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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는 소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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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호 31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제대로 당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라는  ‘토끼사냥’이 끝나자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모아 선거 승리에 나름대로 기여했던 ‘사냥개’가 보기 좋게 쫓겨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8일 새벽 이 대표를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여러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이 대표를 두둔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이번 건은 적어도 개인의 품위와만 관련된 순수한 결정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양희 위원장이 “(윤리위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됐다거나, 마녀사냥식이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국민의힘 내 권력투쟁의 산물임이 분명해 보인다.

인사 난맥, 경제 대응 미흡 등으로
집권 두 달 만에 지지율 폭락
이준석 대표 중징계로 여당 분열
이러다간 초기부터 레임덕 올 수도

선데이 칼럼 7/9

선데이 칼럼 7/9

집권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국민의힘은 당 내홍을 넘어 도탄에 빠질 수도 있는 위기를 자초했다. 또다시 광야를 헤매야 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향후 선거에서 계속 젊은층의 지지를 붙잡을 수 있을지도 심히 의문스럽다. 윤석열 대통령 정부를 도와 산적한 과제를 헤쳐나가야 할 여당 내의 분열과 갈등은 결국 큰 짐이 되고야 말 것이다.

허니문이란 게 있다. 그런데 밀월도 밀월 나름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꼭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허니문을 누리기에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여론이 너무나도 좋지 않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7%에 불과했다. 지난주 조사보다 무려 6%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부정 평가는 반대로 일주일 새 7%포인트 높은 49%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준석 대표 중징계 결정 전에 조사된 결과다. 한국갤럽은 “지난주까지는 주로 성향 중도층과 무당층에서 변화가 나타났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에 호의적이던 고령층, 국민의힘 지지층, 성향 보수층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긍정률 하락·부정률 상승 기류가 공통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일방통행식 인사를 강행하고, 고물가와 원자재 수급난, 고금리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민첩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R(경기침체)의 공포’가 어른거리는데도 절박한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끊임없는 잡음을 불러일으켜 지지율을 갉아먹는 데 최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브리핑은 처음엔 참신하게 받아들여졌으나 갈수록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점수를 까먹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지적에 대해 “유념하지 않고 있다.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여기저기서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현상)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초연하게 마이웨이만을 고집할 수 있을까.

물론 변덕스러운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뚜벅뚜벅 자신의 정책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소신 있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독단적일 수도 있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책임 여부와 소재는 선거에서 판가름난다. 총선이 비록 2년 뒤이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그사이 여론의 붕괴를 되돌릴 수 있을까. 취임 초기부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레임덕에 빠질 우려도 충분히 있다.

어찌됐던  허니문이라는 이름으로 달콤하게 넘어가기에는 쉽지 않은 무거운 상황들이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꾹 참았던 비판들이 꾸역꾸역 솟아 나오고 있다. 박민영 대변인은 “여야가 오십보백보의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 참담하다.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나’라는 대답은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 준 것 아니냐’는 국민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민주당과 다른 점을 기대하고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뭐가 되나.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다. 이제 겨우 두 달 지났는데도 2년은 지난 것 같다고 한숨 쉬는 사람들도 많다. 여론을 무시한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곧 드러날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언론 탓, 야당 탓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된다. 욕하면서 닮아 가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 무엇이 잘못인지 정녕 모른다고 할 것인가.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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