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받으려 인강 수강"...사교육 찾는 대학생들,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16:47

업데이트 2022.07.07 16:55

경기도 소재 한 사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0·전자공학과)씨는 지난 1학기 공업수학 수업에서 A학점을 받았다. 비법은 개학과 동시에 신청한 인터넷강의(인강)였다. 대학강의와 똑같은 내용을 사교육으로 받는 것이다. 이씨는 “수강신청을 했는데 담당 교수님이 꼼꼼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소문을 듣고 고민하다 인강을 신청하게 됐다”며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점 관리를 위해 다음 학기에도 웬만하면 인강을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 전공 강의 관련 ‘인강’을 신청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강의의 강의’를 듣는 이들은 주로 편입‧취업‧대학원 진학 등을 목표로 한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사교육에 손을 뻗은 것이다. 예전보다 취업에서 학점의 중요성은 크게 떨어졌지만,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에서는 학점의 영향력은 여전히 큰 편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질 떨어지는 대학 강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사교육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강뿐만 아니라 선배한테 과외도

대학생이 신청하는 전공 강의를 위한 인강은 보통 상경‧공학‧자연 계열 중심이지만, 의대생을 위한 의학용어 강의도 있다. 한 강의는 보통 10~150편의 동영상으로 구성된다. 강의당 가격은 3만원부터 3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데다가 반복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대학 전공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는 업체도 3~4곳이 있다.

인강뿐만이 아니다. 학부 선배나 대학원생에게 전공 강의를 위한 과외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계열 대학원생 이모(30)씨는 “알음알음 소개받아 대학생 과외를 할 때가 있는데 시간당 5만원에 진행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인력 구인 플랫폼을 통해 과외 강사를 구하기도 한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기초지식 없는 물포자‧수포자가 수강

대학의 전공 강의를 가르쳐주는 ‘인터넷강의(인강)’를 듣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 인터넷강의 사이트 캡처]

대학의 전공 강의를 가르쳐주는 ‘인터넷강의(인강)’를 듣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 인터넷강의 사이트 캡처]

부족한 전공지식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사교육을 찾는 학생들도 있다. 일부 공과대나 자연대 학생의 경우 전공수업에 필요한 기초지식이 없어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과학탐구영역 선택과목이 2과목에 불과해 이공‧자연계열로 진학해도 수능 때 선택하지 않은 과목의 기초 지식이 빈약한 탓이다.

‘물포자(물리포기자)’였던 학생이 일반물리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상경 계열의 경우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였던 문과생이 진학하다 보니 기초적인 통계, 수학 수업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코로나19에 수업 질도, 기초학력도 ‘뚝’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직후 수준 낮은 비대면 대학 강의가 늘면서 이에 실망한 대학생들도 인강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대학강의 인강 업체 유니스터디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회원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8배 증가했다.

대학 사교육의 원인이 코로나19로 인한 기초학력 저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등학교 2년간 제대로 된 등교 수업을 못 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강의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코로나19 이전보다 모든 교과에서 학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뒤처진 학생 위해 멘토링 지원해야"  

비가 내린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우산을 쓴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비가 내린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우산을 쓴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중·고교에서 대학까지 사교육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한 것”이라며 “대학 입학 전 공교육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길러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어 “대학에서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멘토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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