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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휠체어로 납치…‘버핏’ 꿈꾼 중국 재벌, 형사재판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샤오젠화

샤오젠화

홍콩에서 실종됐던 중국계 캐나다인 재벌 샤오젠화(肖建華·50·사진) 밍톈(明天)그룹 회장이 중국에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최근 파악됐다. 2017년 1월 홍콩의 한 호텔에서 자취를 감춘 지 약 5년 만이다. 당시 휠체어를 타고 눈을 가린 채 중국 본토 요원들에게 납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중 캐나다 대사관은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샤오젠화가 중국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혐의는 뇌물·돈세탁·주가조작 등으로 알려졌다.

샤오 회장은 1990년 베이징대를 졸업한 후 워런 버핏을 롤모델로 삼아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집중 투자했다. 이후 부동산과 농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홍콩·상하이·선전거래소에 상장한 100여 개 회사 지분을 보유한 중국 30대 부호로, 실종 당시 그의 보유 자산은 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경호원들을 고용해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고 한다.

성공 이면에는 중국 공산당 핵심 원로 자제 모임 ‘태자당’의 지원이 있었다. 포린폴리시(FP)는 6일 “중국이 경제 개방과 함께 국제 금융시장에 진출하게 되자 과거 계획경제 체제에서 특권을 누리던 고위 가문을 위한 투자자이자 해결사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그를 평가했다.

샤오 회장의 고객 중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누나 등 친·인척도 있었다. FP는 “샤오 회장이 (자산 관리 사실을) 외국 언론에 공개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자산 관리 사실이 공개된 뒤, 중국 당국은 금융위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밍톈그룹의 자산 약 1500억 위안(약 25조원)을 매각했다. 샤오 회장이 투자한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에 있는 중소은행 바오상(包商) 은행 등 계열사들의 경영권은 직접 관리했지만, 바오상 은행은 2020년 결국 파산했다.

샤오 회장도 자신의 불안한 운명을 예감한 듯 대부분의 사업을 홍콩 등에서 벌였다. 또 2008년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한 데 이어, 납치되기 몇 주 전에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시민권도 취득했다.

하지만 FP는 “홍콩에 기반을 둔 사업가는 중국 법률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국가 안보를 이유로 본토로 돌아온 수많은 반체제 인사 중 한 명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의 억만장자들이 구금 1~2년 내로 재판에 넘겨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걸 감안하면, 샤오 회장의 재판이 실종 5년 만에야 재개된 건 이례적이다. FP는 “이번 재판은 시진핑 주석이 세 번째 임기를 노리는 11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샤오 회장의 경우 권력자들의 자산이 얼마나 어디에 있는지 폭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구금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샤오 회장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소 징역 5년이 선고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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