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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박지원·김종호 줄수사…검찰, 문 정부 전체 겨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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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21년 2월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박지원·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고발된 사건을 각각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3부에 맡기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권 문제와 관련한 대표적 사건들을 겨냥한 것이어서 검찰의 전 정부 사정 수사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충돌 양상인 셈이다. 국정원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두 달가량 조사를 거친 후 두 전직 원장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박지원 전 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서훈 전 원장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 전날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된 사건을 각각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공공수사1부는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 유족의 고발장을 지난달 22일 접수해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번에 박지원 전 원장에 대해 고발 사건까지 맡으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정보당국 등 대북 라인 전원을 수사하게 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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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이끌 이희동(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공안통이다. 2020년 1월, 추미애 전 장관이 측근 학살 인사를 단행할 당시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으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대검에 남겨 달라고 요청한 6명의 검사 중 한 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실종된 후 이튿날 22일 밤 9시쯤 북한군에 피살될 때까지 우리 측이 파악한 정보가 담긴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외에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도 고발장에 적시했다. 이씨 유족 측은 8일 검찰에 박 전 원장 구속수사 요청서를 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제가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 (원본이) 남는다.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냐”며 “(원본 삭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가 북한군에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는 관등성명을 대며 구조를 요청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박 전 원장은 “해수부 공무원이 관등성명을 북한에 얘기한 건 사실이다. 저도 (국회에) 얘기했다”며 “얘기를 다 한 것을 왜 삭제하겠나”고 해명했다.

서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사건과 별개로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받게 됐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최근 조직 개편으로 기존 형사10부에서 간판을 바꾼 부서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2일 북한 선원 2명이 동해상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다시 북측으로 5일 만에 송환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합동신문 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조기 강제 종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을 고발하며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과 허위 공문서 작성죄라고 밝혔다. 서 전 원장의 개입으로 탈북자들의 귀순 의사가 의도적으로 왜곡됐거나 북송까지 기간이 단축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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