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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훌륭한 사람봤냐" 尹에 묻혔다…도어스테핑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이 정책 업무의 절반은 국민 소통에 쓰라고 할 정도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을 만날 때마다 “일한 만큼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말도 자주 한다고 한다.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해 드리는 게 중요하다. 각별히 챙겨야 한다”고 했다. 이틀 뒤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고위 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협의회에서도 ‘정책 홍보’가 회의의 중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이런 윤 대통령의 지시에도 윤석열 정부의 정책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어스테핑에 정책 메시지 묻혀 

전문가들이 꼽은 첫 번째 이유는 공교롭게도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시작한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다. 윤 대통령이 출근할 때마다 내는 도어스테핑 메시지에 오히려 정책 메시지가 묻히는 ‘도어스테핑의 역설’을 지적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준비되고, 거기에 맞춰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메시지가 나가야 한다”며 “알맹이가 없는 상태에서 메시지가 먼저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다녀온 이후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자진 사퇴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에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며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이라고 말한 뒤 도어스테핑 자리를 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자산 매각과 경영효율와, 정부 위원회 폐지 등 주요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국민에게 더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아침 도어스테핑 발언이었다.

대통령실이 3일 공개한 나토 정상회의 순방 추가 사진. 순방 당시 민간인 신분인 이원모 비서관의 아내가 동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대통령실이 3일 공개한 나토 정상회의 순방 추가 사진. 순방 당시 민간인 신분인 이원모 비서관의 아내가 동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이슈 터질 때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부정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내놓는 해명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실에선 논란이 있을 때마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성적 대응’만으론 국민의 마음을 사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비서관 부인의 순방 동행과 인척 채용 논란에 대한 대응은 모두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며 “법적으론 맞는 말인데,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구 교수는 “당장 정부에 기분이 나쁜 국민이 정책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겠느냐”며 “리걸 마인드에서 벗어난 정서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은 우선 총리실을 중심으로 정책의 수혜층을 겨냥한 ‘마이크로 타겟팅’ 홍보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정책마다 수혜를 보는 계층을 겨냥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여러 정책을 포괄적으로 발표하니 국민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것 같다”며 “보다 세부적인 홍보 방안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했다. 김성철 교수는 “대통령실이 시간을 갖고 과거 메시지 전반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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