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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유의 당 대표 중징계…자중지란 여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6호 30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윤리위의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 두고

이준석 불복하며 “가처분·재심 등 조치”

대통령 지지율 37% … 혼란 빨리 수습해야

집권한 지 두 달도 안 된 국민의힘이 ‘현직 당 대표 징계’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의 연속 승리를 국정 동력으로 삼는 대신, 그 과정에서 누적됐던 의혹과 갈등에 허우적대다가 내파(內破)한 것이다. 개탄할 만한 상황이다.

당 중앙윤리위는 어제 새벽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란 중징계를 내렸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은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1월 대전에서 장모씨를 만나 성 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받고 7억원 상당 투자유치 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으나 윤리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위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한 유튜브 채널에서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지 6개월, 윤리위의 징계 절차를 개시한 지 78일 만의 결정이었다.

이 대표는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을 판단해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여기엔 당 대표로서 징계처분을 보류하겠다는 것도 포함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징계를 자신이 막겠다는 것으로 부적절한 일이다.

이런가 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자신이 직무대행을 한다는 유권해석이다.

당장 당의 조타수를 누가 쥐냐를 두고 볼썽사나운 싸움이 벌어지게 생겼다.

당사자 모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에 의한 핍박’이라고 강변하기에 앞서, 측근이 각서를 써준 행위 자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문제의 측근을 지금껏 끼고돈 행위는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다. 자신이 “정말 친한 분”이라며 영입·임명한 이양희 위원장을 공격한 것도 현명한 태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집권당의 대표다운 시야도 실력도 품격도 보여주지 못한 채 정쟁에만 매달렸다. 누굴 탓하나.

일부 윤핵관들도 문제다. 이들의 최우선순위는 윤석열 정부가 안정적으로 출발하는데 둬야 했다. 이 대표의 언행이 거슬렸더라도 조율해 끌고 나가는 정치력이 필요했다. “순리적으로 해결을 못 하고 대표를 징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잘 맞지가 않는 얘기”(김종인 전 대표)란 지적대로다. 하지만 당권투쟁에 매달린 집단처럼 행동했다. 윤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안타깝다. 당무를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해야 했다. 여당이 흔들리면 결국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집권세력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어려운 시점에 난제가 더해졌다. 신중치 못한 발언 등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로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돼 반 토막 났다. 이에 비해 부정평가는 49%에 달했다. 지난주 각각 43%, 42%였다.

집권 초, 대통령과 여당의 추락은 국가적 불행이다. 더구나 경제와 안보 등 전방위적인 국내외 위기가 몰려오면서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비상한 각오로 국정을 돌봐야할 책임이 여권에 있다. 한가하게 당권 다툼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이 대표는 성찰과 자성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누명’이라면 사법적 절차를 통해 구명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측근들도 왜 이런 사태에 이르렀는지 복기해, 위기관리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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