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김 여사의 패션에 필요한 것은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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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호 30면

서정민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문화선임기자

김건희 여사의 패션은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취임 전부터 팬클럽이 있는 퍼스트레이디도 처음이지만, 입는 옷마다 논란의 꼬리표가 붙는 퍼스트레이디도 처음이다.

김 여사의 패션을 두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이미지의 ‘혼선’과 소통 채널의 ‘부재’ 때문이다. 취임 전후 보여준 서민 이미지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럭셔리 브랜드 선호도를 두고 도대체 보여주고 싶은 ‘취향’이 뭔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많다. 김 여사를 직접 인터뷰한다면 ‘나는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었을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노출된 김 여사의 스타일은 공인인 퍼스트레이디로선 애매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평도 갈린다.

불투명하고 찬반 논란 많은 김 여사 패션
차라리 공식 지원팀 꾸려 기획력 키워야

후드티셔츠, 헐렁한 7부 바지, 삼선 슬리퍼 차림은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난과 ‘소탈하다’는 칭찬을 동시에 들었다. 최근 들어 자주 애용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 룩을 두고는 ‘사치하는 퍼스트레이디’ ‘레이디라이크 룩(여성스럽고 세련된 차림)과 잘 어울리는 퍼스트레이디’가 엇갈렸다. ‘올림머리’ 헤어 스타일을 두고는 ‘올드한 감각’이라 비난하고, 샤넬 대신 디올을 선택한 데는 ‘젊은 감각’이라고 칭찬한다.

패션 업계의 평도 갈린다. 누군가는 “김 여사가 자신의 취향 없이 미국의 유명 패셔니스타 올리비아 팔레르모의 스타일을 똑같이 따라한다”며 두 사람을 비교한 사진을 보여줬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아트바젤에 가보면 미술 관계자들의 옷차림이 패션업계 종사자보다 훨씬 화려하고 세련돼서 깜짝 놀란다”며 “김 여사도 미술 관련 일을 했으니 감도 높은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고, 역대 영부인들과 달리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만한 마른 체구와 좋은 안목이 있어서 패션을 두루두루 잘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키고 칭찬받는 패션 스타일은 없다. 문제는 취임 전후 ‘서민 이미지’와 요즘 럭셔리 룩의 연계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측근으로부터 흘러나온 브랜드 정보와 가격도 몇천~몇십만원 정도의 저렴한 것들뿐이고, 가방 하나에 500만원을 훌쩍 넘는 럭셔리 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설명이 없다. 김 여사의 패션에 대한 비딱한 시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촉발됐다. 왜 당당하지 못한가.

퍼스트레이디에게 근검절약하는 안주인 모습을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면 어떤가.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 ‘래코드’의 이도은 브랜드 매니저(BM)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K컬처 이미지에 맞게 젊고, 감도 높고, 패셔너블한 퍼스트레이디 룩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공식 채널과 전문가 집단의 부재도 김 여사의 패션 논란과 혼선에 기름을 붓고 있다. ‘내조에 전념하는 퍼스트레이디’를 강조하려고 제2부속실을 없앴지만, 결론적으로 최측근·친정식구의 사적 개입 등 잡음이 너무 많다. 이럴 바에야 김 여사의 패션을 담당하는 전략적 지원팀을 두는 게 낫겠다. 퍼스트레이디 패션에 대한 관심을 브랜드와 가격에서 취향과 메시지로 전환시켜야할 때다. 예를 들어 최근 김 여사가 에코백을 메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재활용 브랜드 ‘에콜프’ 매장을 방문했는데, 국내서도 ‘래코드’ 같은 재활용 패션 브랜드를 찾아가 친환경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고 MZ세대와 공감대를 나눈다면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퍼스트레이디 패션에는 지켜보는 눈도 많지만 그만큼 영향력도 크다. 김 여사가 사적 이미지 개선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공적 업무로서 K패션을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때 혼자 모든 정보를 찾아내고 메시지까지 기획할 순 없으니 지원팀이 필요하다. 그 결과, 김 여사가 사용한 패션 브랜드 이름과 가격은 물론이고, 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공식 채널을 통해 모두 공개한다면 혼선과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물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잡힐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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