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님 월클로 키워주셔서 감사"...손흥민 父 사인 받자 '오픈런'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16:32

업데이트 2022.07.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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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7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저자 사인회에서 팬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7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저자 사인회에서 팬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는 개장 1시간 전부터 대기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손흥민(30·토트넘) 부친 손웅정(60)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저자 사인회 풍경이다.

손 감독이 작년 10월 출간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7월 둘째 주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4위(지난주 3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판매량이 급증하자, 독자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아들을 ‘월드 클래스’로 키워낸 교육법에 관심이 뜨겁다. 스포츠 서적보다는 교육서이자 철학서에 가깝다. 특히 ‘맘카페’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손웅정 감독이 독자와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손웅정 감독이 독자와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마치 아이돌 팬 사인회처럼 130여 명의 독자들이 손 감독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셀카를 찍었다. 김우정씨(28)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왔다. 내일(7월8일)이 흥민 선수 생일인데 ‘아드님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 드렸다”고 했다. 김씨는 “데뷔골을 넣은 아들이 들뜰까 우려해 노트북을 압수하며 ‘오늘 하루만 흥민이가 망각증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기도한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흥민 선수의 겸손함은 아버지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유니폼에 손흥민 부자 사인을 받은 김우정씨. 박린 기자

축구대표팀 유니폼에 손흥민 부자 사인을 받은 김우정씨. 박린 기자

한승우(36)씨 “4살 딸을 키우고 있는데 자식을 키우는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책 앞에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은 것.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읽어나가길’이라고 써주셨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월클이 아닌가”란 한 독자 질문에 손 감독은 정중히 답변을 사양했다. 손 감독은 선수 시절 사진을 가져 온 팬에게 사인을 해준 뒤 “난 삼류 선수였다”고 말했다.

손흥민(오른쪽)과 아버지 손웅정 감독. [사진 수오서재]

손흥민(오른쪽)과 아버지 손웅정 감독. [사진 수오서재]

손흥민은 평소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8세에 은퇴한 손 감독은 에세이에 스스로를 “마바리 삼류 선수 출신”이라고 표현했다.

손 감독은 무협만화 같은 훈육으로 손흥민을 키웠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23골 중 12골을 왼발로 뽑아냈다. 손 감독은 에세이에 “난 중3 때 ‘왜 축구 선수는 발이 2개인데 한 발만 써야 해?’라고 생각했다. 깊은 고민 끝에 오른쪽 축구화의 텅(혓바닥) 위치에 압정을 박았다. 오른발로 슈팅을 때리면 압정이 내 발목을 찌르니 고통이 말도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양발 훈련을 흥민이에게도 시켰다. 양말을 신을 때도, 경기장에 들어설 때도 왼발부터 시작했다. 그 덕인지 흥민이는 슈팅 만큼은 왼발이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춘천 손흥민체육공원의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은 손 감독이 중학생 때 춘천 우둔산 충열탑 계단에서 훈련했던 방법을 옮겨 온 거다.

2011년 춘천에서 함께 훈련한 손웅정 감독과 손흥민. [연합뉴스]

2011년 춘천에서 함께 훈련한 손웅정 감독과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이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치고 체중이 5㎏ 불어 함부르크에 돌아오자 “손흥민은 끝났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손흥민은 시즌 후 춘천에서 아버지와 하루에 슈팅 1000개씩 쏘는 지옥 훈련을 했다. “저건 아비도 아니다”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다.

손흥민이 때리면 들어간다는 페널티 박스 좌우 45도인 ‘손흥민 존(zone)’도 그때 만들어졌다. 손 감독은 “(슈팅 훈련) 위치는 다섯 개 존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손흥민 존’은 그중 두 군데를 말한다. 다섯 포인트 지점에서 각도를 정하고 감아 때리는 훈련을 했다. 골키퍼가 ‘가제트 팔’이 아니고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위치로 때리는 게 중요했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이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책을 만난다. 책을 통해 받은 것이 많다”며 “별거 아닌 책을 잘 읽어주셨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책의 핵심 키워드는 행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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