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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를 파로 적어 마스터스 우승 놓친 선수 [도전! 골프 퀴즈왕]

중앙일보

입력

1968년 마스터스에서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 연장전에 가지 못한 드 비센조(왼쪽)와 우승자 밥 골비. [AP]

1968년 마스터스에서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 연장전에 가지 못한 드 비센조(왼쪽)와 우승자 밥 골비. [AP]

3, 3, 4, 4, 3, 5….

대회가 끝나면 선수들은 스코어카드 텐트에 나란히 앉아 숫자를 확인합니다. 하나라도 틀리면 실격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기할 때보다 더 집중합니다. 마커가 쓴 자신의 스코어카드 숫자가 완벽하다고 생각되면 사인합니다.

캐주얼 골퍼들에겐 다른 얘기지요. 새로 골프를 시작한 분 중엔 종이 스코어카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몇 년 전 전자 스코어카드가 나와 급속하게 보급됐습니다. 이젠 종이 스코어카드를 아예 비치하지 않는 골프장이 훨씬 많습니다. 골프장에서는 캐디가 태블릿 PC에 스코어를 기재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됐고 휴대폰으로 해결하는 시대이니 그렇다 해도 이상한 것만은 아닙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종이 스코어카드에 대한 향수가 적습니다. 이전부터 스코어카드를 자신이 직접 쓰지 않고 캐디가 적어주는 문화라서 그렇습니다.

종이 스코어카드만 있던 시대에도 직접 쓰고 사인하지 않았으니 애착이 크지 않았고, 대부분 스코어카드를 그냥 버리고 왔습니다.

미국도 점차 스코어카드가 모바일 앱으로 들어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골프장 프로샵에서 몽당연필과 종이 스코어카드를 챙겨, 직접 기록하는 것은 진지한 골퍼의 일종의 의식(ritual)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스코어카드. [중앙포토]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스코어카드. [중앙포토]

한국 골퍼는 바쁩니다. 요즘은 종이 스코어카드를 나눠준다 해도 기록할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소셜네트워크에 올려야 합니다. 아니면 내기 돈 계산하고 뽑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종이 스코어카드가 멸종될 첫 나라가 한국이 아닐까 합니다.

한 라운드에서 골퍼는 기대와 좌절, 기쁨과 슬픔, 환희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직접 손으로 쓴 스코어카드에는 화가 났을 때의 글씨체와 실망했을 때의 글자, 아예 포기하고 공백으로 남겨 놓은 빈칸도 있습니다.

스코어카드는 기본적으로는 경기 기록지입니다. 모든 스포츠에 기록지가 있지만, 골프는 독특합니다. 기록원이 없습니다.

경기 공간이 너무 넓어 심판이 다 감시할 수 없는 종목이어서 기록을 선수의 양심에 맡깁니다. 스코어카드에 본인이 사인해 본인이 승인하게 합니다. 그 대신 틀린 것이 드러나면 엄한 규제가 가해집니다.

골프에서 스코어카드 오기는 단호한 실격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단순 실수이든 의도적이든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68년 마스터스입니다. 최종 라운드 로베르토 드 비센조는 66타를 쳤습니다. 그러나 스코어카드에 작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버디를 한 17번 홀(파4)에 3이 아니라 4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의 마커가 잘못 적었고 연장전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드 비센조는 총 타수만 확인한 후 그냥 사인했습니다.

총 타수는 66으로 맞았습니다. 그러나 17번 홀의 스코어가 3이 아니라 4라면 그의 타수 합계는 67이 됩니다.

경기 중 스코어카드를 기재하는 고진영. [사진 KLPGA]

경기 중 스코어카드를 기재하는 고진영. [사진 KLPGA]

한 타라도 적게 적어 사인하면 실격인데 드 비센조처럼 친 것보다 더 많이 적어내면 실격은 시키지 않는 대신 적어낸 숫자를 실제 친 것으로 계산합니다. 드 비센조는 총 타수가 67타수로 변경되어 연장전에 가지 못했습니다.

불합리해 보이는 규칙이기도 하지만 골프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깃거리기도 합니다. 요즘도 스코어카드 오기에 관한 뉴스가 종종 나옵니다. 스코어카드를 골퍼의 양심으로 여기는 골프의 독특한 문화 때문입니다.

이번 주는 스코어카드에 관한 문제입니다. 매주 한 차례씩 퀴즈를 풀면서 골프 규칙도 공부해보세요.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출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진하 경기위원장,
참조『골프 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 (최진하 등 지음, 조이 그림)

[도전!골프 퀴즈왕]

스코어, 스코어카드와 관련된 룰퀴즈

매주 한 차례씩 퀴즈를 풀면서 골프 규칙도 공부해보세요.

N

Q1 : 스코어카드는 스트로크플레이에서 플레이어의 각 홀 스코어를 기록하는 양식이며, 플레이어와 마커는 기록된 스코어를 확인하고 서명해야 한다.

정답 : 1번 O( 스코어카드는 위원회가 승인한 양식으로 마커에게 배부되며,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반드시 위원회에 제출해야 되지만 매치플레이에서는 요구되지는 않는다. )

Q2 : 플레이어와 마커가 스코어카드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되는 내용이 아닌 것은?

정답 : 4번 플레이어의 라운드(18홀) 합산 스코어( 플레이어의 홀별 스코어를 합산하는 책임은 위원회가 지는 것이다. )

Q3 : 마커에 대한 설명 중 틀린 내용은?

정답 : 3번 파트너도 마커가 될 수 있다.( 동반하는 다른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의 마커가 될 수 있지만, 플레이어의 파트너는 마커가 될 수 없다. 파트너는 한 편이기 때문이다. )

Q4 : 플레이어는 위원회가 교체를 승인하지 않는 한 그 라운드 내내 반드시 같은 마커를 써야 한다?

정답 : 1번 O( 마커는 위원회가 지명하거나 위원회가 승인한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지만, 마커의 교체는 반드시 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

Q5 : 스코어카드 제출시 플레이어의 책임에 대한 틀린 설명은?

정답 : 2번 꼼꼼히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제출( 스코어카드의 숫자를 확인하고 서명한 후에 스코어카드를 위원회에 신속하게 제출하여야 한다. 스코어카드 제출 전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야 한다. 스코어카드 제출 이후에는 스코어를 수정할 수 없다. )

Q6 : 파4홀에서 버디를 기록했으나 착각하여 파(4타)로 적어 스코어카드를 제출해버렸다. 올바른 설명은?

정답 : 1번 스코어는 버디가 아니라 파다.( 실제 스코어(버디)보다 높은 스코어(파)를 제출한 경우에 더 높은 스코어가 그대로 유효한 스코어가 된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이후에는 스코어를 수정할 수 없다. )

Q7 : 마커가 아웃 9개홀의 스코어를 인 코스에, 인코스 9개홀의 스코어를 아웃 코스에 기록했다. 잘못된 설명은?

정답 : 4번 마커의 실수라 제출 뒤 고칠 수 있다.( 스코어카드에 적힌 각 홀의 스코어는 반드시 해당되는 홀에 일치해야 한다. 전후반이 바뀌게 스코어가 기록되어 결과적으로 실제 스코어보다 낮게 적은 홀이 있는 경우에는 실격이 된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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