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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도왔다’ 삼성전자 2분기 선방…하반기엔 ‘퍼펙트 스톰’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7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악재 속에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경기둔화와 수요감소 등으로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7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악재 속에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경기둔화와 수요감소 등으로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선제적 재고 관리와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비교적 견조한 2분기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모바일 신제품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94%, 11.38% 늘었지만, 1분기 대비해서는 각각 1%, 0.8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망치였던 14조7000억원에 미치지 못했으나 시장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3분기(73조9800억원) 이후 삼성전자는 세 분기 연속 매출 7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 1분기엔 역대 최고 매출(77조78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둔화 우려가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문이 실적 선방을 견인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10조원가량이 반도체에서 나왔을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가전용 반도체 수요는 줄었지만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유지되고 있어서다.

선제적 재고 관리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DS(반도체)·DX(완제품) 부문 모두 효율적 재고 관리와 고부가 제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 4년 만에 열린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도 공통 주제가 ‘재고 건전화’였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 상황과 수요를 면밀히 살펴 출하량을 조절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도 실적에는 긍정적이었다. 2분기 원·달러 환율(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은 평균 126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전 분기보다는 5% 올랐다. 반도체는 달러로 거래해 환율이 오를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스마트폰과 가전 수요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7%, TV 출하량은 28%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월드컵이 있는 해지만 TV 판매는 하반기에도 부진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 3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2억1164만 대로 전망했지만 최근 2억879만 대로 낮췄다. 가트너 역시 PC·스마트폰 글로벌 출하량이 각각 9.5%, 5.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퍼펙트 스톰’…수요 유지가 관건

3분기 이후엔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버터 줬던 가전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가격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달 말 “지정학적 위기와 물가상승, 고금리와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위기)’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둔화하는 것도 수요 감소의 근거다.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설비 투자나 신형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연기되면 관련 반도체 수요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4' 예상 렌더링. [사진 스마트프릭스 캡쳐]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4' 예상 렌더링. [사진 스마트프릭스 캡쳐]

하반기 삼성전자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4’ ‘갤럭시Z 플립4’를 출시하고, 애플 역시 ‘아이폰14’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인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 시장 정상화와 신제품 효과로 인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세트(완성품)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반도체·가전은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신제품 출시에 따른 디스플레이 개선으로 3분기에도 2분기와 비슷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2분기 실적이 매우 나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결과”라면서도 “3분기 실적이 지금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겠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 설비 투자 증가 등으로 실질적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19% 오른 5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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