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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브로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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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는, 그의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베이비 박스에 소영(이지은)이 아기를 버린다. 아기의 이름은 우성.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가 발견한다. 두 사람은 입양 보낼 준비를 하는데, 다음 날 소영이 찾아온다. 세 사람은 아기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 주기 위한 길을 나서고, 여기에 보육원 소년 해진(임승수)도 동행자가 된다. 그렇게 다섯 명은 우연한 ‘가족’이 된다.

전반적으로 따스한 톤이 감돌지만 ‘브로커’는 본질적으로 차가운 이야기다. 엄마인 소영은 아기를 키우지 못하고 버리려 하며, 두 남자는 그 아기를 놓고 흥정한다. 입양하겠다고 온 어떤 부부는 아기의 외모를 지적하며 값을 깎자고 한다. 소영과 상현은 어두운 범죄 세계에 연루돼 있다. 그리고 다섯 명은 어쩌면 모두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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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숙소에서 해진은 소영에게 우리 모두에게 어떤 말을 해달라고 한다. 망설이던 소영은 침대에 누워 고백처럼 말한다. “해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상현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동수,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성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때 해진이 답한다. “소영이도 태어나줘서 고마워.”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전달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브로커’가 전하는 위로의 문장이다. 우리 모두 보잘것없이 살아가지만,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소중한 존재이니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