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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분적 케냐인"…막말 英존슨, 결국 입으로 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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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위 측근을 감싸다 결국 물러나기로 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비단 이번 사건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CNN 등은 존슨 총리가 2019년 7월 취임 후 줄곧 각종 스캔들로 구설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0년 존슨 총리는 전임 총리였던 테레사 메이의 가구 취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 20만 파운드(약 3억원)를 들여 관저를 리모델링했다가 비용 중 일부를 불법 기부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존슨 총리는 이를 해명하는 자리에서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열을 내며 부인했지만, 결국 보수당은 지난해 12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만 파운드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해엔 오웬 패터슨 전 하원의원이 로비법 규정 위반으로 정직 권고를 받자 보수당 의원들을 동원해 이를 뒤집으려다 문제가 됐다. 결국 패터슨 의원은 사임했고, 보수당은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텃밭인 노스슈롭셔를 자유민주당에 내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였다는 이른바 ‘파티 게이트’는 치명타였다. 지난해 11월 파티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그는 “이 사건에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공개된 조사 보고서에서 15건의 부적절한 파티가 있었고, 총리가 8차례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결국 보수당 내에서 ‘신임투표’로 이어졌으나,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보수당을 위기에 빠뜨리며 ‘공허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과반(180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존슨 총리는 당 규정에 따라 최소 1년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측근의 성 비위와 이후 거짓 해명은 비껴가지 못했다. 크리스토퍼 핀처 하원의원은 술에 취한 상태로 남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원내 부총무에서 물러났다. 존슨 총리는 핀처 의원의 성 비위 혐의를 알고도 보수당 원내 부총무로 임명한 사실을 시인하고 그간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부장관급까지 포함해 50여명의 인사가 정부·당 요직에서 사퇴하며, 존슨 총리를 압박했다.

2019년 1월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존슨.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1월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존슨.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총리직에 오르기 전에도 여러 기행으로 구설에 올라왔다. 1987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기사에 사용한 인용을 조작해 해고됐다. 이후 1989년 텔레그래프로 직장을 옮겨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기사를 쓰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2001년 하원의원 당선, 2008년 런던 시장 당선에 이어 외무장관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잦은 막말로 논란을 빚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부분적인 케냐인(part-Kenyan)’으로 부르고, 이슬람 전통 복장인 부르카를 입은 여성을 ‘은행 강도’와 ‘우체통’이라고 표현했다. 총리 재직 당시에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차 봉쇄 여부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봉쇄령을 내리느니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천구를 높이 쌓아두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존슨 총리는 2019년 7월 취임 후 임기 3년을 못 채운 ‘단명 총리’가 됐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은 올여름 경선을 통해 당대표를 뽑아 10월에 새 총리를 취임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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