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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렌터카株, 부채비율 500%에도 굴러가지만...레드오션에 주가 '발목'

중앙일보

입력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 왔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도 풀렸겠다 해외여행 계획 중인 분도 있겠지만, 아직은 항공권 가격이 만만찮은 상황. 국내 여행으로 발길 돌리는 수요가 많겠죠. 렌터카 회사 실적이 밝은 이유입니다.

실적은 밝은 데, 주가는 부진.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은 최근 3개월 고점(4월8일) 대비 23% 내렸고, 2위 SK렌터카도 같은 기간 고점(4월7일)에서 32% 떨어진 상황. 앞으로 이들 주가 전망은 어떨까요? 이번 레터 메인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입니다.

기동성 있는 여행엔 렌터카가 필수! 셔터스톡

기동성 있는 여행엔 렌터카가 필수! 셔터스톡

두 회사는 자동차를 빌려주거나, 중고차를 파는 게 주력 사업. 렌터카와 중고차 판매 매출이 압도적(작년 말 기준 2개 부문 매출 합계가 롯데렌탈은 91%, SK렌터카는 97%)이죠. 여행자를 위한 단기 렌터카(대여 기간 1년 미만)와 법인 등을 위한 장기 렌터카 서비스(대여 기간 1년 이상)로 돈을 번 뒤, 렌트할 때 쓴 차를 중고로 팔아 또 돈을 벌죠. 일반 제조업체들은 옷이나 자동차 만들 때 쓴 기계를 누가 사가겠냐만, 이 회사 자산은 꽤 환금성이 좋은 편이죠.

렌터카 회사는 자산 대부분이 자동차. 중고로도 금방 팔림. 셔터스톡

렌터카 회사는 자산 대부분이 자동차. 중고로도 금방 팔림. 셔터스톡

먼저 렌터카 부문 성장성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두 회사 모두 올해와 내년도까지 실적 전망은 밝습니다. 코로나19로 한참 거리두고 살 땐 국내 여행 한번 가는 것도 번거로워서 렌터카 업체들이 많이 힘들었지만, 이런 변수가 사라졌으니까요. 한때 저녁 6시 이후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2명으로 줄였을 땐 직계 가족도 한 차에 3명 이상 타는 게 방역조치 위반이었으니…. SK렌터카의 렌탈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6%로 한 해 전보다 0.8%포인트 개선될 전망(흥국증권). 게다가 요즘 어디나 택시 잡기 너무 힘들잖아요. 여행 가면 차를 빌리는 건 필수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중고차 판매 부문도 성장 추세입니다. 두 회사 모두 중고차 판매 부문 매출액이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부터 훌쩍 뛰었는데요. 코로나에 걸릴까봐 대중교통 타길 꺼렸고 신차 출고도 늦어지다 보니, 중고차가 잘 팔린 거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코로나 감염에 덜 신경 쓰게 된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마저 나오는 판국인데요. 중고차 부문은 타격이 좀 덜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새 차 사려다가 중고차를 사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니까요. 올해 3~4분기 롯데렌탈의 중고차 판매 부문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9~20%씩 증가하리란 전망(NH투자증권)입니다.

이렇게 사업성만 보면 나쁘지 않은데, 렌터카 회사 재무제표를 슬쩍 보면 깜짝 놀랄 수 있어요. 엄청 부실해 보이거든요.재무제표도 '자세히 봐야 괜찮다(예쁠 정도는 아님), 너도 그렇다'는 회사도 있다는 점, 이번에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어마어마한 부채비율.롯데렌탈의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420%, SK렌터카는 497%에 달합니다. 일반 제조업체로 따지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는데요. 앤츠랩 유튜브 회계 교실 '장미회계'에서도 설명한 겁니다만, (깨알 홍보!) 부채비율은 높을수록 위험한 건 맞지만, 업종마다 적정선은 좀 다를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바로 이 장면! 장미회계 유튜브 캡쳐

바로 이 장면! 장미회계 유튜브 캡쳐

렌터카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자동차를 많이 보유하는 수밖에 없지요. 규모의 경제가 살길. 이렇게 차량 구매 비용을 대부분 회사채나 은행 등에서 장기로 빌려오기 때문에 부채가 많을 수밖에요. 해운회사가 돈을 왕창 빌려 초대형 선박을 확보하는 것과 비슷하죠.

