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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야식으로 심해진 속쓰림, 제산제만으로는 해결 안 돼"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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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은 “속쓰림 증상이 심하다면 위산 분비를 빠르고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은 “속쓰림 증상이 심하다면 위산 분비를 빠르고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가슴이 타는 듯한 속쓰림, 가슴 통증, 목 이물감, 소화불량 등으로 고통스러운 위식도 역류 질환은 습관이 키우는 병이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한번에 몰아서 먹는 폭식, 늦은 밤 즐기는 야식 등이 원인이다. 위산 분비가 과도하게 늘어나 시도 때도 없이 식도 점막을 공격한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야식 등을 즐기고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위식도 역류 질환이 악화하는 경우가 늘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에게 위식도 역류 질환의 특징과 최신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속이 좀 쓰릴 뿐인데 치료를 해야 하나. 

“물론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식도가 보내는 경고 신호다. 본래 입으로 섭취한 음식물은 식도를 통해 위로 이동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음식도 식도를 거쳐 위→십이지장→소장→대장으로 내려가야 한다. 문제는 위에서 식도로 역류할 때다. 식도 점막은 위벽과 달리 위산에 취약하다. 위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식도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 화끈거림, 더부룩함, 소화불량 같은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면서 점차 악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속이 쓰린 정도지만 위산이 식도 점막을 반복적으로 침범하면서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 이를 장기간 방치하면 바렛식도, 식도암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제산제 등으로 위를 코팅하면 증상이 덜하지 않나.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속이 쓰리듯 아픈 증상은 완화할 수 있지만 위궤양·위암 등 더 위중한 증상을 놓칠 수 있다. 게다가 위산이 반복적으로 식도 점막을 침범하면서 손상되는 것은 막지 못한다. 일반약으로 버티기보다는 병의원을 찾아 상황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최근엔 빠르게 위산 분비를 억제해 식도 점막 손상을 막아주는 기전을 가진 P-CAB 계열의 약으로 위식도 역류 질환을 치료한다. HK이노엔에서 개발한 테고프라잔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서도 위식도 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P-CAB 계열의 약을 일차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위산 분비 억제 치료가 왜 중요한가.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속쓰림 등 위산의 자극이 심할수록 삶의 질은 나빠진다.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로 증상을 무력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위산 자극으로 점막 손상이 생기는 것을 막아 장기적으로 합병증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을 먹어도 10명 중 4명은 치료 반응이 없는 등 한계가 많았다. 새로운 방식으로 위산을 억제하는 약이 나오면서 더 효과적으로 위식도 역류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증상이 심할수록 첫 치료에 P-CAB 계열의 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보고도 있다. 또 클로피도그렐 등 CYP2C19 대사 경로에 의존하는 약제와의 약물 상호작용 발생 위험이 낮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은 식사 전에 미리 먹어야 하지 않나.

“약마다 다르다. 에스오메프라졸·오메프라졸 같은 PPI 계열의 약은 언제, 어떻게 약을 먹느냐에 따라 치료 효율이 달라진다. 약을 먹고 굶거나 식사 후 약을 먹으면 약효가 크게 떨어진다. 약효 극대화를 위해 아침 식사 1시간 전에 미리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젊은 사람은 약을 먹어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증상을 악화하기 쉽다. 식사와 상관없이 하루 어느 때나 복용 가능한 P-CAB 계열 약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약을 먹을 수 있어 지속적 치료에 긍정적이다.”

약을 먹어도 속쓰림이 여전하다는 사람도 있다.

“약효가 빨리 발현되는 약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수시로 속이 쓰리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지금 당장 속쓰림 등으로 불편감이 심하다면 초회 투약만으로도 30분 이내 위 내 산도를 빠르게 개선하는 약을 추천한다. 약리학적으로 PPI 계열의 약은 위산 분비를 줄이는 효과를 보이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친다. 투약 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3~5일 정도 걸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유독 늦은 밤이나 새벽에 신물이 울컥 올라와 잠을 자기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 24시간 동안 지속해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불충분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약 복용 시점을 아침에서 저녁때로 조정해 본다. 그래도 증상이 여전하다면 약효 지속 시간이 긴 약으로 교체한다. 위 내부의 산도가 pH4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해 주면 약효 불안정 등으로 밤중에 자다가 속이 아파 깨는 일을 줄여준다. 매일 한 알씩 일주일 동안 테고프라잔을 투약했더니 위 내부 평균 산성도가 pH4 이상으로 24시간 동안 유지되는 비율이 68%로 높았다는 임상 연구도 있다. 참고로 약효 지속 기간이 길면 소화성 궤양 등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균 치료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위식도 역류 증상을 완화하는 생활 습관을 소개해 달라.

“위식도 역류 질환은 증상이 나아졌다고 방심하면 재발하기 쉽다. 지속적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위식도 역류 질환을 일으키는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먼저 식후 적어도 2시간은 눕지 않는다. 바로 누우면 음식물 소화가 느려져 위산 역류를 부추긴다. 야식이나 카페인, 탄산음료, 기름진 음식, 술·담배 등 식도 괄약근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도 자제한다. 위와 식도를 구분하는 식도 괄약근이 느슨하게 이완되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위산이 더 잘 역류한다. 이외에도 위의 압력을 높이는 폭식을 피하고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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