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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유행 시기 빨라진다…면역 뚫는 BA.5, 내주 우세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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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감소세를 유지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늘어나면서 재유행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올 여름 재유행 전망을 내놨지만, 전파력이 훨씬 빠른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가 확산하면서 그 시기를 앞당기는 모양새다. 정부는 오는 13일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재유행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코로나19 확산세 전환"…'새 변이·면역력↓·이동량↑' 때문 

정부는 8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기일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재유행의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며 "우리 모두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진자 추세는 감소세에서 확산세로 다시 전환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새로운 유행 곡선을 그리면서 유행이 커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질병관리청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시뮬레이션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변경 여부와 확진자의 격리해제 여부 등 방역 대응 조치를 검토해 다음 주인 오는 13일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 9323명으로, 2만 명 가까이 발생했다. 통상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금요일이지만, 전날보다 812명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주(7월 3~8일) 일평균 확진자 수는 1만 5277명으로 지난주 8193명에 대비 86.5% 증가했다. 전파력을 의미하는 감염재생산지수(Rt)도 최근 매주 증가해 1을 넘었다. 이 제1총괄조정관은 "BA.5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름철 이동량 증가와 실내감염, 면역 효과의 감소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재유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재유행 주도하는 BA.5…"내주에는 우세종 될 듯"

국내에서 BA.5 변이는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주 BA.5 검출률은 28.2%로, 전주(10.4%) 대비 2.7배 증가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행했던 우세종은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 불리는 BA.2였다. 6월 둘째 주만 해도 1.4%였던 BA.5 검출률이 3주 만에 30% 가까이 뛰어올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기세라면 내주에는 BA.5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도 조만간 BA.5가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A.5 변이는 현재 우세종인 BA.2 변이보다 전파력이 약 35.1% 강하고,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 등에서 진행한 해외 면역 회피성 관련 연구에서 따르면, BA.4와 BA.5 변이는 코로나19 원형 균주보다는 약 20배 낮고, 오미크론 BA.1, BA.2 변이보다는 약 3배 낮은 중화항체 생성 수준을 보였다.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인해 면역력을 형성한 사람이라도 BA.4나 BA.5에 의해 쉽게 감염 또는 재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존 오미크론 유행과 3차 접종 이후에 시간이 많이 경과해서, 사회적으로 면역력이 감소한 것과 바이러스(BA.5)가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이 함께 겹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유행 예측 시나리오들에 비해 재유행의 시기가 앞당겨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여름철 재유행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재유행 정점의 규모와 시기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면역을 회피하는 BA.5에 고령층이 재감염되면 위중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코로나19 재감염자의 사망 위험과 입원 위험이 처음 감염된 사람보다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손 반장은 "통상적으로 감염된 이후에는 면역체계가 한 번 코로나19에 대해 감작된 상태이기 때문에 재감염이 돼도 중증화나 치명률이 조금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까지 국내 재감염 추정 사례는 6만8177명으로, 오미크론 유행 이후인 올 1월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8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파력과 면역회피성 외에도 BA.5 변이가 기존 오미크론보다 더 심한 증상을 동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일본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해, 세포 배양 실험에서 BA.4, BA.5 변이가 BA.2 변이보다 폐에서 더 효율적으로 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BA.5의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밖에 더 심한 인후통과 코막힘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반장은 "BA.5는 세계적으로 이제 검토와 분석들이 실시되고 있는 단계"라면서 "코로나19가 워낙 다양한 증상을 야기하고 있어 BA.5만의 독특한 증상을 별도로 범주화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BA.5 변이 역시) 전반적인 코로나19 증상들은 계속 나타나고, 이 증상들의 위중증률이나 사망률에는 특별히 큰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교수는 "(BA.5가 유행하는) 미국, 영국은 사망자는 늘지 않았는데, 입원 환자는 늘었다"면서 "신규 확진자 증가, 입원 환자 증가, 사망자 증가는 1~2주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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