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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사주·궁합 ‘MBTI 열풍’]MZ세대 “나 자신을 돌아보자” 명상·심리상담에도 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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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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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보 앱 사용자가 앱 내 명상 콘텐트를 활용해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 마보]

마보 앱 사용자가 앱 내 명상 콘텐트를 활용해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 마보]

직장인 엄기현(38)씨는 매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15분간 유튜브 명상 영상을 재생한다. 지난 3월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이 아침 명상을 한다는 내용을 읽은 것을 계기로 3개월째 매일 아침 루틴이 됐다. 엄씨는 “이런 저런 생각이 섞여 머릿속이 마치 흙탕물 같다가도 10분만 명상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잠이 깬다”며 “명상을 시작한 이후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고, 주변에서도 날선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MBTI 등 성격 유형 검사가 유행하는 데 이어 명상·심리상담을 통해 자기성찰에 나선 사람도 늘고 있다. 엄씨처럼 유튜브 영상을 이용하거나, ‘캄(calm)’ ‘마보’와 같은 명상 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부터 아침 명상을 시작한 김주영(26)씨는 “혼자하면 눈을 감고 조는 것과 다름이 없어 명상 앱을 이용하고 있다”며 “명상을 하며 주변 상황이나 기분에 압도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명상 앱 ‘마보’의 현재 가입자 수는 31만명으로 2020년 12월 대비 2.4배 증가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도 3배로 늘어 54만회에 달한다. 마보는 초보자를 위한 7일 기초훈련과 기분별 마음보기, 상황별 마음보기 등 명상 콘텐트 500여 개를 제공한다. 회원의 절반 이상이 25~34세로 MZ세대가 주 이용자다. 이들의 평균 명상 참여 시간은 32분 19초로 10분대인 다른 연령층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유정은 마보 대표는 “MZ세대는 명상을 동기 부여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챌린지로 바라보는 것 같다”며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SNS)에 명상 일기를 작성하고 인증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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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앱 ‘마인드카페’ 회원 수도 증가세다. 7월 현재 130만명으로 1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마인드카페는 익명으로 정신건강 커뮤니티, 비대면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상담 플랫폼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상담 시장이 커진 이유도 있지만, 내면 성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마인드카페 운영사 아토머스의 김규태 대표는 “심리 상담은 정답을 제공하는 게 아닌 자기 객관화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게 도와주는 과정”이라며 “우울감 등 심리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내면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찾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근 복지 차원에서 임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나선 기업이 늘어난 것도 명상·심리상담 증가의 요인이다. 기업이 할인된 가격으로 명상·심리상담 앱 이용권을 대량 구매해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마보의 고객사만 해도 현대자동차·SK텔레콤·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부터 공기업, 병원, 대학교까지 다양하다. 마인드카페의 B2B 서비스인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고객사도 삼성전자·네이버·SK하이닉스 등 140여 곳에 달한다. 김규태 대표는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성별·세대 간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깊이 있는 정신의학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면 성찰에 이어 유전적으로 타고난 신체 특징을 확인하려는 이들도 많다. 자산관리·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무료 유전자 검사에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에 선착순 700명을 모집하는데 지금도 정시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평균 5회 이상 신청해야 선정될 정도다. 타액 샘플을 보내면 쓴맛 민감도, 운동에 의한 체중 감량효과 등 65개 항목에 대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울창한 숲(탈모 유전자 없음), 타고난 술고래(알코올 분해 능력 우수), 모태 다이어터(운동에 의한 체중 감량 효과 큼) 등으로 풀이해 ‘유전자 성격유형검사(MBTI)’, ‘과학사주’로 불린다. 신청자의 87%는 20·30대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SNS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공유하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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