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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건희 여사 보좌할 ‘제2부속실’ 즉각 설치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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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업사이클링 의류 매장인 '에콜프(ECOALF)'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6.3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업사이클링 의류 매장인 '에콜프(ECOALF)'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6.3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적 수행’등 연일 비선 논란 자초  

투명하게 관리 안 하면 정권에 부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사적 수행’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활동을 공적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가 뜨겁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7일 “대통령 부속실 내에서 김 여사 업무가 생기면 충분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제2부속실은 안 만든다”고 못 박았다. 또 윤 대통령의 외가 6촌인 최모씨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데 대해서도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한다면 그것도 차별”이라고 강변했다.

국정은 법 이전에 국민의 눈높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내로남불과 편가르기를 맹공하며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끝에 집권하지 않았나. 공사 구별이 무너진 대통령 부인의 행보와 친족 채용이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한 윤석열 정부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6주 만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를 맞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역대 어느 대통령 때도 거론되지 않은 ‘대통령 부인의 행보’(2%)가 부정평가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을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 때 ‘친윤’계 검사 출신인 인사비서관의 부인이자 윤 대통령 후보 시절 1000만원을 후원했던 한방회사 대표 출신 신모씨와 동행하며 도움을 받아 논란을 불렀다. 또 지난달 봉하마을 방문 때도 자신의 옛 회사 직원, 지인인 대학교수 등과 동행해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아내가) 비서팀이 없어 혼자 다닐 수 없다. 방법을 알려주시라”며 김 여사를 두둔하고 참모들의 직언을 막아 논란을 가중시켰다.

윤 대통령으로선 ‘사심 없이 친하게 지낸’ 지인들의 도움을 좀 받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의 활동에 사적 친분이 반복해 개입하면 ‘비선 시비’로 이어지게 되는 게 정권의 생리다. 검사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면서 ‘비선 시비’가 정권에 치명적인 암덩어리임을 절감했을 윤 대통령이 왜 부인을 둘러싼 논란에 감싸기로 일관하며 비선 시비를 자초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남편이 대통령이 된 이상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공적 활동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을 설치해 김 여사의 활동이 투명하고 책임 있게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또 친족 채용 같은 행위를 감시하고 막기 위한 특별감찰관도 대선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대로 조속히 임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