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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에 5조 몰렸다…주식서 17조 뺀 동학개미 투자한 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퍼지면서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우울한 상반기를 보내자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가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는 장외 채권 시장에서 5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이른바 ‘역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퍼지면서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우울한 상반기를 보내자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장외 채권 시장에서 5조6669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6928억원)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연합뉴스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퍼지면서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우울한 상반기를 보내자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장외 채권 시장에서 5조6669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6928억원)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연합뉴스

10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장외 채권 시장에서 5조66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6928억원)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반대로 증시 자금은 쪼그라들었다. 개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21조178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58조4184억원)보다 64% 정도 줄어든 셈이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도 올해 초 72조원에서 지난 7일 기준 55조원으로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은행 예금 같은 안전 자산에서 증시와 부동산 등 위험 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것을 '머니무브'라고 한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반대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안전 자산에 다시 돈이 몰리는 역 머니무브가 일어난다. 채권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싸지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을 저가 매수할 수 있다. 새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가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공포 등을 이유로 답답해진 전 세계 증시도 역머니무브를 가속화했다.

연초 이후 국고채 금리 추이

연초 이후 국고채 금리 추이

지난 8일 기준 다우존스지수(-14.34%), S&P500(-18.7%), 나스닥(-26.51%)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올해 들어 14~26% 급락했고, 코스피도 21.35% 내렸다. 반면 채권 금리는 고공행진했다. 올해 초 2.325%였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3.379%(8일 기준)로 올랐고, 채권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내 우량 기업의 회사채 수익률은 연 4%를 넘었다. 금투협 최종호가 수익률 기준 지난 8일 회사채(무보증 3년) AA- 등급의 금리는 연 4.186%였다. 지난해 말(연 2.415%)보다 1.771%포인트 올랐다.

회사채의 이자 지급 주기는 일반적으로 3개월로, 만기까지 발행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의 자금은 회사채로 몰렸다. 올해 들어 8일까지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2조92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586억원)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개인의 전체 채권 순매수 규모 가운데 회사채(2조9263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였다.

채권 전문가들은 장기채 중심으로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셔터스톡

채권 전문가들은 장기채 중심으로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셔터스톡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자 위험자산을 찾아 주식시장에 유입됐던 자금이 다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안전 자산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채권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채권 ETF 57개에는 올해 들어 총 2조4089억원의 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ETF 301개에서 2조563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경기 침체의 공포가 사라지기 전까지 채권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높은 물가와 금리 인상 등으로 민간 소비 여력도 줄었다”며“올해와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므로 시장 금리의 변동성이 높아질 때마다 장기물 국채 위주의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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