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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전성시대, 소설처럼 읽히는 이 한 권[BOOK 휴가철 추천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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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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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과학, 아니 과학책 전성시대다. 서점에 가보면 안다. 우주부터 쿼크(초소립자)까지, 세상만사의 기원과 원리를 탐구하고 분석하는 책이 가득하다. 호기심이 생겨도 선뜻 집어 들지 못하고 주춤하게 된다. 쉽지 않았던 과학책 독서의 경험 탓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다.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액자 구조다. 저자 룰루 밀러의 회고록이라는 프레임에 미국 스탠퍼드대 초대 총장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전기가 들어 있다. 과학기자였던 20대 초반에 저자는 조던과 관련해 한 사건 얘기를 듣는다. 롤모델로 삼기 위해 조던의 회고록 『The Days of a Man(한 남자의 나날들)』을 구해 읽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자연스레 액자 안으로 들어간다. 물고기 표본 수집가이자 생물분류학자, 우생학 신봉자인 조던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과학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조던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정체의 인물이라는 걸 깨닫는다.

책의 많은 부분이 조던의 물고기 수집과 표본 제작 얘기다. 그런데 왜 저자는 이 책 제목처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할까. 책 뒷부분에서 한국계 미국인 진화생물학자 캐럴 계숙 윤과 그의 책 『Naming Nature(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인용해 이유를 설명한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이른바 '민들레 원칙'. 민들레는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선 약초로 여겨진다. 저자가 자신과 조던, 독자에게 가장 하고픈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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