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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일본 총리, 유세 도중 총 맞고 사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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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호 01면

아베 신조

아베 신조

아베 신조(安倍晋三·68·사진) 전 일본 총리가 8일 선거 유세 도중 전직 해상자위대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나라현립의과대학부속병원 의료진은 이날 오후 6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의 경부(목) 두 곳에 총상이 있었고 이로 인한 상처가 심장까지 달해 수혈 등 응급 처치를 했지만 과다 출혈로 오후 5시3분 사망했다”며 “오후 12시20분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폐 정지(심장과 호흡이 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20명이 넘는 의료진이 달려들어 가슴을 열어 수술하고 4시간 반 넘게 수혈과 지혈 작업을 계속했지만 여러 부위에서 출혈이 심해 심장 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목숨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앞 로터리에서 가두 유세를 시작한 지 1~2분 만에 뒤쪽으로 5m쯤 떨어진 곳에서 연설을 듣고 있던 야마가미 데쓰야(41·나라시 거주)가 쏜 총에 맞았다. 발포된 것은 두 발이었다. 당초 산탄총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쇠파이프로 보이는 금속물을 검은 테이프로 감은 30㎝ 정도 길이의 구경이 큰 사제총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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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첫 번째 총탄은 빗나가고 두 번째 총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의료진은 “왼쪽 어깨 앞부분에도 총알에 맞아 관통한 듯한 상처가 있었다”고 말해 두 발 모두 맞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탄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운데)가 8일 오전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거리 유세 도중 40대 남성이 쏜 사제총에 맞아 쓰러져 있다.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밝혀진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병원으로 후송된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사망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운데)가 8일 오전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거리 유세 도중 40대 남성이 쏜 사제총에 맞아 쓰러져 있다.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밝혀진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병원으로 후송된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사망했다. [교도=연합뉴스]

당시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 뒤편에 있다가 측면으로 근접하며 첫 발을 발사했다. 이어 아베 전 총리가 범인을 향해 고개를 돌린 뒤 두 발째를 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전 총리는 총을 맞은 뒤 셔츠에 피가 묻은 채 도로에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양손을 포개 심장 마사지를 하고 마이크로 ‘자동 심장충격기(AED) 없나요?’라고 외쳤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고 노렸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NHK 방송은 전했다. 다만 “(불만이 있었던 것은) 정치적 신조 외에 아베 전 총리의 태도다” “특정 단체에 원한이 있는데 그 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가미는 2002년부터 3년간 임기제 해상자위대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의 구조에 대한 교습과 실탄 사격 훈련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야마가미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복수의 폭발물을 발견했으며 야마가미로부터 “올해 봄부터 준비해 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총기 제조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아베 전 총리는 구급차로 이송하는 초기 단계에는 의식이 있었고 말을 걸면 반응하기도 했지만 이후 의식을 잃고 호흡과 심장이 정지한 상태가 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유세 당시 아베 전 총리 주변에는 경찰 등 경호 인력이 30명가량 있었지만 뒤쪽 측면에서 접근하는 용의자를 사전에 제지하지 못했다. 더욱이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유세 차량이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 낮은 받침대를 올려놓고 연설해 용의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위대한 정치인을 잃었다”며 “결코 폭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결의하에 (참의원) 선거 활동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말 참의원 선거 활동이 시작된 이후 전국을 돌며 자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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