유동비율 역시 깜짝 놀랄 수준이죠. 롯데렌탈은 44%, SK렌터카는 38%.유동비율이 100%가 안 된다는 소리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가 같은 기간 안에 현금화할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 만약 못 갚으면? 부도가 나는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의 상당수는 과거에 장기로 빌렸는데 상환일이 1년 안으로 도래한 것들이에요. 유동성장기부채. 진짜 급전이 필요해서 빌린 단기차입금과 같은 종류의 고금리 악성 부채는 아니란 소리죠.

재무제표 주석에서 장기차입금 내용을 살펴보면 빌린 금리도 두 회사 모두 1~2%대가 대부분. 대기업 직장인 마이너스통장 금리보다 낮게 빌리고 있는데 그만큼 신용등급이 좋다는 의미. 롯데렌탈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1으로 최우량 등급이고요, SK렌터카도 A2로 A1 다음으로 높은 등급이죠. 그만큼 롯데와 SK라는 든든한 부모가 비상시엔 도와줄 것이란 가능성도 양호한 신용도를 유지하는 요인.

탄탄한 부모 회사의 존재는 양호한 신용도를 유지하는 요인. 셔터스톡

탄탄한 부모 회사의 존재는 양호한 신용도를 유지하는 요인. 셔터스톡

어쨌든 신용 위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란 건 알겠지만, 부채비율도 유동비율도 너무 높아서 불안해. 그럼 뭘 본다? 현금이 잘 들어오는지를 봐야죠. 현금흐름표를 열어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는 겁니다. 그런데 웬걸! 또 한 번 놀랄 일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수년째 마이너스(SK렌터카). 갚을 빚도 많은데 현금이 안 들어오면 이런 회사는 망하겠죠.

하지만 이것도 자세히 봐야 할 것이 렌터카 회사는 사업에 필요한 그 수많은 자동차를 살 때 현금이 나갔다는 정보를 영업활동 현금흐름 항목에 넣습니다.일반 제조업체라면 기계장치같은 유형자산 사는 데 나간 현금은 투자활동 현금흐름 항목에 반영하겠죠. 제조업체는 유형자산을 이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유형자산 투자금은 영업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렌터카 회사는 유형자산인 자동차 그 자체를 생긴 그대로 빌려주는 게 영업 활동이니까 이걸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반영하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영업으로 현금을 제대로 못 버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게다가 이 자동차란 자산들은 환금성이 좋다는 것 서두에 말씀 드렸죠?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된다는 얘기.

그럼 의문이 생기죠. 실적 전망도 좋고, 재무제표도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주가는 왜 안 오를까.

렌터카 시장은 어쨌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2016년 국내 렌터카 등록 대수는 63만8050대였는데요, 5년이 지난 작년엔 112만6191대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었죠.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낮은 진입 장벽. 빌려줄 자동차만 있으면 중·소형 업체들도 뛰어들 수 있으니 그만큼 렌탈 요금 경쟁도 치열해지죠. 캐피탈사 등에선 오랫동안 탈 차량을 구매할 때 장기 리스 상품도 내놓고 있어서 장기 렌터카 시장 경쟁도 심각한 상황.

레드오션 렌터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셔터스톡

레드오션 렌터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셔터스톡

결국 이 치킨 게임에서 이기려면 렌탈 차량을 더 많이 확보해서 규모의 경제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차를 확보하는 데 더 많은 부채를 써야 하니까 재무지표가 나빠지는 걸 피할 수가 없는 환경입니다. 아직은 신용도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이런 점들이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회사는 괜찮은데 레드오션이 부담

※이 기사는 7월 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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