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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육교부금 3조 줄여 대학에 준다…교육계 반발

중앙일보

입력

유·초·중등 교육에만 쓰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도 투입된다. 반도체 인재 양성과 첨단학과 신설 등 새 정부 과제를 안게 된 대학에 당장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국세에 연동되는 교부금 비율은 손대지 않은 데다가 등록금은 계속 동결한다는 방침이라 대학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란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초·중등 예산 3조원 대학 몫으로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7일 오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유·초·중등 교육의 재원인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교육세에서 나온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교육교부금(65조1000억원)은 내국세 61조5000억원과 교육세 3조6000억원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교육세만 떼어서 대학과 평생 교육 부문에 투자하겠다는 게 당국의 개편 방향이다. 교육부는 대학 몫으로 돌아가는 증액분을 ▲연구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 인재 양성 ▲직업 재교육 등 평생교육 진흥 ▲지방대학 육성에 쓰겠다고 밝혔다.

결국 초등학생 교육비를 대학생 몫으로 돌린다는 요지의 개편안에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 '동생 돈 빼앗아 형 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등에서 교육을 잘 받아도 대학이 부실화하면 공교육 성과가 나타날 수 없다"며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에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면 결국 초·중·고등학생도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내국세 연동' 손 못댔다

그동안 논란이 된 내국세 연동 방식은 바꾸지 못했다. 지금은 지금은 내국세의 20.79%가 교부금으로 자동 전입되기 때문에 세수가 늘면 교부금도 늘어난다. 경제가 성장하고 세금이 더 걷히면 유·초·중등 교육비는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유·초·중등 교육비로만 쓸 수 있는 교부금이 증가하자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교부금 산정 방식 개편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기재부는 연동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보지만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내국세 연동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기재부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기초학력 부진, 교육격차 확대, 과밀학급 문제 등을 두루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등록금 자율 조정이 더 시급"

이번 조치로 대학에 3조6000억원이 더 투입되지만 정작 혜택을 받게 된 대학은 '언 발에 오줌 눈다'는 분위기다. 특히 등록금 동결을 유지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결정에 반발이 크다. 교육부는 유·초·중등 몫을 대학에 일부 떼주면서도 "등록금 인상은 당분간 없다"고 했다.

한 서울 시내 사립대학 기획처장은 "14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을 고려했을 때 대학의 몫이 3조6000억원 늘어난다고 해도 이를 전국 대학에 배분하면 겨우 적자를 막는 수준의 현상유지만 가능할 것"이라며 "지원금을 주는 대증요법보다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인상률에 연동하는 등 자율 조정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10여 년간 동결됐던 대학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빚지는 청년들을 늘어나게 하는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뉴스1]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10여 년간 동결됐던 대학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빚지는 청년들을 늘어나게 하는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뉴스1]

교부금이 줄게 된 시·도교육청과 유초중등 교원 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유·초·중등 교육비는 그대로 두고 고등교육교부금법을 만들어 대학을 따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전국에 학급당 30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2만 개가 넘고 초·중·고 건물의 40%는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이라며 "특성화고 지원, 디지털 교육 전환, 고교학점제 대비 교원 확충 등에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7일 "재정당국은 시·도교육감들과 협의도 없이 전국 유·초·중·고등학교에 투자되어야 할 교육세를 대학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이는 유·초·중등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정한 교부금법에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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