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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소년이 천체물리학자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6호 23면

이번 여름이 책들과 독서피서

장마와 폭염이 여름을 실감하게 한다. 몸과 마음을 식히는 휴가 생각이 간절해진다. 집이든 피서지든 쉬면서, 재충전하면서 읽기 좋은 책 8권을 본지 출판팀과 교보문고 마케터들이 선정해 소개한다. 의미는 뚜렷하고 부담은 많지 않은 책들이다.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교보문고 매장에서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퀀텀 라이프

퀀텀 라이프

퀀텀 라이프
하킴 올루세이
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까치

빈민가에서 불우하게 자란, 영민하고 투지력 뛰어난 흑인 소년의 성공기다. 하킴 올루세이.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우주론학자, 발명가, 교육자…. 자전적 에세이지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가 공저자로 참여해 저자가 경험한 비극과 슬픔·분노·좌절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승화시켜놨다.

책에서 그의 이름은 제임스 플러머 주니어로 시작한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네 살 꼬마가 두려움 속에 열 살 누나의 품에 안겨 격렬한 부부싸움을 지켜본다. 엄마가 아빠를 향해 유리 재떨이를 던지고, 아마추어 권투 선수 출신 아빠는 엄마를 정통으로 가격한다. 쓰러졌던 엄마는 아빠가 누워있는 침대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다. 살벌한 싸움 끝에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현실은 소설보다 극적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소년은 타고난 수재였다. 여섯 살 때 카드놀이를 하며 상대방의 카드 패를 다 알아맞혔다. 그는 주변에 읽을 만한 것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읽는 책벌레였다. 22권에 달하는 백과사전을 첫 항목부터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는다. 고등학생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상대성 이론을 시연하는 게임을 만든다.

한편으론 용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에게 대마초를 팔기도 한다. 뛰어난 지능과 집념으로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입학하지만, 백인들로 가득한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마약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1967년생, 55세인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은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에서도 이런 차별과 슬픔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의 말미, 박사학위를 받기 직전 그는 이름을 바꾼다. ‘하킴’은 북아프리카 등에서 ‘지혜롭다’는 뜻으로 쓰는 말. ‘올루세이’는 ‘신이 행하신 일이다’란 뜻이다. 그는 언젠가 과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면,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자신이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이란 걸 알기 바란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물리학자답게 그는 인생을 양자이론으로 설명한다. “제임스, 하킴, 교수님, 갱스터물리학자-이 다양한 이름들 중에 무엇도 수많은 다중 우주를 넘나든 나의 여정을 예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별들처럼, 이 이름들은 나의 양자역학적인 삶에 무수한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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