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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오피스의 미래는 커뮤니티다” SKT 거점오피스 설계한 건축가 김찬중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6:01

업데이트 2022.07.07 07:51

'일의 미래' 전문가 2인 인터뷰
② SKT 거점오피스 설계한 김찬중 건축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한 지난 2년은 일하는 문화와 사무실 형태의 근간을 흔들었다. 특히, 사무직과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원격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섞은 하이브리드(혼합) 워크가 확산됐고, 가상공간으로 출근하는 메타버스 워크를 도입한 곳들도 있다. 이게 정말 일의 미래(Future of Work), 사무실의 미래(Future of Workplace)일까.

팩플팀은 이 문제를 전사적으로 고민한 국내외 기업 두 곳(구글·SK텔레콤)의 전문가를 잇달아 만났다. 이들은 ▶그동안 거거익선인줄 알았던 사무실을 어떻게 바꿀지 ▶근무 시·공간이 분산된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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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

SK텔레콤 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서울 신도림과 경기도 일산·분당에 생긴 거점오피스 '스피어'에서 일하고 있다. 통신 네트워크 관련 일부 직군을 제외하고 이 회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지역의 스피어로 출근할 수 있다. 개인 노트북을 지참할 필요도 없다.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 환경이 구축돼 있어, 공용 PC라도 로그인 한 번이면 개인 PC와 똑같은 환경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 약 3개월간 SKT 전체 직원 10명 중 3명꼴(누적 이용자 수 1800명)로 스피어를 이용했다고 한다.

SKT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달 중에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도 '워케이션'(work+vacation, 업무·휴식을 겸하는 행위)이 가능한 거점오피스를 열 예정이다. 서울 곳곳에 들어선 스피어의 기획·설계 과정에는 건축가인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가 함께 했다. 그는 마곡 서울식물원,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 JTBC 사옥 등을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하다. 팩플팀은 지난 4월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에게 사무실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익숙해진 사람들이 사무실 근무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사무실을 비롯한 사회 인프라 전체를 재구축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사람들은 팬데믹이 끝나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게 될까 궁금해 했다. 재택 근무는 결국 외롭고 답답하다. 처음엔 여유도 있었겠지만 재택 근무 공간이 사람을 제대로 서포트하기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선택지를 줘야한다. '어떨 때는 집이 아닌 사무실이 더 좋을거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SKT의 거점오피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도 그런 사무실을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SKT의 거점오피스는 공유오피스와 어떻게 다른가.
"공유오피스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간이다. 넓은 공간을 머릿 수대로 N분의 1로 나눠서 설계한다. 물론 작은 조직이 움직일 땐 공유오피스가 효율적일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공유오피스 전체를 렌트해서 거점오피스처럼 쓰기도 하더라. 그러나 특정 기업의 거점오피스는 그 안에 깔려있는 네트워크나 운영 매뉴얼도 기초부터 다 직접 정해야 한다."
SKT 경영전략팀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문성영씨는 신도림 인근에 살고있다. 예전 같았으면 을지로 T타워까지 출근하기 위해 매일 편도 40~50분의 시간을 썼다. 문씨는 “더이상 '지옥철'을 타지 않고, 도보 10분 거리의 거점오피스로 출근해 정말 만족스럽다”고 했다.[SK텔레콤]

SKT 경영전략팀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문성영씨는 신도림 인근에 살고있다. 예전 같았으면 을지로 T타워까지 출근하기 위해 매일 편도 40~50분의 시간을 썼다. 문씨는 “더이상 '지옥철'을 타지 않고, 도보 10분 거리의 거점오피스로 출근해 정말 만족스럽다”고 했다.[SK텔레콤]

