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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피격에 "TV 끄지 마세요"…94세 노모는 소리내 흐느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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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일본 총리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지만, 아베 주변 인사들의 공통된 걱정은 모친 요코(洋子·94)여사, 부인 아키에(昭惠·60) 여사의 슬픔의 크기다. 우선 자민당 보수세력의 '갓 마더(God mother)라 불리는 요코 여사. 요코 여사는 쇼와시대를 대표하는 보수의 거목,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장녀다. 남편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91년 별세) 전 외상.

아베 신타로의 사망 이후 뒤를 이어 1993년 첫 당선한 아베 신조가 모친인 요코 여사(오른쪽), 부인 아키에 여사(가운데)의 배웅을 받으며 고향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자택 앞에서 출근하는 사진. [사진=신쵸데일리]

아베 신타로의 사망 이후 뒤를 이어 1993년 첫 당선한 아베 신조가 모친인 요코 여사(오른쪽), 부인 아키에 여사(가운데)의 배웅을 받으며 고향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자택 앞에서 출근하는 사진. [사진=신쵸데일리]

일 언론에 따르면 요코 여사는 사건이 처음 보도된 8일 낮 집 근처 한 고령자시설에서 TV를 통해 뉴스 속보를 접했다. 자기 아들이 총에 맞은 사실 자체를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한다. 하지만 당황한 도우미가 TV를 끄려 하자 요코 여사는 그걸 제지하고 계속 뉴스를 지켜봤다. 이어 소리 내 흐느꼈다고 한다. 요코 여사는 1960년 부친인 기시 전 총리가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의 자민당 총재 당선 축하연회장에서 나오다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일부 주간지는 "요코 여사가 아들 소식을 듣고 정신 착란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아베는 소문난 효자였다. 특히 요코 여사에게는 끔찍하게 잘했다. 도쿄 시부야구의 3층 맨션 건물에 2층에 아베 부부, 3층에 요코 여사가 산다. 원래 기시 전 총리의 저택이 있던 부지에 요코 여사가 맨션을 세웠다.
지난달 14일에는 요코 여사의 94세 생일잔치를 자택에서 열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곤 "오늘은 어머니의 94세 생신. 오랜만에 3형제가 모여 옛이야기에 꽃을 피웠습니다"라고 썼다. 형 히로노부(寛信·전 미쓰비시상사 임원), 외가에 양자로 보내진 동생 기시노부오(岸信夫) 방위상 가족들이 참석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모친 요코 여사(제일 왼쪽)의 94세 생일을 맞아 지난달 아베 전 총리의 자택에 가족들이 찍은 기념사진을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모친 요코 여사(제일 왼쪽)의 94세 생일을 맞아 지난달 아베 전 총리의 자택에 가족들이 찍은 기념사진을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요코 여사가 92년 펴낸 '나의 아베 신타로-기시 노부스케의 딸로서'를 보면 얼마나 아베 전 총리에게 건 기대가 컸는지를 알 수 있다. 총리 0순위라 불리던 남편(신타로)을 67세에 췌장암으로 떠나보낸 뒤 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 신조를 총리로 만드는 일이었다.

책에서도 "우리 일족은 총리대신 3명, 외무대신 2명을 배출했다"며 '가문의 자존심'이란 표현을 썼다. 요코 여사는 아들의 손을 끌고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 등 정치권의 실력자를 찾아가 "제 아들 신조를 제대로 된 정치가로 키워주십시오"라 고개를 숙였다. 가문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희생했다.
요코 여사는 아들이 두 번에 걸쳐 총리직을 끝낸 뒤에도 폐와 위장계통이 약한 가족력을 의식, 며느리인 아키에 여사를 통해 아베 전 총리의 건강을 꼼꼼히 챙겨왔다고 한다.

8일 나라(奈良) 현립 의과대학 병원에서 남편의 시신을 영구차에 싣고 9일 낮 도쿄의 자택으로 돌아온 아키에 여사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9일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싣고 나라현립 의과대학 병원을 떠나 자택으로 향하는 부인 아키에 여사

9일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싣고 나라현립 의과대학 병원을 떠나 자택으로 향하는 부인 아키에 여사

교도통신은 10일 "아키에 여사는 8일 병원에 도착한 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향해 '신짱(아베 총리의 애칭), 신짱'을 계속 외치며 회복을 기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착 7분 만에 임종을 선고받은 뒤 아키에 여사는 쓰러져 울었다고 일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난달은 두 사람의 결혼 35주년이었다.
'가정 내 야당'을 자처하며 아베 전 총리에게 직언을 하던 아키에 여사는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남편을 향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주변 인사들은 "자식이 없어 남편에게 모든 걸 의지하던 아키에 여사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아키에 여사는 6년 전 에세이 작가 사카이 준코(酒井順子)와의 대담에서 아이 없이 정치인 아베의 부인으로 살면서 겪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때마다 아키에 여사에게 자상하게 손을 뻗어준 사람은 남편이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조깅을 즐기는 모습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조깅을 즐기는 모습

아키에 여사는 11일 자택에서 친척과 지인들이 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쓰야(通夜·밤샘), 12일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사찰 조죠지에서 치르는 장례식에서 상주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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