 결심이 섰다(*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구소산 기름봉은 없다

변사 사건이 발생한 부산의 구소산 기름봉은 가상의 공간이다. 실제로는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촬영했다. 암벽등반 장면에서 뒤로 보이는 도심은 도봉산 정상에서 찍은 서울 풍경을 합성한 것이다. 사진 CJ ENM

변사 사건이 발생한 부산의 구소산 기름봉은 가상의 공간이다. 실제로는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촬영했다. 암벽등반 장면에서 뒤로 보이는 도심은 도봉산 정상에서 찍은 서울 풍경을 합성한 것이다. 사진 CJ ENM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변사 사건이 발생한 뒤 형사 ‘해준(박해일)’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요 배경은 부산 그리고 부산 인근의 해안마을 ‘이포’로 설정돼 있다.

그럼 변사 사건이 발생한 영화 속 ‘구소산 기름봉’은 실제 부산에 있을까. 사실 구소산 장면은 강원도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촬영했다. 변사체가 널브러진 땅 밑에서 형사들이 올려다보던 깎아지른 절벽이 범바위다. 형사 해준과 ‘수완(고경표)’이 기름봉을 암벽 등반해 오르는 장면에서 뒤로 보이는 도심은 도봉산 정상에서 찍은 서울 풍경을 합성해 완성했다. 하늘에서 기름봉을 내려다보는 장면도 정교한 CG로 탄생했다. 실제 영랑호 범바위는 ‘속초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풍광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는 138층 높이로 묘사되는데, 실제 범바위는 야트막해 영랑호 리조트에서 5분이면 오를 수 있다. 범바위 언덕에서 영랑호의 장쾌한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박해일과 탕웨이 거닐던 빗속의 사찰

커다란 법고를 사이에 두고 교감을 나누는 서래와 해준. 이 기막힌 구도의 장소가 송광사 종고루다. 사진 CJ ENM

커다란 법고를 사이에 두고 교감을 나누는 서래와 해준. 이 기막힌 구도의 장소가 송광사 종고루다. 사진 CJ ENM

형사와 사건의 용의자로 만난 해준과 서래는 수사 과정에서 서로에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두 주인공이 경찰서를 벗어나 빗속 밀회를 가졌던 장소가 바로 전남 순천의 송광사다.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등과 함께 조계종 ‘5대 총림’에 꼽히는 명찰이다.

커다란 법고(法鼓)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서 북 소리로 교감하는 해준과 서래. 김지용 촬영감독과 탕웨이가 ‘최고의 한 장면’으로 꼽는 대목인데, 송광사의 종고루에서 촬영했다. 천왕문을 지나 송광사 경내로 들어서는 초입에 종고루가 있다.

송광사 섭외는 당연히 쉽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박해일이 송광사 방장 스님을 직접 설득해 촬영 허가를 받았단다. 박해일은 승려를 연기한 영화 ‘나랏말싸미’에 이어 송광사와 두 번째 연을 맺었다. 당시 송광사 촬영에 앞서 실제 스님과 삭발식을 치르기도 했다.

송광사 일주문에서 바라본 경내의 모습. 송광사는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 덕에 사계절이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중앙포토

송광사 일주문에서 바라본 경내의 모습. 송광사는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 덕에 사계절이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중앙포토

천년 고찰 송광사는 아름다운 사찰로 유명하다. 조계산(884m) 서쪽 기슭에 자리해 있는데, 봄에는 화사한 벚꽃이,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경내에 드리운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조계산 굴목이재(굴목재)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갯길로 통한다. 법정(1932∼2010)의 수도 도량이었던 불일암도 송광사 품에 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남해군 서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럭셔리 리조트 '아난티 남해'. 영화에서 서래와 두번째 남편의 도피처로 등장한다. 사진 아난티

남해군 서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럭셔리 리조트 '아난티 남해'. 영화에서 서래와 두번째 남편의 도피처로 등장한다. 사진 아난티

‘헤어질 결심’에서 또 다른 변사 사건이 벌어지는 이포의 호화 저택은 어디일까. 서래와 남편(박용우)이 도피처로 삼았던 저택은 럭셔리 리조트로 이름난 아난티 남해에 있다. 아난티 남해에서도 단 한 채밖에 없는 200평 규모의 독채 빌라 ‘더 하우스’다. 프라이빗 풀과 스파 등이 마련돼 있는 이층집이다.

경남 남해군 아난티 남해 리조트 앞 갯바위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사진 CJ ENM

경남 남해군 아난티 남해 리조트 앞 갯바위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사진 CJ ENM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해준과 서래가 명대사를 주고받던 갯바위도 아난티 남해 앞 풍경이다. ‘더 하우스’는 회원 전용 공간이어서 아무나 쉬어갈 수 없지만, 그 아래 해안 산책로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남해의 푸른 바다와 갯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일반 객실은 비회원도 머물 수 있다. ‘펜트하우스 C(35평)’ 타입 평일 기준 1박 46만원이다.

두 산을 합쳤다, 세 바다를 합쳤다

후반부 바다와 일몰 장면은 강원도 삼척 부남해변, 충남 태안 학암포 해변과 마검포 해변의 풍경을 섞어 완성했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해변 모습은 학암포의 실제 풍경에 CG를 가미해 완성했다. 사진 CJ ENM

후반부 바다와 일몰 장면은 강원도 삼척 부남해변, 충남 태안 학암포 해변과 마검포 해변의 풍경을 섞어 완성했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해변 모습은 학암포의 실제 풍경에 CG를 가미해 완성했다. 사진 CJ ENM

해준과 서래가 눈 내리는 밤 찾았던 ‘호미산’은 가상의 공간이다. 탐방로는 부산 금정산(802m) 일대에서, 정상 모습은 강원도 정선 몰운대 언덕에서 촬영했다. 몰운대 절벽 위에는 오백 년 묵은 노송이 있는데, 이 앞에서 박해일과 탕웨이가 키스신을 촬영했다.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해변과 일몰 풍경은 동해와 서해를 오가며 찍었다. 강원도 삼척 부남해변, 충남 태안 학암포 해변과 마검포 해변이다. 서래가 몸을 숨기기 위해 모래사장 위 갯바위를 헤집고 다니는데, 실제 학암포 해변의 갯바위를 활용해 찍었다. 삼척 부남해변은 동해안 스노클링 성지로 통하는 명소다. 수심이 얕고, 크고 작은 바위에 둘러싸여 물살이 잔잔한 편이다. 마검포는 솔숲이 뒤를 받치는 아담한 해변으로 캠핑족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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