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스테로이드 먹으며 뛰었는데…" 윤리위 출석 '울컥' [영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7일 자신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 징계안을 심의하기 위한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저에게 제기되는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9시20분쯤 국회 윤리위 회의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몇 개월 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겁고 허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공교롭게도 윤리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 건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선거기간 목이 상해 스테로이드를 먹었더니 몸이 부어서 왜이렇게 살이 쪘냐는 놀림까지 받았다.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선거 이기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소명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앞서 JTBC는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정치 윗선’이 있다는 주장이 담긴 이 사건 관계인의 녹취를 보도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2013년 7월과 8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이 대표를 만날 때 ‘성 상납 의전’을 맡았다고 주장하는 장모 씨였다.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달리는 저를 보며 뒤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뭘 하고자 기다려왔던 거냐”며 “3ㆍ9 대선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를 받지 못했고, 어느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했다. 다시 한번 (저를) 갈아 넣어 6ㆍ1 지방선거에 승리하고 난 뒤에도 바로 공격 당하고 면전에서 무시 당했다”고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 대목에선 감정에 북받친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뒤에서는 한없이 까내리며, 다음 날 웃으면서 악수하려고 달려드는 사람과 마주치면서 오늘 아침에는 어떻게 대응해야되나 고민하며 일어났다”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세력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이 대표는 “아까 그 보도를 보고 지난 1년 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며 “제가 지금 가서 준비한 소명을 다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걸 할 마음이나 들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아마 가장 가까이에서 제가 어떻게 1년을 살아왔는지 잘 아시는 언론인들이니 더이상 길게 말씀 안드리겠다”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이 대표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심의를 시작했다. 무혐의ㆍ제명ㆍ탈당 권유ㆍ당원권 정지ㆍ경고 등 5가지 경우의 수 중 어떤 처분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이날 ‘윤리위가 이젠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낼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결론을 또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경희·성지원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