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매주 급락하고 있다.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전주에 비해 6%포인트가 또 빠진 37%였다. 반대로 부정 평가 비율은 7%포인트 상승한 49%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첫 '데드크로스'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두고는 경제 위기, 여권의 내분, 인사의 실패, 윤 대통령의 스타일, 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 등 여러가지 원인이 거론된다.
그런데 최근 사석에서 만난 중립지대 정치인의 분석은 조금 달랐다. 그는 "윤 대통령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검찰 인사를 보면 전 정권에 대한 수사 의지는 강하게 읽힌다. 하지만 그걸 빼고는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가 설명이 안된다"고 했다. 국가적 지향점이나 미션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을 묶고,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동원했던 '반사체론'과도 맥이 닿아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같은 이는 당시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여서 스스로 (정치적으로)커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깎아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반사체로서 성장했기 때문에 정치적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들의 주장이 꼭 맞다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전 정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이 잦아지긴 했다. 기자들의 인사 실패 지적에 대해 "도덕성 면에서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했고, 다소 역정을 내며 "그럼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말까지 쏟아냈다.
국가정보원이 박지원·서훈 전직 원장 두 사람을 이례적으로 고발한 시점 역시 공교롭게도 지지율이 폭락하는 국면이었다. 대통령실은 두 사람의 혐의에 대해 "사실이라면 중대한 국가범죄”라고 했지만,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일부 언론들은 "전 정권에 대한 사정정국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으로 꼽혔다. 5년간의 편가르기와 내로남불로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고, 정권교체 여론을 들끓게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인사들이 말하는 '반사체론'까진 아니라 할지라도, 윤 대통령이 대권을 틀어쥐는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이 크게 효과를 발휘한 게 사실이다. 이번 지지율 폭락 국면에서도 전 정권과의 대립과 차별화가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여기에다 여권내에는 "또 한가지의 호재가 윤 대통령을 기다린다"는 기대도 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결'이란 혹평속에 윤 대통령이 0.73%포인트로 '제압'했던 이재명 의원이 곧 민주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이겨봤던 이 의원을 지렛대로 윤 대통령이 지지율 회복의 반전을 만들어 낼지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각종 수사의 칼끝은 이미 이 의원을 향해있고, 한동훈 법무장관에 의해 검찰의 요직에 발탁된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은 출격 준비를 마쳤다. 문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엔 이 의원이 윤 대통령의 특급 도우미, 구세주로 등극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