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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수퍼리치가 주목하는 예술과 투자의 세계, 불가리 하이 주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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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가 시즌마다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는 패션쇼를 하듯 명품 주얼리 브랜드도 매년 행사를 연다. 주로 이 주얼리를 실제로 살 수 있는 소수의 VIP가 대상이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잘 열리지도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세계적인 스타들을 초대한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고, 이 소식이 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며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지난달 초 블랙핑크 리사가 참가했던 하이엔드 주얼리&워치 브랜드 '불가리'의 프랑스 파리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정학 불가리코리아 대표 인터뷰

하이 주얼리(High jewelry)는 최상의 원석과 소재를 활용해 만든 최고급 보석 장신구를 말한다. 가격은 낮게는 수천만 원에서 보통 수십억 원. 수퍼리치 사이에선 일찍이 투자 가치 있는 예술품이자,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상속의 수단으로 통했다. 최근엔 명품의 폭발적인 인기 속에 일반인들의 하이 주얼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달 15일 대표적인 하이 주얼리 명가로 꼽히는 불가리의 이정학 대표(불가리코리아)를 만나 하이 주얼리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학 불가리코리아 대표. [사진 불가리코리아]

이정학 불가리코리아 대표. [사진 불가리코리아]

브랜드 입장에서 하이 주얼리는 어떤 의미인가
주얼리 세계에서 하이 주얼리는 자동차로 따지면 수퍼카예요. 탈 순 없어도 모두가 욕망하죠. 사람들이 가질 수 없어도 수퍼카를 계속 찾는 이유는 그것이 보여주는 궁극의 기술에 감탄하기 때문이에요. 하이 주얼리도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이고, 실제 착용하기에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하이 주얼리를 선보이는 건 판매가 목적만은 아니에요. 브랜드 입장에서 하이엔드는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예요. 원석 공수 능력, 디자인 감각, 장인정신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유일한 장르죠.   
올해 불가리가 공개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불가리 경이로움의 에덴'의 에메랄드 글로리 네크리스. 220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와 11개의 페어 셰이프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를 사용했다. [사진 불가리]

올해 불가리가 공개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불가리 경이로움의 에덴'의 에메랄드 글로리 네크리스. 220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와 11개의 페어 셰이프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를 사용했다. [사진 불가리]

소비자가 하이 주얼리를 찾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처럼 대하는 분들도 많아요. 브랜드의 모든 것이 담긴 궁극의 디자인이니 관상의 목적도 있고요. 투자로 접근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이 주얼리에 쓰이는 원석은 세상에 한두개밖에 없는 것들이라,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거든요.
불가리가 하이 주얼리에 담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자신을 정의 내리는 문장이 있어요. '담대한(Magnificent) 로마의 하이 주얼리, 그리고 유색 보석의 대가'예요. 우리는 색채를 자유분방하게 활용하고, 큰 보석도 과감하게 쓰죠. 말 그대로 웅장한 로마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주얼리는 항상 즐기면서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브랜드 초기부터 가지고 있는 철학이에요. 화려할수록 착용했을 때의 편안함을 신경 썼어요. 그래서 신체에 감길 수 있도록 분절을 많이 사용했죠. 마디마디를 나눠야 하니 그만큼 손이 많이 가요. 하이 주얼리 제품 하나를 제작하는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 걸려요. 
가장 '불가리스럽다'고 느끼는 제품은
지난해 선보인 매그니피카 컬렉션의 '세르펜티 힙노틱 네크리스'입니다. 뱀이 자기 알을 품고 있듯, 에메랄드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죠.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루치아 실베스트리가 직접 원석을 공수하고 디자인한 것으로, 인도 광산 지역에 살고 있는 한 가문에서 이 푸른빛 에메랄드 1000㎏을 가보로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루치아가 원석의 아름다움에 반해 몇 년간 공수하려 애썼지만 실패만 하다가, 지난해 인도에 직접 가서 왜 이것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디자인할 건지 설득해서 겨우 구했다고 해요. 원석을 얻는 데만 8년이 걸린 귀한 작품이죠. 
지난해 선보인 하이주얼리 컬렉션 '매그니피카'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세르펜티 힙노틱 네크리스. 세르펜티의 상징인 뱀이 93.83 캐럿의 커다란 에메랄드를 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불가리]

지난해 선보인 하이주얼리 컬렉션 '매그니피카'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세르펜티 힙노틱 네크리스. 세르펜티의 상징인 뱀이 93.83 캐럿의 커다란 에메랄드를 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불가리]

