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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혐의, 엄정 수사해 진실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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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정보원이 6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각각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첩보 보고서 삭제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원장은 미국 체류중이다. 지난해 2월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6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각각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첩보 보고서 삭제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원장은 미국 체류중이다. 지난해 2월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석연찮은 서해 공무원 피살, 어민 북송 사건

대통령실 “(사실이면) 중대한 국가범죄”

국가정보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두 건은 7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와 3부에 각각 배당됐다. 박 전 원장은 공무원 피살 당시 첩보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를, 서 전 원장은 어민 북송에 앞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한 혐의를 받는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1일 소연평도 해상 근무 중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돼 불태워진 사건이다. 이씨가 생존한 여섯 시간 동안 정부가 구조하려 한 흔적은 없고, ‘자진 월북’ 낙인만 가족에게 남겼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2일 살해범 의혹을 받는 북한 선원 2명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한다고 했으나 정부가 “진정성이 없다”며 강제 북송한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노이 노딜’(2019년 2월) 이후 남북대화 재가동에 올인하던 때다. 정부가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고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인권과 헌법에 반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국내외로부터 받아 왔다.

국정원의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이대준씨가 북한군에게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감청 내용이 삭제된 것도 드러났다고 한다. 서훈 전 원장은 탈북 어민 나포 뒤 보통 수주~수개월 걸리는 합동신문을 빨리 끝내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데, 나포 사흘 뒤 정부는 북한에 “귀순 어민·선박을 인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석연찮은 정황 투성이다.

박 전 원장은 “(첩보를) 삭제해도 원자료는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는데 그런 바보짓을 왜 하겠냐”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재임 시) 개혁한 국정원은 이런 짓(고발)을 하지 않는다. 과거 직원들이 돌아와 옛날 하던 짓을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 정부 때 ‘국정원 적폐 TF’를 통해 보직을 박탈당한 국정원 인사들이 최근 복귀한 것을 염두에 둔 말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이대준씨 사건 직후 수사 결과 발표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거의 참석했고, 사건 관련 김정은의 친서도 북으로부터 받았다.

박·서 전 원장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사안은 엄중하다. 어제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발과 관련해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가 있었다면, 공무원 피격을 두고 국가가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그리고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귀순 어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신구 정권이 첨예하게 맞붙을 사안이다. 그럴수록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분명하게 규명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국제사회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