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탕' 뒤돌아보자 또 '탕'…그리고 아베는 앞으로 푹 쓰러졌다 [아베 피격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판단을 했다. 그는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펑!"

8일 오전 11시 30분쯤 일본 나라(奈良)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앞 로터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연설이 시작된 지 2분도 채 안 돼 첫 번째 총성이 울렸다. 사람들이 웅성대는 사이 두 번째 총성이 들려왔고 아베 전 총리가 앞으로 푹 쓰러졌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이자 일본 우익의 상징적 정치인을 앗아간 총알이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총을 쏜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총을 쏜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한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5시 3분 사망이 확인됐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아침 도쿄(東京)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大阪) 간사이 공항에 내려 나라로 이동했다. 참의원 선거에 나선 자민당 사토 케이(佐藤啓) 후보의 가두 선거전에서 찬조 연설을 하기 위해서였다.

사건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선거 유세차에 올라타지 않고 역 앞 로터리 펜스 앞에 임시로 설치된 낮은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었다. 유세 일정이 급하게 정해져 유세차 이용이 원활치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저벅저벅 걸어와 망설임 없어 저격 

현장에서 발포 전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청중들이 모여 있는 아베 전 총리의 앞쪽이 아니라 뒤쪽 주변을 서성대고 있었다. 유세를 보러 온 일반 청중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베 전 총리의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비스듬히 뒤쪽에서 총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저벅저벅 걸어와 5m 거리에서 망설임 없이 총을 두 발 발사했다.

8일 일본 나라시에서 의료진이 총을 맞고 쓰러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심장마사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 일본 나라시에서 의료진이 총을 맞고 쓰러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심장마사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첫 번째 총격 후 아베 전 총리는 연설을 멈추지 않고 총성이 난 곳을 찾는 듯 범인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 때문에 몸 뒤쪽이 아니라 앞쪽에 총을 맞았을 가능성도 있다. 갈색 긴 바지에 회색 티셔츠를 입은 범인은 총을 쏜 그 자리에서 경찰에 제압됐다. 갖고 있던 개조된 총도 경찰이 압수했다. 목격자들은 범인이 달아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순순히 붙잡혔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두 번째 총알에만 맞았는지 두 발을 모두 맞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화면에선 첫 번째 총탄은 빗나가고 두 번째 총탄에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확인한 의료진은 "왼쪽 어깨 앞 부분에도 총알에 맞아 관통한 듯한 상처가 있었다"고 말해 두 발 모두 맞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격 직후 시민들 사이에 "의사 없나요?" "'자동 심장충격기(AED) 없나요?"라는 질문이 말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인근 병원에서 의사들이 달려오기도 했다. 의료진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아베 전 총리의 심장 마사지를 하는 모습이 NHK 등에 포착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호원들은 앞쪽만 보고 있었다" 

맨 앞줄에서 연설을 듣던 직장인 남성(26)은 아사히신문에 "아베 전 총리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팡 소리가 났고, '폭탄이 터졌다'고 생각해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경호원은 현장에 20~30명 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베 전 총리의 앞의 청중들을 향해 서 있었고 뒤쪽을 살피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 저격사건이 일어난 나라시의 야마토사이다이지역에 사람들이 보여 있다. [AFP=연합뉴스 ]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 저격사건이 일어난 나라시의 야마토사이다이지역에 사람들이 보여 있다. [AFP=연합뉴스 ]

나라시에 사는 무직 여성(53)은 버스에서 내려 전단지를 받은 후 아베 전 총리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남자가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다가갔는데 통이 긴 총을 양손으로 잡고 있었다"며 "지금도 심장이 두근두근한다"고 말했다. 인근 4층 건물에서 연설을 들었다는 여고생(17)도 "남자가 바주카포 같은 것을 들고 총리 뒤쪽으로 다가가 쐈다"고 아사히에 증언했다.

현장에 있던 50대 남성은 "범인이 다가오는 걸 봤는데 들고 있는 게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라고 생각했다"며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베 방문, 전날 밤에 정해져 

아베 전 총리의 나라시 유세 현장 방문은 전날인 7일 저녁에야 결정됐다. "아베 총리를 노렸다"고 말한 범인은 전날 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아베 전 총리의 방문을 알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민당이 홈페이지에 올린 8일 유세 일정표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이날 나라시의 유세를 마치고 교토로 이동해 12시 30분부터 요시이 아키라(吉井あきら) 후보 찬조 연설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후 이날 오후 6시 30분에는 사이타마(埼玉)현 가두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