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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폭탄 맞은 지방대…박순애 앞 시위벌인 총장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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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지방대 총장 집단행동

8일 오후 손팻말을 든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반도체 학과 관련 간담회를 하기 위해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종 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 박맹수 전북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연합뉴스

8일 오후 손팻말을 든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반도체 학과 관련 간담회를 하기 위해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종 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 박맹수 전북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연합뉴스

“지방대학 시대를 실천하라”
8일 서울 여의도에 모인 지방대 총장들이 현수막을 들었습니다. 지방대를 살려달라는 호소문도 발표했습니다. 이날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지방대 총장들의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총장들이 새로 취임한 교육부 장관 앞에서 집단행동을 벌인 이유는 ‘반도체 정책’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질책한 이후 교육부는 대책 마련이 한창입니다. 대책의 핵심은 반도체 등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을 늘리는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까지 풀어 반도체 인재를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도권 대학은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정원 총량을 규제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대통령의 ‘반도체 호통’을 계기로 이 규제를 풀면 지방대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수도권대 몫이 늘어나는만큼 지방대는 학생을 빼앗겨야 하기 때분입니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협의회는 입장문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규제는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자 최후의 보루”라며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을 늘리면 그 증원 부분만큼 지역대학을 직접 타격한다”고 밝혔습니다.

장관님 막 취임했는데…지방대 입막음 한 교육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서 총장들은 “수도권 정원 규제 완화 안 할거냐”고 부총리에게 물었지만 박 부총리는 대답을 피하고 “대통령께 말씀드리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미 한달 전에 교육부 차관을 질타하며 “무슨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하니 수도권 규제 완화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총장들의 집단행동은 앞서 6일 예정돼있었지만 교육부의 입막음으로 늦춰졌습니다. 총장협의회는 6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에서 반도체 정책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는데, 교육부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며 기자회견 장소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새 부총리가 5일 취임했는데 바로 다음날 정부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는 게 탐탁지 않았던 겁니다. 교육부는 총장들과 대학에 압박을 가했고, 결국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대신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교육부가 지방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짐작하게 합니다.

방관한 지방대 문제…이번 정부에선 풀어야

8일 오후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 정책에는 지방대 문제가 걸려있습니다. 학생 수는 줄고 있고,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는 예전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모두가 반도체 학과를 만들어도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는 뚜렷할 것입니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 개혁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피해를 볼 지방대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합니다. ‘지방대 그냥 망하게 두자’고 하기에는 그들이 각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곧 공개될 반도체 인재 양성의 구체적 방안에도 지방대를 위한 보완책이 함께 담겨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과제를 담았습니다. ‘예고된 참사’인 지방대 소멸 위기를 이전 정부처럼 방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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