그 매뉴얼은 어떻게 만들었나.
"밀도 높은 리서치 과정이 필수다. SKT 직원들의 연령대, 남녀 비율, 일하는 패턴, 동선을 다각도로 조사했다. 직원 평균 연령이 40세가 넘더라(2021년 기준 평균연령 42.8세). IT 기업치고는 높은 편이다. 남성 직원 비율도 높았다. 사무실 내 동선을 조사해보니, 출근후 재킷을 캐비넷에 넣지 않고 ‘아저씨답게’ 자기 의자에 툭 걸쳐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여성 직원들은 이를 쾌적하지 않다고 보더라. 공용 캐비넷을 쓰라고 독려해도 상당수 직원들은 안 썼다. 그래서 거점오피스에선 캐비넷 위치나 크기도 새로 계산했다. 기존에 일하는 사무실은 아무도 얘기를 안 해서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좀 있었다. 일에 열중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즐거운 회사 느낌은 아니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SKT의 행복한 회사 느낌과는 차이가 있지 않나. 이런 것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공용 좌석인데, 아무래도 사람들은 ‘내 자리’가 익숙하다.  
"한국은 반도 국가에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자기 땅, 자기 자리에 집착한다. 사무실이 옮긴다고 하면 ‘내 자리는 어딜까’를 제일 궁금해하지 않나? 직급이 높은 이들은 ‘내 방은 따로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사무실은 대개 T자형이다. 부장, 팀장이 가운데 앉고, 나머지 직원들이 일렬로 앉는 구조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관리자 중심 시선이다. T자로 앉아 직원을 통제하려고 하니 직원들의 생각의 흐름은 끊긴다. 비효율이 생긴다. 재택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사무실 구조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생겼다. 거점오피스에는 ‘내 자리’ 없는 대신 '내 세팅'이 있다.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에 로그인해 내 세팅을 가져오는 것이다."
거점오피스엔 1인용 책상이 많은 것 같다. 왜 그런가.
"넓은 사무실에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으면 굉장히 활기차 보인다. 그런데 개개인은 숨어서 일하고 싶다. 적절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고개 들면 맞은편 상대랑 얼굴이 마주치는 것도 싫어하더라. 거점오피스는 계속 실험하고 진화할 것이다. 큰 테이블, 개인화된 테이블, 창가쪽 테이블 등을 누가, 어떻게 많이 쓰는지 데이터로 수집하고 있다. 직원들이 몰리는 시간, 요일도 파악한다. 이를 다음 거점오피스를 세울 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SKT의 거점오피스 '스피어'. 좌석 간 거리를 넓게 설계,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SKT의 거점오피스 '스피어'. 좌석 간 거리를 넓게 설계,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

사무실 공간에서도 ‘개인화’가 화두가 된걸까.
"예전에는 개인화를 안 좋게 봤다. 집단, 조직이 더 중요하니까. 그러나 개인의 발전이 조직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잘 짜는 것은 중요하다. 개개인이 액티브하고 즐겁게 일하는 에너지가 결국 그 기업의 새로운 제품, 서비스로 연결된다."
신도림·일산·분당 거점오피스마다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다르다.
"거점오피스가 있는 지역의 특성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산 오피스는 주택가에 있다. ‘가족 같고 집 같은 사무실’로 만들었다. 반면 신도림 오피스는 딱 IT 회사 같은 느낌이다. 조만간 문여는 워커힐호텔 내 오피스는 호텔 베이커리의 빵 냄새를 맡으며 출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거점마다 킬러 콘텐트가 있어야 한다. 집이 가깝지 않더라도 ‘일산 오피스는 어떻대?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기대가 되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거점오피스에 자주 출근하는 SKT 직원들끼리 단체 대화방을 만드는 등 직원 간 교류가 늘었다고 한다. 김찬중 대표는 이 이야기를 듣고 "교류가 활발해지리라 예상했고, 기업엔 득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무실에서도 직원들끼리 친목은 도모할 수 있다. 거점오피스에선 이게 왜 다른 의미를 가지는건가.
"진정한 인사이트는 탕비실과 우편실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 얻는 아이디어가 도움 된다는 의미다. 한때 국내에서도 구글 오피스는 카페같이 생겼다는 말이 돌았다. 그런데 한국 기업에서 무작정 구글 오피스를 따라한다고 구글 같은 문화가 생기지 않는다. SKT 거점오피스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신도림 커뮤니티'가 생기면 신도림 주변에 사는 직원들끼리 지역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다른 직군의 직원들과 업무 이야기도 한다. 수평적인 교류를 통해 창의적인 발상과 시너지가 일어난다. 이런 구도가 장려돼야 하고, 회사가 개인의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발전하면 회사의 생산성도 서비스도 발전한다."
회사가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오래전부터 회사는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식은 쌓이면 쌓일수록 강한 힘을 가진다. 각자도생, 개인화가 중요한 시대라지만 때로는 동료들과 네트워킹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회사에 축적할 수 있다. 요즘엔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없고, '죽을 만큼 열심히 한다'는 개념도 별로 없다. 어느 지점이 되면 다들 회사를 떠나고 독립을 한다. 그렇게 개인이 회사랑 ‘손절’하면 그간 쌓아온 지적 자산이 너무 아깝지 않나. 기업의 경쟁력과 자산이 쌓이지 않고 주기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틈틈이 직원들끼리 커뮤니팅을 하고 필요한 리소스를 서로 제공하면서 예상치 못한 협업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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