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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대이동…‘안전자산’ 채권에 올들어 5조 넘게 몰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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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퍼지면서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우울한 상반기를 보내자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가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는 장외 채권 시장에서 5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이른바 ‘역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다.

10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장외 채권 시장에서 5조66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6928억원)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반대로 증시 자금은 쪼그라들었다. 개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21조178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58조4184억원)보다 64% 줄었다.

연초 이후 국고채 금리 추이

연초 이후 국고채 금리 추이

채권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싸지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을 저가 매수할 수 있다. 새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가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채권 금리는 고공행진했다. 올해 초 2.325%였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3.379%(8일 기준)로 올랐고, 채권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내 우량 기업의 회사채 수익률은 연 4%를 넘었다. 금투협 최종호가 수익률 기준 지난 8일 회사채(무보증 3년) AA- 등급의 금리는 연 4.186%였다. 지난해 말(연 2.415%)보다 1.771%포인트 올랐다.

회사채의 이자 지급 주기는 일반적으로 3개월로, 만기까지 발행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의 자금은 회사채로 몰렸다. 올해 들어 8일까지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2조92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586억원)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개인의 전체 채권 순매수 규모 가운데 회사채(2조9263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였다.

채권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채권 ETF 57개에는 올해 들어 총 2조4089억원의 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ETF 301개에서 2조563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므로 시장 금리의 변동성이 높아질 때마다 장기물 국채 위주의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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