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평균연봉 1위가 흉부외과? “극소수 개업의 평균치일 뿐”

중앙일보

입력 2022.07.08 19:12

업데이트 2022.07.08 19:34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관한 기사 중 흉부외과 전문의의 평균 연봉이 4억7000만원이라는 내용은 소수의 개업 흉부외과의사(52명)의 평균 결과이며, 이를 전체 흉부외과 의사나 전체 개업의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2022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개업의 진료과목별 평균 임금은 흉부외과가 4억8799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5년 7위에서 6계단 상승했다. 안과가 4억5837만원으로 2위, 정형외과가 4억284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가장 임금이 낮은 과는 소아청소년과로 1억87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번 실태조사를 이끈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일 설명회에서 “2020년 기준 흉부외과가 대단히 높게 나와있는데, 개원 흉부외과 의사 수는 별로 많지 않다”라며 “이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통계의) 재해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의석 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흉부외과 개업의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보니 결과가 참담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중 259명이 개업했으나 이 중 대다수는 일반의로 개업을 했고 흉부외과 이름으로 개업한 의사는 52명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의 연봉이 4억7000만원이라는 건 전체 흉부외과 전문의 1200여명 중 훙부외과 개업의 52명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로, 전체 흉부외과 의사를 대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흉부외과 개업의들 상당수는 정맥류 등 혈관수술을 주로 진료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흉부외과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흉부외과학회는 전문의 부족으로 우려했던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고령화로 폐암ㆍ심혈관질환이 급증하는데 진료할 흉부외과 전문의는 매년 줄고 있어서다.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학회에 등록된 전문의는 1535명 중 50대 이상이 707명(60.8%)이다. 실제 활동 중인 전문의는 1161명인데 이 중 448명(38.4%)은 기업ㆍ봉직의로 일하고 있고, 21%는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한다.

조만간 더 암담한 현실이 닥친다. 올해 흉부외과를 지원한 전공의는 23명 뿐이다. 정원(45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10년간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200명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활동중인 전문의 1161명 중 436명(37.5%)이 같은 기간 정년퇴직을 하게된다. 결국 10년 뒤에는 흉부외과 전문의 수가 최소 200명 줄어든다. 지역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전국에 있는 흉부외과 전공의 70%는 수도권 병원에서 일한다. 1~4년 차 전공의가 모두 있는 곳은 전체 45개 수련병원 중 고작 5곳(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남대병원, 부산대병원) 뿐이다.

의사 수는 점점 줄지만 흉부외과 환자는 늘어난다. 지난해 국내 사망 원인 1ㆍ2위가 흉부외과 질환인 암 혹은 순환기 질환이다. 특히 국내 암 발병률 1위는 흉부외과의 주요 진료 분야인 폐암이다. 10년새 폐암 수술이 74.7% 늘었다.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인력이 두배, 세배로 일하게 된다.

지난달 17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제36차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김경환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지난달 17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제36차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김경환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김경환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지난달 학술대회에서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는 1일 평균 12.7시간(주당 63.5시간)을 근무하고, 평균 5.1일의 휴식 없는 당직이 이어지면서 ‘번 아웃’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인력의 번아웃은 기피현상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비수도권에서 의료 공백은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학회에 따르면 응급 수술이 필요한 대동맥 박리증의 지역별 수술 건수를 보면 서울이 813건, 경기도가 291건으로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반면 제주도와 경북, 충북은 2건, 충남은 7건, 전남은 13건이다. 학회는 “제주ㆍ경북 등 일부 지역은 환자가 이송되지 못하고 사망하는 예가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학회는 이러한 위기를 부른 원인으로 부실한 정책과 고질적인 저(低)수가 문제를 든다.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학술대회에서 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제정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들었다. 그는 “심혈관질환의 정의를 선천성 심장질환, 판막질환 등이 아닌 오직 관상동맥 질환으로 정의해 소아 심장 판막질환 환자에는 심뇌혈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에 따른 권역센터 지정 시 현재까지도 심장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자격이 없는 권역 심뇌혈관센터를 지정해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정책 부재나 부적절한 정책운용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위기의 원인은 저수가 제도에 있다”며 ”심지어 에크모(ECMO) 활용을 위한 체외순환사 등 흉부외과 보조 인력에 대한 관리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가 개선한다고 하지만 붕괴속도가 더 빠르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선 대동맥 박리증 수술 비용으로 6335만9385원으로 산정돼 있지만, 한국에선 미국의 14%(896만8140원) 수준이다.

학회는 ▶ 흉부외과 및 필수의료과 대책 위원회(가칭) 설치 ▶흉부외과 위기에 대한 정부 주도 조사 ▶흉부외과 진료수가 합리화와 전공의 수련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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