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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 돈이 될 수도 있다…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세계 [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7.10 07:00

탄소. 현 시점에서 인류의 가장 큰 적입니다. 지구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거든요. ‘탄소 중립’이 시대의 키워드가 됐지만 정말 우리는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일단 약속은 했습니다. 지난해 발효한 파리 협약이 근간(그 전에는 교토 의정서)인데요. 각국 정부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탄소 배출을 규제해야 합니다. 주로 배출 총량을 정해놓고 기업에 할당하는 방식인데요. 기업마다 배출량이 다를 테니 남으면 시장에 팔고, 부족하면 살 수도 있습니다. 이게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죠.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 김현동 기자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 김현동 기자

기업끼리 거래하는 것까지 자세히 알아야 하나 싶지만 공부는 필요합니다. 이게 돈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이미 탄소배출권 가격에 연동된 ETF가 있고, 앞으론 더 다양한 투자 상품이 나올 거니까요. 실제로 탄소배출권 ETF는 올해 초 하락장 속에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기도 했죠.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을 만나 탄소의 기본부터 투자 방법까지 공부하고 왔습니다.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듣긴 했는데요. 탄소 왜 줄여야 하나요?
“현재 지구의 평균 온도가 14.5도 정도에요. 산업화 이전엔 내내 13.5도 이하였고요. 공장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즉 탄소를 내뿜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 거죠. 파리 협약을 통해 197개국이 합의한 목표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건데요. 이제 0.5도 정도 남은 겁니다.” 
0.5도가 왜 중요한 거죠?
“지구의 평균 기온은 당뇨와 비슷해요. 이전 상태로는 못 돌아가죠. 임계치를 넘어가면 기온을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해수면이 상승할 테고,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해안도시들은 물에 잠기겠죠. 기후는 예측불가능해 질 거고요. 사실 온난화는 지구엔 해가 없어요. 문명에 해가 있을 뿐. 지구는 그냥 자정작용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인간은 힘들어져요. 그러니 막아보자고 나서는 거고, 지금이 거의 마지막 기회인 겁니다. 전부 힘을 합쳐 탄소 중립을 해야 어떻게든 멈춰볼 수 있는 거죠.”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이 온난화의 위험을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이 온난화의 위험을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그게 가능할까요?
“쉽지 않아요. 코로나 팬데믹 때도 경험을 해봤지만 심각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 일정 기간은 통제를 하고, 가게 문을 닫고 이런 게 먹히거든요. 잠깐 희생은 ‘오케이’지만 길어지면 생각이 달라지죠. 사실 탄소 중립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잖아요. 특히 제조업 국가에선 경제 현장 일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없지 않죠.” 
각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겠네요.
“협약 자체가 강제성을 가진 건 아닌데요. 지금이 위기란 컨센서스가 있는 상황이니까 제대로 참여를 안 하면 주변국으로부터 대접받기 힘들겠죠.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탄소 국경세(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에서 생산, 수입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 도입이 확산하면 실질적인 압박 효과도 있을 겁니다. 사실 신흥국 입장에선 불만이 있죠.” 
왜 그런가요?
“탄소는 축적 개념으로 봐야 하는데요. 지금이야 중국이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예전엔 유럽이나 미국이 1위였잖아요. 100년 넘게 너희가 더 많이 배출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우리 보고 더 큰 책임을 지라고 하느냐고 반박하는 거죠. 환경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인식도 차이가 있고요.”
지구온난화 이미지. 셔터스톡

지구온난화 이미지. 셔터스톡

다행히 지난해 파리협약 공식 발효 이후 분위기가 좀 달라진 거 같네요.
“트럼프 대통령 때는 지구온난화 이슈를 거짓이라 몰아붙이기도 했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과학자도 있고요. 바이든 당선 이후엔 확실히 좀 달라진 거 같아요. 지난해 중국이 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했고, 일본도 지금 한창 준비 중이고요. 인도네시아처럼 남는 배출권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한국은 준비가 잘 돼있는 편에 속하죠. 2015년 ETS를 도입했는데 EU를 제외하면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핵심은 배출권 거래제인데요. 아직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이 7억톤 정도 되는데요. 정부가 이걸 각 기업(3년간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12만5000톤 이상, 또는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2만5000톤 이상 사업장을 하나 이상 보유한 업체)에게 할당해 줍니다. 대상 기업이 700개 정도 되는데요. 할당량이 모자란 기업(더 많이 배출하는)도 있고, 남는 기업도 있으니까 서로 거래를 하게 만든 거죠.” 
그냥 세금을 매기면 될 거 같은데 왜 복잡하게 거래를 하죠?
“세금을 채택한 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은 차별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잖아요. 일률적으로 몇 퍼센트 이렇게 적용을 해야 하는데 그럼 비용으로만 생각하고, 실제 감축 노력을 안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이와 달리 거래제는 규제와 인센티브를 섞어 놓은 거죠.”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은 배출권 관련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동 기자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은 배출권 관련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동 기자

실제 거래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700여개 기업끼리만 할 수 있는 거니까 거래가 자주 발생할 거 같지는 않네요.
“주식과 비슷해요. 팔고 싶은 기업이 배출권 수량과 가격을 내고, 사는 쪽의 이해와 맞으면 거래가 체결되죠.(한국거래소가 거래시스템을 운영) 다만 한국 같은 경우는 제조업이 많잖아요. 대부분 부족하니까 거래가 많진 않죠. 그래서 지난해 말부터 증권사(20곳)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는데요. 증권사마다 보유 한도(20만톤)가 정해져 있어서 아직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거 같진 않아요.”
그래서인지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큰 거 같아요. 코로나 발생 전엔 톤당 4만원까지 올랐다가 1만5000원까지 급락하고, 올해 1월엔 3만5000원까지 상승했다가 지금은 2만원(2021년 배출권 기준) 정도인데요.
“배출량 한도는 사전에 주는데 실제 배출량은 연말에 확정이 되니까 사실 예측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남을 줄 알고 팔았는데 알고 보니 모자라다 이러면 큰 일이잖아요. 가격이 너무 출렁이면 아무래도 구매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있죠. 예측은 쉽지 않은데 또 너무 비쌀 때 사면 그것대로 문제니까요.” 
아무래도 현물 거래만 가능하니까 한계가 있군요.
“아직은 EU 탄소배출권(EU-ETS) 시장과 달리 선물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증권사 거래 허용에 이어서 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 기간(2021~2025년) 내에 선물 거래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기업의 부담도 좀 줄이고, 변동성도 축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면 기관이나 개인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은 장기적인 투자 매력이 있는 만큼 꾸준한 관심을 지적했다. 김현동 기자

홍승현 한국투자증권 카본솔루션부장은 장기적인 투자 매력이 있는 만큼 꾸준한 관심을 지적했다. 김현동 기자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TF(주로 EU-ETS 시세에 연동) 투자에 관심을 갖는 분도 많아졌어요.
“지난해 국내에 상장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꽤 상승을 했죠. 톤당 90유로까지 상승하기도 했는데 최근엔 다시 하락했고요. 탄소 이슈는 정치, 경제, 문화, 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요. 변수가 많다는 뜻이죠. 예컨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각국 정부가 배출량 규제를 완화할 수 있거든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말씀이군요.
“탄소 가격은 탄소 절감 비용과 같은 뜻이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보다 더 오를 거라고 보는 시각도 일리는 있죠. 공부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섹터인 건 분명해요. 하지만 지금이 투자에 적합한 시기인지에 관해선 의구심이 있어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행형이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졌죠. 초유의 인플레이션 국면을 지나고 있기도 하고요.”

이 기사는 7월 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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