좋은 원석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  
불가리는 유색 원석을 가장 많이 소싱할 수 있는 세계적인 바이어이기도 해요. 워낙 오래전부터 유색 원석을 쓰다 보니 네트워크가 상당하죠. 특히 에메랄드 교섭력이 강해요. 우리는 원석을 볼 때 고집하는 게 있어요. 원석을 보고 어떤 제품을 만들지 그려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돌이어도 사지 않아요. 영감을 주는 원석이라면 몇 년에 거쳐서라도 공수하고요. 
불가리의 세공 장인이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의 세공 장인이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 하이 주얼리는 1950~60년대 대중문화가 꽃피던 시기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이 착용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매년 새로운 하이 주얼리를 선보여왔다. 불가리가 가장 최근에 공개한 하이 주얼리는 지난달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한 컬렉션 ‘경이로움의 에덴(EDEN, THE GARDEN OF WONDERS)’이다. 총 140점이 넘는 주얼리로 구성했는데, 에메랄드를 사용한 제품이 30점 이상으로 역대급으로 많다. 대중에 하이 주얼리를 알리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작년 7월에 한국에서 열린 불가리 컬러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불가리의 독창적인 컬러 조합을 보여줄 수 있는 컬렉션은 물론 국내 주요 현대 미술 작품, 디지털 아트 등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에덴동산에서 열리는 포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그레이프 오브 에덴' 이어링.  [사진 불가리]

에덴동산에서 열리는 포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그레이프 오브 에덴' 이어링. [사진 불가리]

에덴 컬렉션의 특징은  
에덴동산은 신으로부터 모든 걸 받아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운 이상적인 환경이잖아요. 이를 모태로 이곳에 있는 식물, 동물을 소재로 활용했어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 있는 동굴 카프리, 야자수, 연꽃, 공작, 심지어 포도까지요. 또 우리가 나타내고자 하는 색상이나 테마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소재가 자연이기도 하고요. 자연을 모티프로 삼은 데엔 힐링의 의미도 있어요. 지난 2년간 코로나 19로 모두가 너무 힘들었잖아요. 
이전 컬렉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디자인 측면에선 컬러 조합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흐름이 보여요. 전엔 강한 보색을 많이 썼다면, 이번엔 색 조합이 여성스러워졌고 동시에 유색 원석의 크기는 커졌어요. 특히 자연스러운 컬러 조합은 늘어나는 아시아 시장의 수요를 고려한 것이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죠. 동시에 굵직한 원석을 내세우며 우리의 원석 소싱 능력을 보여줬고요. 
한국에서의 성장 가능성, 어떻게 보나
사실 한국에서 고급 주얼리 시장은 주목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사회적으로는 금기시 돼왔는지도 몰라요. 홍콩·미국 등에서 하이 주얼리가 문화적으로 정착된 것과 대조적이죠. 하지만 한국도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보통 GDP가 3만불을 넘어설 때 럭셔리 시장이 급성장한다고 하는데, 지금 한국 GDP가 3만불 초반이잖아요. 이제 막 시장이 커지는 것 같아요. 
지난 6월 공개한 NFT '매그니피카 루비 메타모포시스'. [사진 불가리]

지난 6월 공개한 NFT '매그니피카 루비 메타모포시스'. [사진 불가리]

이 대표가 이끄는 불가리코리아는 특별한 미션을 갖고 있다. 브랜드의 모든 디지털 혁신을 실험하는 것이다. 불가리 본사는 한국의 뛰어난 디지털 환경과 높은 수용력에 주목해 한국 지사에 디지털 도전을 이끄는 역할을 부여했다. 이 대표는 브랜드 철학을 지키면서 첨단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늘 고민이다. 그는 “사실 한국에 있는 다른 명품 브랜드 지사들도 이러한 미션을 본사로부터 기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한국 시장의 위상이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자랑스럽다”고 했다.

구체적인 디지털 실험 사례가 있는지
올해 하이 주얼리 이벤트에서 처음으로 NFT(대체불가능 토큰) 작품을 공개했어요. 불가리 제품을 가지고 만든 움직이는 디지털 아트로,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드렸어요. 실물 제품이 없고, 가상으로만 만든 제품도 있어요. 사실 하이 주얼리 제품은 평소에 많이 착용하진 않잖아요. 하이 주얼리의 가치를 365일 집에서 매일 감상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였어요. 
홍보 마케팅에도 변화가 생겼는지
그동안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과 디지털 채널 비율이 7:3 정도 됐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2년 전부터 이를 뒤집었어요. 지금은 65%가 디지털이에요. 이벤트를 하더라도 지금 더 디지털 요소를 많이 도입하려고 애써요. 그러다 보니 이를 실행할 조직 구성도 신경 쓰고, 디지털 전문 파트너를 찾기도 하죠. 디지털이라는 게 끊임없는 실험인 것 같아요. 디지털은 결과가 그래도 바로 나오니까 계속 수정하고 배우고 시도해봐야죠. 
한국 고객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남고 싶은지
얼마 전 브랜드 인식 조사를 했는데 2~3년에 비해 젊고 역동적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아졌더라고요. 앞으로도 우리나라 고객들에게 더 젊은 이미지로 남고 싶어요. 특히 젊은 층에 그저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시대적인 브랜드로 다가가고 싶어요. 재미있는 실험을 많이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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