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주·궁합 ‘MBTI 열풍’]MBTI 맥주·비누·호캉스까지, 성격 맞춤형 상품 쏟아져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09 00:20

업데이트 2022.07.0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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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호 11면

SPECIAL REPORT

맥주 4캔으로 16가지 MBTI 성격 유형을 표현할 수 있는 ‘맥BTI’. [사진 제주맥주]

맥주 4캔으로 16가지 MBTI 성격 유형을 표현할 수 있는 ‘맥BTI’. [사진 제주맥주]

“우리 함께(E), 가까운 미래에(N), 부자를 꿈꾸며(T), 걱정 없이 즐기자!(P)”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MBTI맥주로 ENTP 유형을 조합해 만든 문장이다.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라는 ENTP 유형의 특징을 담고 있다. 지난 2019년 말경 확산해 수년째 유행하고 있는 성격 유형 검사(MBTI)를 활용한 제품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MBTI 인기가 지속되며 최근 MBTI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유형별 스티커, 티셔츠 뿐만 아니라 맥주, 호캉스 패키지, 금융상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단순히 알파벳만 붙인 게 아닌 유형별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여 흥미롭다. 광고업계에서도 일명 ‘MBTI 과몰입(과도하게 몰입)’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제주맥주에서 출시해 GS25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MBTI 맥주가 대표적이다. 정식 명칭은 ‘맥BTI’로 4종의 맥주 캔마다 ▶E와 I, ▶N과 S, ▶T와 F, ▶P와 J 등 앞뒤로 다른 알파벳과 색이 인쇄돼 있다. 4캔을 구매해 각 캔의 알파벳을 활용하면 총 16가지인 MBTI 유형별 조합이 가능하다. 8가지 성향별 특징도 적혀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성향인 E 하단엔 ‘우리 함께’ ‘#사교성 #활동적’이, 반대로 내향형인 I 하단엔 ‘혼자 집에서’ ‘#조용함 #신중함’이 쓰여 있다. 출시 후 SNS에 인증샷이 퍼지며 ‘인싸맥주’라는 별칭도 붙었다. 맥BTI는 출시 2주 만에 42만 캔이 판매됐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편의점 캔 맥주 구매 패턴인 ‘4캔 1만1000원’과 ‘MBTI 4글자’를 활용해보자는 발상에서 기획했다”며 “실제로 성격 유형 인증을 위해 한 번에 4캔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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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로 향과 색이 다른 MBTI 비누. [사진 커퍼솝]

유형별로 향과 색이 다른 MBTI 비누. [사진 커퍼솝]

MBTI 비누도 등장했다. 브랜드 커퍼솝은 지난 3월 MBTI 비누를 출시했다. 직사각형에 알파벳이 새겨진 각기 다른 향과 색의 비누 8개다. MBTI 유형에 맞는 비누 4개가 한 세트다. 이 비누에도 성향별 특징이 반영돼있다. 외향형(E)은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면을 고려한 ‘이국적인 꽃향’의 빨간 비누다. 반면 신중하고 조용한 내향형(I)은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라벤더 향’의 보라색 비누다. 한주희 커퍼솝 대표는 “세계 최초로 MBTI 비누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기획했다”며 “A부터 Z까지 다 쓰여 있는 작은 비누에 불과한 기존 알파벳 비누와 달리 실제 사용하기에 적합한 크기의 몰드를 따로 만들었고, 유형별로 다른 비누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계획적인 ‘ISTJ’ 유형을 위한 호캉스 패키지(왼쪽)와 활동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중요시하는 ‘ESTJ’ 유형을 위한 호캉스 패키지.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계획적인 ‘ISTJ’ 유형을 위한 호캉스 패키지(왼쪽)와 활동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중요시하는 ‘ESTJ’ 유형을 위한 호캉스 패키지.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MBTI 유형별 맞춤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총 2종으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ISTJ’ 유형에게 추천하는 ‘플랜 포 유(Plan for you)’와 활동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중요시하는 ‘ESTJ’ 유형에게 추천하는 ‘두 잇 유어 웨이(Do it your way)’ 패키지로 나뉜다. I 유형을 위한 패키지에는 테이크 아웃 위주의 식음료 서비스와 웹툰 대여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반면, E 유형을 위한 패키지에는 직접 방문해 이용할 수 있는 식음료 서비스와 게임기 대여 서비스를 포함했다. 워커힐 관계자는 “MBTI를 호텔 패키지 프로그램에 대입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 니즈를 반영했다”며 “원래 6월까지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지속적인 문의와 긍정적인 투숙객 반응으로 패키지 운영 기간을 8월까지로 연장했고, 연말까지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MBTI와 유사한 테스트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여름 휴가 2주 전, 끝내주는 여름 휴가를 위해 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묻는다. 선택지는 ‘세세하게 일정을 짠다’와 ‘핫플(유명명소)만 간간히 찾아본다’로 두 가지다. MBTI 중 더 계획적이라는 J 성향과 즉흥적인 P 성향을 구분하는 문항처럼 보인다. 신한카드가 ‘방구석연구소’에 의뢰해 제작한 소비 습관 테스트 ‘소BTI’의 일부다. 방구석연구소는 웹콘텐트 스타트업 소프트스피어가 운영하는 참여형 콘텐트 플랫폼이다.

총 12문항의 설문을 끝내니 ‘돈 쓸 때 새로움을 추구하는 센스 있는 모험가’라는 결과가 나왔다. 여행이나 직접 보고 체험하는 활동을 좋아하고, 결제 전 가격과 혜택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유형이란다. 과감히 소비하는 부문과 절약 방안도 제시돼 있다. 모두 기자의 평소 소비 패턴과 유사해 정곡을 찔렸다. 나의 소비 습관과 잘 맞는 유형과 맞지 않는 유형, 가장 많이 나온 유형까지 볼 수 있다. 전체 16가지 유형 순위도 나온다. ‘센스 있는 모험가들의 소비성향 구경하고 혜택받기’ 버튼을 누르니 신한PLAY 앱으로 연결된다. 그제야 ‘아 맞다, 브랜디드 콘텐트였지?’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테스트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처럼 심리테스트·심리검사·유형검사 등 각종 테스트를 활용한 마케팅은 집중도가 높다. 특정 브랜드와 협업한 걸 알아도 재미 삼아 참여하고, 검사 결과를 카카오톡 채팅방 및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한다. SNS에서 테스트가 유행할수록 결과에 따른 추천 상품의 판매가 늘어남은 물론 테스트 제작을 의뢰한 브랜드도 알려진다. 자연스럽게 MZ세대의 참여와 공유, 그리고 소비까지 유도하는 거의 유일한 마케팅 도구인 셈이다. 테스트형 마케팅을 의뢰하는 기업이 많은 배경이다. 방구석연구소가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제작한 약 120여 개의 테스트 중 100여 개가 브랜드와 협업해 제작한 콘텐트다. 테스트형 콘텐트는 온라인 MBTI 테스트가 상반되는 2개 성향, 4개 지표를 기반으로 도출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제작된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선택에 따른 맞춤형 결과를 볼 수 있어 인기다.

임하은 소프트스피어 대표는 “평균을 지향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각자의 성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라며 “이런 사회에서 개인에게 맞는 콘텐트, 제품, 서비스를 추천받고 싶은 건 당연한 심리”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어서 “비록 스스로 테스트에 참여해 도출된 결과라고 할지라도 ‘이런 성향이고, 이런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잘 맞는다’고 추천하면 훨씬 더 와 닿고 설득력이 있다”며 테스트형 마케팅이 효과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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